44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28:06 ID:Z0S3ReZW


*  *  *



Hello, Again 후편



*  *  *




나는 타카마치 나노하. 나노하야


『……나노하?


희미한 의식 속에서 들려오는 나노하의 소리.
그것은 기억해낼 수 없는 과거가 아닌, 기억하게 된 지 얼마 안된 현실.


, 나노하. 페이트쨩의……친구야
친구?
, 그러니까 나노하라고 불러줄래?
……나노하





페이트쨩, 또 우는거야……?
어머니를……생각했어요……』
『……
그래……』
어머니 괴롭지 않았을까……』
『……

천국에서는 외롭지않으려나……?』
『……
괜찮아, 분명 프레시아씨의 옆에 페이트쨩도 있을거야
그러면 좋지만……』
분명 외롭지 않을거야
……하지만 나는…………외로워……』
『……
페이트쨩, 이쪽으로 올래?
……』
손 잡고 잘까?
『…………』





44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29:43 ID:Z0S3ReZW





, 병이라도 걸린 건가요……?
……기억말이야……?
. , 머리에 병이 있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해낼 수 없는거죠……?
『……
, 그게……』
나을 수 있나요?
『……』
나노하?
『……
그건……지금부터 꼭 해결할거야……』
『……
그렇군요……』
페이트쨩, 분명 괜찮아……반드시 나을거야!
, 그치만…………』
『……
?
『……
, 자신이 낫고 싶은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
어째서……?
그게, 기억이 돌아와도 나는 어차피 혼자니까
『……
페이트쨩……그런 말 하지 말아줘……? 거기에 내가 있는걸?
『……나노하가?
『……
……미안, 어머니는 아니지만……나라면……』



――
외로워
――, 돌아가고 싶어



*  *  *



그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

밤에도 낮에도, 나노하는 깨어나지 않는 페이트 옆을 한시도 떠나지않았다.
둘이서 지내는 조용한 시간은 매일을 되풀이해, 그리고 지나갔다.

페이트쨩
페이트쨩, 눈을 떠

나노하는 그저 페이트의 옆에서 쭉 속삭였다.
마치 그날 밤처럼.

그 눈을 보여줘
반드시 다시 나를 비춰줘





44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31:23 ID:Z0S3ReZW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저 페이트를 향해.




일어나……」



*  *  *



페이트쨩, 이쪽 소매로 오른손 줄래? 그래, 이번에는 반대쪽이야
저기, 나노하……』
~?
, 스스로 할게요
그치만……내가 입혀주는 거 싫어?
『……
아뇨
후후, 다행이다……, 단추도 잠그면……다 됐다!
저기, 나노하……』
이번엔 왜~?
『……
, 고마워요
『……
……페이트쨩, 꼭 안아도 돼?
? ,
『……
페이트쨩은 역시 포근해……, 페이트쨩인걸……』
나노하……무슨일 있었어요?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사랑스러워서……』



――
어디로 가야해?
――내가 돌아갈 곳……



페이트는 손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더듬으며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거울 앞에 앉아봐
……』
그치? 페이트쨩 엄청 예쁘지?
『……
, 런가……?
그래, 이렇게 예뻐졌다구
나는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그치만 키가 큰거는 기쁜, 것 같아





44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34:27 ID:Z0S3ReZW

후후, 그쪽이 기쁘다니 아직 어린애구나
, 방금 머리 묶은건데, 그렇게 쓰다듬으면……』
괜찮아, 내가 다시 묶어줄게
그럼…………좋아





시트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치만 또……』
어쩔 수 없지. 처음이었던데다 이틀째라서 양도 많았으니까.
『……

지금부터 매달 이럴테지만금방 익숙해질거야, 페이트쨩, 페이트쨩……듣고있어? 페이트쨩?
『……
……』
~기요, 페이트쨩? 뜨거운 물에 그렇게 담그고 있으면 현기증 나
『……
왠지……부끄러워서……』
『……
부끄러워 안해도 되니까, 제대로 얼굴 보여줘, ?
나노하, 내가 들어가있어서 물……더러워지지 않을까……』
정말~, 그런거 괜찮으니까! 그런 말 하면 집오리씨가 화낸다고?
?
에잇, ~ ~
나노하 그만해, 간지러워, 하하
집오리씨는 이제 안줄거야
후후, 안돼, 돌려줘
-줄거야
나노하 심술쟁이, 그럼 나는……!
『왜
?
나노하, 시계 봤어? 또 지각하겠어!
. 오늘은 이미 포기했어
……, 미안해! 나 때문에
그렇지 않아. 내가 이러고 싶었던것뿐
그래……?
, 그러니까 조금 더 나랑 이렇게 있자? 나는 페이트쨩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
나도……좀 더 있고 싶어


――
그곳이 좋아
――그곳으로……가고싶어


의식은 더욱더 현실에 가까워진다.





? 세탁물이 없어
, 나노하, 여기야
『아? 이거 혹시 페이트쨩이 해준거야?
『……
접는거 이상했어?





44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36:56 ID:Z0S3ReZW

아니, 완전 예쁜데……그치만……페이트쨩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
나는 집안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페이트쨩이랑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 일도 안한다고 눈치보고 그러는거라면――』
아니야
『……
아니야……?』
『…………
, 조금은 나노하한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
『……
그런가, 고마워……!』
, 괜찮아





……!
페이트쨩!? 괜찮아!?
『……
……분한걸……엑셀슈터 전부 피하고 싶었는데……』
『……
페이트쨩은 조금 자신의 스피드에 너무 의존해
그런가……』
그래! 승부가 언제나 선수필승으로 끝나는건 아니니까!
『…………』
페이트쨩이 다치면 내가 슬퍼진다고 말했었지?
……근데, 왜 나노하가 슬퍼지는거야……?
왜냐면……페이트쨩을 좋아하니까. 소중하니까 그런거야.
만약 페이트쨩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엄마라든지 다치게 하면 싫지 않아?
『……
어머니는 대마도사였어……내 힘으로는 상처 같은 건 입지도 않아……』
……그런가……』
『……
그치만……그렇네, 싫은걸
?
만약 나노하를 다치게하면 무척 싫을 것 같아
『……
정말……?
, 그게……』
~?
으응,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
, 거기에 있어도 돼?
――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새하얀 빛이 새어나오는, 현실로 가는 출구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44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39:03 ID:Z0S3ReZW





나노하?

나노하 어디야?

나노하……어디에 있어?

『……
나노하, 대답해줘……? 어디야?


다녀왔어, 페이트ㅉ――』
!
어서와……!
?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나노하……, 어디 갔었어……??
『……
쓰레기 버리러 갔었는데……?
『……
그랬어……?
, 거기서 오랜만에 이웃집 사람이랑 만났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래서………페이트쨩……왜 그래……?
?
엄마 생각이 난 거야……?
『……
모르겠어……그치만 나 혼자라……』
『……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마……이리와, ……』
……』
페이트쨩,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냐……』
나노하…………잠시만 이렇게 있어줘……』



――
나를 안아주는 그 사람이 있는 곳……


――
나노하에게 돌아가고 싶어



*  *  *



눈을 뜨자, 오랜만의 빛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페이트쨩……!





44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42:01 ID:Z0S3ReZW


가장 먼저 페이트가 그 눈동자에 비춘 것은, 어디까지나 푸른 하늘 같은 눈동자였다.
창문 가득 비쳐드는 아침 햇살보다도 빛나는 그것은, 그 눈동자는,
얼마나 소중한 것을 보는 눈빛일까 하고 페이트는 생각했다.


자기 이름 기억해……?

나는? 내 이름, 알고있어?

페이트쨩

괜찮아, 무서워하지마

기억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이렇게 당신과 만났는걸

페이트쨩……페이트쨩


푸른 눈동자의 여성에게 몇 번이나 이름을 불리고, 응시당하고,

그러고서 페이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베개에 의지해,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페이트를 지지하려고 어깨에 뻗은 손은 따뜻하고, 매우 걱정스러웠다.


일어나도 괜찮겠어? 페이트쨩?

페이트쨩, 어디 아픈 곳은 없어? 괴롭지는 않아?

페이트쨩, 말할 수 있어? 말은 기억해?

만약 할 수 있으면……뭐라도 말해줄래……?


페이트는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은듯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바로 딴 쪽을 향했다.
고개를 숙인채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정원의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며 노는 소리만이 끊이지 않고있다.
시간은 이대로 하염없이 흘러가는듯 했다.


그러나――



「…………
나노하



확실하게, 그 이름을 말했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않았음이 틀림없을, 정말로 작은 속삭임이었으나,
그것은 틀림없이 한 달만에 듣는, 나노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무서워했던 그 아이의 것이었다.
모포를 쥔 자신의 주먹을 지그시 바라보고있던 페이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했으나 꽤 말을 꺼내지 않는다.





44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8/10() 04:46:41 ID:Z0S3ReZW


나노하는 기다렸다.
지금까지는 페이트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페이트는 자신의 페이스로, 나노하가 원하는 곳으로 제대로 걸어와주고 있었으니까.
이제 스스로 재촉하는 것은 그만두고, 열심히 걸어와주는 그 모습을 보고싶다.
초조할 것 없다.
기다리면, 페이트는 분명 말해준다.


「……미안해요


그리고 페이트는 드디어 침묵을 깼다.


미안해요, 나노하
페이트쨩……?
미안해나 나노하한테 심한 짓 했어……나노하를 상처입히려 했어……」
「……
그런거 이제 괜찮으니까……」
네가 나로부터 떨어지라는 듯한 말을 했어……」
덜덜 떨면서 겨우 나노하의 얼굴을 본 페이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나노하는……이제 나 싫어졌지……?
페이트쨩……무슨말 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정말……?
정말이야. 쭉 좋아해
나노하도 역시, 흘러 내릴 것 같은 그것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어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당신을 껴안게 해줄래……?
「……
나노하
페이트는 나노하의 가슴에 안겨, 참고 있던 눈물로 볼을 적셨다.
페이트쨩……」
나노하나노하! ……」
몇번이나 몇번이나 그 이름을 말하며,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 혼자는 싫어! 너무 외로워……!
나노하는 소녀를 두번다시 떼어놓지 않으려는듯 확실히 껴안았다.
「……언젠가 페이트쨩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할때까지, 내 마음은 쭉 페이트쨩과 함께 있어……」

그래, ‘예전의 페이트가 돌아올때까지’라든가, 그런게 아니다.
이 사람이 페이트인 이상, .



맑게 갠 하늘에 해가 높이 떠올랐다.
평상시보다 밝게 비치는 햇살에 무엇이든 눈부신 그 방에서, 나노하는 3개월 전에 막 만났던 그 아이와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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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16:29 ID:0o3ZFMJq


*  *  *



조용한 밤이었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정원의 나무 사이로 여름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텐을 치지 않은 창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눈꺼풀 너머로 느낀다.
분명 아름다운 만월일거라고, 나노하는 상상했다.



――그 사람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만월의 빛

――나의 하늘에 떠오르는 금빛 보석



부드러운 그 빛을 느끼며, 나노하는 점점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신비한 밤이었다. 






90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19:48 ID:0o3ZFMJq


*  *  *




「――」


「음……」

문득 품 속의 온기가 살짝 움직인듯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역시 밖에는 둥근 달이 선명하게 떠올라있었다.

시계를 보면 시각은 아직 밤 두 시.
다시 자려고 페이트를 껴안았다.

「으……응」

그러자 나노하의 품 안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페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나노하는 팔을 풀며 가까이 있던 얼굴을 조금 떼고 페이트를 보았다. 
그러자 페이트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흐릿한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어? 페이트쨩……!?」
「으……응……」


페이트가 소리를 내고, 페이트가 눈을 깜빡이고 있어――



――…………이야……



――다행이야……!



――……페이트쨩…………드디어……





「……일어났구나……」





「응……나노하……」





90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25:27 ID:0o3ZFMJq


「페이트쨩……」

며칠 전, 이름도 불러주지 않았던 때와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나, 나노하에게 안겨있네」

페이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상냥하고 침착했다. 

「나노하……?」

「……페이트쨩……?」


……왠지 페이트의 모습이 달라……


「응, 왜에……나노하……」

페이트의 모습은 마치……

「어?」
천천히 페이트의 손이 뻗어와, 나노하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나노하는 놀랐다. 그리고 고동이 빨라졌다.
그러면서 페이트는 나노하의 입술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나노하의 연인 그 자체……


「……페이트……쨩……이야?」


………설마……


「응, 나야」


기억이……


「갑자기 왜그래, 나노하?」
「페이트 쨩……」
「응?」
「……나의……페이트쨩?」


돌아왔……어……?


「그래……나노하의……」





90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30:40 ID:0o3ZFMJq



그리고 페이트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나노하의 입술에 페이트의 입술이 살짝 닿는다. 


심장이, 머릿속이, 온 몸이, 불타서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의 연인이야……



페이트는 천천히 그 입술을 떼고, 다시 나노하의 입술을 사랑스럽다는 듯 손가락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달빛의 머리카락에 숨겨진 그 볼은 붉게 물들어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닿았기때문이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사람……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던걸까. 
이 때가 오리라는 것을 간절히 믿고있었다고 해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앞으로 이제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이 지금 이렇게 품 속으로 돌아왔다. 



「나노, 으응……」

나노하는 페이트가 그 이상 말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한 적 없었던 깊고 긴 입맞춤으로. 

부드러운 입술도 이렇게나 강하게 밀어붙이면 아플 것이다.
페이트는 놀라서 무심코 나노하의 어깨를 잡았지만,
그것도 몇 초 지나지않아 오히려 나노하를 놓지않으려는 것으로 변했다.
격렬해진것은 페이트쪽이었다.

나노하의 입술을 깨물듯, 그리고 입술 뿐 아니라 볼까지 빨아들일것처럼,
괴로워져서 숨을 쉬려고 입을 열면 페이트의 혀가 그것을 막았다. 



91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38:18 ID:0o3ZFMJq


페이트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몇 번의 행위 속에서 페이트는 언제나 힘겨워했고
나노하를 대할 땐 마치 유리를 다루는 것처럼 부드럽게 만지기만 했다. 
처음 할 때 나노하가 『아팠어』라고 말하자, 그 다음부터는 절대 자기가 먼저 나노하를 요구하지 않았다. 
나노하가 싫어하는 것이나 아픈 것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비비고, 아플만큼 강하게 손목을 쥐고.
그러나 그것은 나노하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으……핫」
「하아…」
겨우 입술이 떨어지면, 빨갛게 부은 입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이마를 마주대고 서로의 눈동자만을 바라보았다.
이제 누군가가 낄 틈도 없는, 연인만이 아는 그 열띤 시선으로. 
「나노하……」
페이트는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올려 나노하의 손목을 붙잡은 채, 나노하의 몸을 뒤로 눕혔다. 
자세는 변했어도, 뜨거운 한숨이 서로 섞이기 충분한 곳에 두 사람의 입술이 있었다.  
두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노하가 원하는 것
페이트가 하고 싶은 것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불길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다면 그것은 명백.

나노하는 페이트의 머리카락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페이트가
나노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깨물듯 키스를 했다.  
격렬하면서도 상냥하게, 너무나 상냥하게……

페이트의 혀가, 치아가, 숨이, 목을 기어가는 감촉. 
그것은 미칠 것 같은 쾌감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노하에게 쾌감을 준 것은, 페이트가 자신의 몸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몸에 주어지는 어떤 자극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이었다. 

페이트는 나노하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페이트는 욕망 그대로 나노하의 몸을 원하고 있었다――
나노하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었다――
나노하 때문에 이렇게나 상스러운 모습이 된다――





91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42:36 ID:0o3ZFMJq


제복 단추를 한 손만으로도 물 흐르듯 여는 손놀림이,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어른이라는 걸, 자신을 안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이 온 몸을 훑는다. 
셔츠 속으로 직접 살갗을 만지는 그 손은, 나노하의 호흡을 흐트러지게 한다. 
드디어 손가락은 스커트 속 허벅지를 타고……
몸을 더듬는 페이트의 손이 어디를 어떻게 만져도 이제 나노하에게는 쾌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기쁨밖에 주지않는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 머리로 나노하는 필사적으로 페이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눌러붙였다. 
자신의 몸에서 페이트가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나노하는 만지고 싶었던 몸을 만지고, 만져줬으면 했던 온몸을 만져지게되어
눈 앞에 있는 욕망의 대상에 모든것을 잊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 안에는 난잡한 숨소리와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만이 울린다. 
입에 올린 것은 서로의 이름과 그리고……

「나노하」

「나노하……」

「나의 페이트……」

「사랑해……나노하……」

「페이트……」



「나노하를 사랑해……」



얼마 안 있어 나노하가 절정에 이르자, 페이트는 나노하를 품 속에 끌어안았다. 
밤이 밝을 때까지 페이트는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키스를 떨어뜨렸다. 
마치, 나노하가 자고 있는 페이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91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52:26 ID:0o3ZFMJq


*  *  *



창밖이 살짝 밝아졌을 무렵. 
여전히 두 사람은 침대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온기와 고동만을 느끼고 있었다.

달콤하고나른한 수마 속에서 페이트가 나노하에게 겨우 속삭였다. 

「오늘은 둘 뿐이네」

「어……? 응……」

「나노하」

「……응?」

나노하는 페이트의 얼굴을 보았다.
페이트는 천장을 응시한 채,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만약……내가 이대로……」
「……?」
「……있지, 기억이 중간중간 사라지는 그 증상말인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제까지의 일 전부가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페이트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은 나노하를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려놓았다.

「응……」

페이트와는 아직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은 하지 않았다. 
피부로 사랑을 느끼고 있는데, 거기에 대화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알게 된 것은 눈 앞에 있는 페이트의 기억이 2개월 전 그대로라는것. 

「혼자서 조사는 하고있지만 잘 모르겠어」
「아……」

집무관을 그만 둔 것도 자료실에서 있었던 일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나노하는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지금이 몇월며칠인지 말해줘야하나?
프로젝트F에 대해서일까?
비비오에 대한 것도 말 하지 않으면. 
어떻게 말해야할지 순서를 생각하고 있을때, 페이트가 나노하쪽을 향했다. 
「미안해, 폐 끼쳐서」
갑자기 기억이 사라지고 악몽을 꾸거나 해서 모두를 곤란하게 했어,라고 말하는 페이트.  
「페이트쨩, 그런――」
페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그렇지만 말야, 하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91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57:32 ID:0o3ZFMJq


「한밤 중에 눈을 뜨면 네가 손을 잡아주고 있을 때가 있어서」

――어……?

「기뻤어」

――페이트쨩……설마…………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떠올릴 수 없었지만, 네가 그렇게 해주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안심했어」


――그랬……구나……아직……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없어지거나 하지 않았던거다

――그래서 페이트가 가끔 진짜 과거의 광경을 떠올렸던 걸까

――그리고 드디어 돌아와주었어

나노하는 차오르는 기쁨을 조용히 입안으로 삼키고, 그 미소를 페이트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페이트가 나노하에게 보여준 것은 미소가 아니었다. 

「그치만 앞으로 계속 나노하나 내 아이들의 발목을 잡게될지도 몰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실. 

――그런 말 하지마
――지금 이렇게 원래대로 돌아왔잖아

――지금 그런 생각 하게 하지마

「페이트쨩, 그런 거」
「나노하」
「……」

페이트의 심각한 표정이 나노하를 입다물게 했다. 

「나노하와 비비오한테 짐이 된다면, 그 때는……」
「그 때는……?」

――그 때는, 뭐……?



「나를 버려도 좋아」



――무슨……말을 하는거야……?





91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00:01 ID:0o3ZFMJq



「그러니 행복해져」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반드시 제대로 된 인간으로 태어날테니까」

「나는 나노하와 만나기를 기다릴테니까」

「그러니 그때까지는――」

「나노하를 잊어버린 나 같은 건 버려도 좋으니까」


――무슨……

……바보같은 말을 하는거야, 이 사람은……!!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바보같은 말을 하는 당신을……좋아하는데



「안버려!!」


――절대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없어지는거 용서하지 않아」
「나노하…」

――다른 것을 버려서라도 당신을 놓지못했다고

「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밀어내서라도 페이트쨩을 손놓지 못했어」
「……나노하?」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타일렀고, 누구든지 페이트에게서 떼어놓았다. 
린디나 알프에게, 에리오와 캐로에게, 그리고 프레시아에게도, 누구에게도 페이트를 빼앗기고싶지 않았다.

너무나 제멋대로. 

그치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페이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면 싫었다.
나노하가 아닌게 싫어서, 나노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증명해주길 바랐다. 
왜냐면 나노하가 제일 사랑하고 싶은 상대는 페이트로, 
페이트가 아니면 안돼서, 페이트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었으니까. 





91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06:39 ID:0o3ZFMJq


무서워서 차마 묻지못했던, 그 제멋대로한 행동과 마음에 대답이 필요해. 



「나는 페이트쨩이 싫다고 해도 떨어질 수 없어……」



――이런 내 마음을 받아들여줄래? 


――대답해줘



페이트의 눈에 눈물이 살짝 어려있었다.
그제서야 겨우 속마음을 터뜨린다. 

「……사실은, 불안해」

페이트는 나노하에게 꼭 달라붙어 그렇게 말했다. 
「나노하가 없는 세계에 있던 자신을 생각하면 불안해져」
「응……」
「나노하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너무 싫었어」
「……페이트쨩……」
「에리오와 캐로가……비비오나 린디 어머니가, 소중한 추억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서워……」
「……」

나노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어버린 소녀의 모습이, 눈동자가, 눈 앞의 페이트와 겹쳤다. 

「어째서 잊어버리는 걸까 생각하며 무척 울었어. 화가 나고 슬퍼서. 
근데도 잊어버려……얼마나 스스로 되뇌고, 어딘가에 써도,
자고있는 나노하나 비비오의 손을 쥐고 있어도……잊어버려……무서워……」


――이불 속에 숨어서 울고 있던 것은 당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 아이이고, 그 아이는 당신인걸


「그치만 나노하를 힘들게 하거나 곤란하게할까봐 그게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있던 그 아이. 

『이제 울거나하지 않을테니까』

나노하를 곤란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듯, 눈물의 흔적을 남긴 채 그렇게 말했던 사랑스러운 아이. 


――그 아이도 지금 울고 있어?





91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11:05 ID:0o3ZFMJq


지금 나노하의 눈 앞에, 나노하가 바랐던 사람이 있다. 
쭉 이렇게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노하가 생각하는 것은 기억을 잃은 작은 소녀. 


――그런 불안 속에 놔둘 수 없어……

――그렇게 놔두지 않을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페이트쨩」
나노하는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응……?」
그리고 페이트도 똑같이 상반신을 일으켜 나노하의 얼굴을 들여보았다. 
나노하는 페이트의 뺨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서 자신의 얼굴과 페이트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댔다. 
그리고 말했다. 


「사라져버리면, 내가 다시 추억을 만들어 줄게」


――다시, 시작하자

――우리들의 모든 것


「다음 생까지 기다릴 수 없어. 페이트쨩이 나랑 다시 만나는 것은 지금 생이야」


페이트는 붉은 눈동자에 가만히 나노하를, 나노하만을 비추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나노하의 말을 가슴 속에 깊게 깊게 새기고 있었다. 
가장 소중하고 가장 깊은 곳 한가운데에. 
설령 이 대화도, 새긴 장소조차 잊어버려도, 절대로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페이트의 어딘가에서 영원히 살아나가듯.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마」

「나노하……」





92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22:20 ID:0o3ZFMJq


페이트는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는 나노하의 손에 천천히 자신의 손을 포갰다.
한동안 마주보다가 서로 웃었다.
나노하는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페이트가 부끄러운 듯, 주저하며 말했다.

「……이제와서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처음 키스했을 때, 미안했어」
「어?」
「나, 나노하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해서, 얼마가지나도 옆에 네가 있는것만으로도
무척 두근두근렸어. 차에 둘만 있으니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어」


마음도, 몸도, 무엇이든 페이트와 서로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노하는 마음속이 모두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페이트쨩……나도 이런 말 지금하는것도 그렇지만……」
「응?」

「그때 그 초콜릿, 맛있었어」

「어……?」

「날 위해 골라준,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어」

「……나노하…………먹어주었구나」


수줍어하는 페이트의 얼굴은 매우 사랑스러웠다. 

부끄럼쟁이에 둔하고 서툰 사람이지만, 어디까지나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영원히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냉정하게도 시간은 다가왔다. 

연인들의 운명적인 이별

그것은 바로 앞까지 당도해있었다……





92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26:04 ID:0o3ZFMJq




「읏……」
「……페이트쨩!?」

갑자기 페이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가……」
「어!?」
「머리가 아파……」

언젠가와 비슷한 발작이 페이트를 덮쳤다. 

「바로 사람 부를――」
나노하는 페이트의 뺨에서 손을 떼려고 했지만 페이트는 그 손을 잡고서,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기다려, 나노하. 들어줘……」

페이트는 고통속에서도 평온하게 나노하의 눈을 보았다. 

「또……기억이 사라질 것 같아……」
「뭐!? 거짓말이지? 그런――」
「괜찮아, 다시 조금 있으면 나을거야」
「그치만……!」
「괜찮으니까……부탁이야, 지금 이야기하고 싶어」

나노하는 당장이라도 의사를 부르고 싶었지만, 페이트의 그런 모습을 보면 어째서인지 주저하게 되었다.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린다.





92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28:33 ID:0o3ZFMJq


「……알았어……말 해줄래?」
「응, 있지, 나노하……」

「응?」

「만약――만약 이대로 내 기억이 사라져버린다면――」

「……응?」

「나노하를 알지 못하는 나를 만나게 되면――」

「……응……」



「그 아이를, 다시 사랑해줄래?」





――반드시




「사랑할거야」




――몇번이라도



나노하의 말은 페이트에게, 그리고 이미 만나버린 운명의 사람을 향해있었다――

「그래……다행이다……」

페이트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듯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이제 정말로 안심했다는 듯이. 





92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30:11 ID:0o3ZFMJq


페이트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간다.
이제 고통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단번에 힘이 빠져 휘청이던 몸을 나노하에게 기대어, 천천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꺼풀은 점점 내려간다. 

「페이트쨩……! 페이트쨩……?」

나노하는 몇번이나 페이트의 이름을 불렀다. 
「페이트쨩!! 페이트쨩……!! 부탁이야, 아직 가지마――」
페이트의 시야는 이미 새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천천히 감기는 눈은 확실히 나노하를 비추고 있었다. 
이미 몇년이나 오랜시간 그렇게 비춰왔던 것처럼.
「페이트쨩……」
이윽고 눈은 완전히 감겼다. 

불안도 그 무엇도 없이,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품 속에 안겨 행복한 표정으로.



「그 아이, 분명 나노하를 다시 좋아하게 될거야」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11년 전, 파도소리가 울리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이름을 불러주었던,
손을 마주잡고 친구가 되었던 그 아이는


이제 잠들었다



편안히

조용히






영원히







92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32:33 ID:0o3ZFMJq


*  *  *  *  *




「어서와, 페이트쨩」


「어서오세요! 페이트마마!」


다녀왔어, 나노하, 비비오


「이거봐바 페이트마마! 이거 비비오가 만들어써!」


우와 정말 맛있어보여


「그거 진짜 맛있어, 페이트쨩」

「나노하 마마도 참, 맛 본다면서 엄청 먹었어」

「어~ 그렇지않아」


그래, 재밌는걸


「그럼 얼른 저기루 가자! 다같이 먹을거야!」


아, 비비오, 모처럼 만든건데 그렇게 달리면 케이크 떨어뜨린다구



93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1:34:05 ID:0o3ZFMJq


「빨리~! 이쪽이야~!」

「정말 비비오도 참」




「……그래서, 페이트쨩, 『다녀왔어』의 포옹은……?」


그것은, 물론


「자, 어서오세요 페이트쨩」


나노하……다녀왔어




「아직이야아ー?」


「후후, 그럼 이제 우리들도 갈까, 페이트쨩」







응, 나노하―――






*  *  *  *  *


― Hello, Again ― 전편

END







후편도 최대한 빨리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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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4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22:54:15 ID:jt3F8m8Y


*  *  *



『……아팠어……?』

『괘,괜찮아……』

『……기분……좋았어……?』

『…아…음……나노하는……?』

『나는…………………………아팠어……』

『!……미안!!』

『아, 아냐! 제일 처음에만! 괜찮으니까』

『미안해……이제 하지않을테니까』

『사과할 거 없어………그리고…………페이트쨩 굉장히 상냥했어?』

『……으, 응……』

『……있지 페이트쨩?』

『응?』

『이럴때 말야………좀 더 이렇게……꼭 안거나……팔베개라든가 하지않아……?』

『어? 아, 그,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농담이야! 그냥 한번 말해봤어! 그, 별로 그런 규칙같은건 없으니까 신경쓰지마?』

『……응……』

『으음……비, 아직도 내리네, 페이트쨩』

『그러고보니……응, 아직도 머리카락 축축한 것 같아』

『정말? 춥지않아? 페이트쨩, 좀 더 가까이 있으면 따뜻――』

『나노하, 감기걸리면 안되니까 뭐라도 입자?』

『………그래……알았어……』




갑작스러운 비에 떠오른 지난날.
나노하에게 있어서 멋진,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걸리는게 있는 추억





74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22:57:00 ID:jt3F8m8Y


――그때……


――우리들 정말로 사랑했었어……?


――그건 뭐였던거야……?
――이제 하지않을테니까, 라니……뭐야 그거

――아.. 그다지 나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던거야
――차 안에서도 그랬었지


――나……그렇게 사랑받진 못했던 것 같네


――서로 좋아하게 되고 같이 살게 되면서 당신은 분명, 나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게 된거야
――당신은 상냥하니까, 나를 거절하지 못했겠지


――그치만 나는……그렇지않아


――당신이 이렇게 되어버린 지금도 좋아하는걸
――예전보다도 더욱, 내가 얼마나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버렸어


――이대로 깨어나지 않을거라면, 몸만이라도 내것으로 있어줄래?


――그렇지만……



목소리가 듣고싶어

그 눈동자가 보고싶어


――그러니까 이대로 눈도 뜨지않고 이야기도 할 수 없는거 싫어……



――괴로워……







887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14:49 ID:6DyWIkyU


*  *  *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노하가 침실 문을 노크하자, 안쪽에서 린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와요, 나노하씨」
「늦어서 죄송해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는 린디의 옆에서
페이트는 편안하다고도 괴로워보인다고도 할 수 없는, 마치 감정 없는 인형처럼 자고 있었다.
그런 페이트의 얼굴을 보면서 린디는 말했다.
「아냐, 괜찮아. 페이트의 얼굴을 보고있으면 하나도 힘들지 않는걸」
린디는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까까지 알프도 있어주었고」
그것은 체력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피로인 듯 했다.
「그렇구나……알프씨가……」

그러고나서 나노하는 심문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린디에게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던 도중, 바닥에 놓여져있는 커다란 가방이 나노하의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좋지않은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이 가방은……
――짐 정리, 하려는 거겠지……

「그래……알겠어요」

나노하의 말이 일단 끝나자 린디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저, 린디 씨……그리고……」
「응?」
「제가 옆에 있었는데도 페이트쨩이 이렇게 된 거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노하는 린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린디는 순간 놀란 모양이었지만 나노하가 얼굴을 들었을 땐 평소의 웃는 얼굴이었다.

「괜찮아, 나노하씨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걸」
「아뇨, 아직 사과할 것이……」
「……뭘까?」

가방을 손에 든 린디에게, 그것을 저지하듯 나노하가 말했다.
그것은 사과하는 태도라기보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만약 린디씨가 지금부터 페이트쨩을 데리고 돌아간다고 말씀하셔도, 저는 거절할 생각입니다」
「……」
「데려가게 하지 않아요」
「……」
「죄송합니다」





88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16:28 ID:6DyWIkyU


린디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네. 페이트에겐 분명 당신이 필요해」
「린디씨……」
「그게, 나를 알고 있는 페이트는, 내가 알고 있는 페이트는, 언제라도 당신 옆에 있고 싶어했으니까. 
나는 지금도 이 아이가 소중한 그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어」
「네……」

린디는 페이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그 얼굴을 얼마간 쳐다보다가, 드디어 나노하가 서 있는 문 쪽을 향했다. 
그리고 나노하의 바로 앞에 멈춰섰다. 

「단, 당신의 근신처분이 끝나면 페이트는 내가 돌봅니다」
「아……」

나노하를 응시하는 린디의 목소리는 엄숙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한 달이 지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유지 할 생각인가요, 나노하씨?
린디의 그 말은, 마치 나노하에게 『눈을 뜨지않는 자식을 어머니가 간병해나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눈을 뜨지 않는 연인을 타인이, 그것도 일방적인 사랑일지도 모르는 인물이 간병을 계속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은 친어머니에게, 몸은 새어머니에게 빼앗겨버린다


그렇게조차 생각되었다. 

사실 프레시아는 페이트의 마음같은 건 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린디가 나노하를 페이트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던 적도 없거니와
연인이 된 것을 반대한 적도 없었다.
그것은 알고 있다. 
알 수 없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이다. 


――싫어

――싫어!!

――린디씨라도 빼앗지못해!! 

――나한테서 빼앗아가지마!!!

――어차피 내 마음은 무의미라는거야!?

――왜 나는 페이트쨩 옆에 있을 수 없는거야!!!


「나한테서 페이트쨩을 빼앗아가지마……!」





88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18:05 ID:6DyWIkyU


「나노하씨……? 누구도 당신에게서 빼앗거나――」

「페이트쨩은 건네지않아요. 절대 건네지않아요」

「……그래, 그치만말야, 쭉 이런 상태론 도저히 무리야」


――이대로는……
――지금 이대로는 무리라고……?


――그렇겠지, 그렇다면……


「……그럼……일을 그만두겠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쭉 돌보는 걸 증명한다면, 
그렇다면 자신이 페이트를 제일 사랑해도 좋다고 하는거라면.

다만, 자신에게 있어서의 긍지는 잃어버리겠지만.


「안됩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내린 나노하의 결단에, 린디의 한 마디. 

「……왜죠?」

모든것을 내던지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는게 그렇게 허락할 수 없는 것이란건가?
어째서――?
이번에야말로 나노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자신과 페이트를 갈라놓으려는 것에 대한 분노를. 

「제가 페이트쨩 옆에 있는 걸 왜 인정해주지 않는건가요!?
일을 그만두고서라도 페이트쨩을 생각하는게 나쁜건가요!?」

「그런게아니야, 나노하씨」

「뭐가 그런게 아니라고 하는건가요! 제 꿈과 희망을 버린다는 그 각오를 알아주지 않잖아요!?」

「당신이 꿈이나 희망을 버리는 걸 누구도 원하지 않기때문이야!!」

「그치만……!!」





89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19:44 ID:6DyWIkyU


「페이트가 좋아했던 당신은 어디로 간거야……?」

「……제가……?」


――어딘가로 가버린 것은 페이트쨩인데

――나는 어디에도……

――나는……


「당신이 당신으로 있지 않으면 페이트도 다른 누구도 구해질 수 없어」

「……저는 페이트쨩이 있어주지 않으면 지금까지처럼은 있을 수 없어요……」

「그치만 페이트가 좋아했던 것은, 하늘에 꿈을 그리며 비비오와 웃고있는 당신이야」

「……」

「나는 당신에게서 페이트를 빼앗거나 하지 않아. 페이트도 그런 건 원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그저 나는……딸이 소중히 여겼던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할 뿐. 그게 페이트의 어머니로서 당신에게 원하는 거야」

「……린디 씨」

「그게 그렇잖아? 그 아이가 좋아했던 것이 사라져버리면, 나는 어디에서 그 아이를 찾아야 하지……?」


린디의 말은 나노하에게 예전의 페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나노하와 같은 하늘을 나는 것을 기뻐하고, 나노하가 비비오를 안아올리는 것을 보며 미소짓던 페이트. 


「우리들을 잊고, 눈도 뜨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그 아이에게……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남겨줘」


그리고……



『나노하는 대단한걸. 그렇게 멋진 사람을 키웠다니』

『교도관이라는거 대단하구나』



침대에 팔을 괴고, 동경하는 눈빛으로 나노하를 응시하는 페이트――






89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21:28 ID:6DyWIkyU



「괜찮아, 페이트의 의식이 돌아오면 그때는 일을 내팽개치게해서라도 바로 오게할 거야.
분명 당신만이 의지가 될 테니까」
나노하가 얼른 평상시의 생활로 돌아가 비비오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나노하의 근신이 끝나고 나서는 페이트를 하라오운의 자택이나 밋드칠더의 병실에서 간병한다.
분명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거라고 린디는 말했다. 



『약속』

『비비오 착한 아이로 있을테니까 꼭 데리러 와, 마마』



그리고 나노하에게 작은 새끼손가락을 내민 비비오――



「나노하씨……?」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나노하를 린디가 부른다. 
그러자 드디어 나노하는 주저하면서도 린디의 말에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린디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노하의 팔을 부드럽게 감쌌다.

「틀리지 않아. 절대 잘못되지 않았어」
「……네……」




그러고나서 린디는 나노하의 배웅을 받으며 복도를 걷는다.
빈 가방을 무거운 듯, 등 뒤로 머리채를 잡히듯. 

「생각나네, 페이트가 초등학교 4학년때 있었던 일」
「네?」

현관까지 가는 짧은 길 사이, 린디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기 시작했다.







89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24:06 ID:6DyWIkyU


「그 아이가 처음으로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모임을 했을 때야. 츠키무라씨 댁이었던가? 페이트가 선물교환으로 당신의 장난감 반지를 받았을때인데」

겨우 침착을 되찾은 나노하는 갑작스러운 화제에 바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크리스마스에 스즈카의 집에서 모였던 적이 있었다. 
아리사와 스즈카, 하야테와 나노하 그리고 페이트 다섯이 각각 선물을 준비해서. 

「아-, 그러고보니 그런 적도……제가 준비했던 그 반지, 유명 브랜드의 레플리카였어요.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어가지고, 제 것도 샀었어요」

그리고 누가 갖게될지 모르는 그 선물은 페이트의 손에 들어갔다.

「그 아이 무척 기뻐했었어. 그거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니까 『이거, 나노하랑 같은거에요』하면서 얼굴 빨개져가지고. 
학교도 교복도 휴대전화도 전부, 당신과 같은 것은 무엇이든 기뻐했었는데……단순하지만 귀엽잖아?」

확실히 페이트는 제복을 받을때도 휴대전화를 살 때도 기뻐보였다.
그게 린디가 말한 것처럼 『나노하와 같은 것이니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좀 더 빨리 알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네……그런걸로 기뻐하다니, 왠지 부끄럽네요」
「그런데 나중에 페이트가 그 반지를 잃어버렸어」
「어디서 떨어뜨렸던 건가요」
「으응, 알프가 반지를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린 것 같아서말야, 그 아이도 참 밤에 숨어서 울었는걸……」
「그, 그랬어요? 몰랐어요……」
「그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과 같은게 좋았던거야」

지금은 이제 페이트가 잊어버리고만 과거.
그렇지만 린디와 나노하의 마음에 살고있는 페이트의 모습은 결코 빛 바랠 리 없다.

「……기쁘다」
「페이트는 당신과 함께인게 가장 좋은거야」



린디는 현관 문 손잡이를 잡고, 살짝 돌아보며 더욱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후후, 그러고보니, 이런거 나노하씨에게 알려줬다가 페이트한테 혼날지도 모르겠지만,
반년 전, 그 아이가 우미나리 시에 돌아왔을 때, 당신에게 반지를 주려고 했었어」
「네!?」
「옛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에 받았던 것과 꽤 닮은 디자인만 보고있었어」
「저, 정말인가요!?」
「응……그치만 그 아이 그런쪽으로는 쑥맥이니까, 결국 샀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구나……」





89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26:40 ID:6DyWIkyU


페이트가 그랬었다니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되기 전에, 이렇게나 질투와 불안 그리고 페이트의 마음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해버리기 전에, 만약 페이트로부터 그 반지를 받았더라면――

그게 나노하가 원했던 『사랑의 증거』가 되었을까? 

물론, 린디가 생각하는 의미로 페이트가 그 반지를 살 생각이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된 채.
그것도 린디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제 그 반지는 받을 일도 없을테고, 그런 상황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슬퍼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린디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불러주렴」
나노하가 배웅을 하려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린디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방금전 과거를 그리워하듯 상냥했던 표정이 일변해, 결심한 것처럼 나노하에게 말했다.

「그 아이……페이트가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도록 도와주렴」
「린디씨……」
「그 아이를 구해주세요」

침실에 있었을 때와는 반대로, 이번엔 린디가 나노하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아! 린디씨――」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린디는 문을 닫았다.

「……」

나노하는 순간 그 곳에 멍하니 서 있었지만,
이윽고 가슴을 조일정도로 냉정한 생각이 자신의 뇌리를 스쳤다.

린디가 머리를 숙일 정도로 자신은 대단한 인간이 아니다

침실에서 자기가 내뱉었던 말을 린디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잡이에 손을 대었을 때, 문 저편에서 린디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게 흐느끼는 소리와 문에서 느껴지는 린디의 희미한 무게감. 





89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27:33 ID:6DyWIkyU


나노하는 문을 열 수 없었다. 




11년간 페이트의 어머니로서 애정을 쏟아왔던 린디.

딸을 빼앗아간 인간에게 머리를 숙여 부탁하는 의붓어머니.

페이트를 생각하는 마음에, 소중한 딸을 자신에게 맡긴 어머니.





프레시아 따위가 아냐.
페이트의 진짜 어머니는 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페이트가 좋아했던 당신은 어디로 간거야』

『……가만히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

『자네도 어지간히 실망했겠군』

『비비오는 아직 어리다고』

『나노하, 괴로운것은 너만이 아니다』

『그기로 좋은겨?』

페이트마마는 이제 비비오를 싫어하게 된거야……?

『미안, 나는 페이트를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내게 그 사람을 생각할 자격은 없는걸까?
내 마음은 대체 뭘까?
내 사랑은 이기적이고 경박하고, 잘못된 것일까.




나노하는 그 대답을 듣는 것이 무서웠다.





89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9(火) 23:34:09 ID:6DyWIkyU


*  *  *



나노하가 침대에 누워있는 페이트의 얼굴을 쳐다본 지 수 시간이 지났다. 
저녁때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 평상시라면 목욕도 끝냈을 시간.
그러나 배고픔이든 무엇이든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숨만 쉬고 있는 페이트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나노하는 누워있는 페이트를 향해 속삭였다. 

「페이트쨩……어머니에 대해서 거짓말해서 미안해……」

이제와서 이래봤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노하는 침대에 올라 페이트의 옆에 누워, 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페이트의 표정에서 감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페이트쨩, 지금 무슨 생각해? 지금, 어디에 있어……?」

이젠 나노하가 없는 곳에 있는 걸까――

그러고서 한동안 페이트의 어깨를 끌어안고서, 뺨에 자신의 입술이 살짝 닿을 거리까지 얼굴을 마주댔다.
「예쁘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는 연인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언젠가 이 아름다운 사람은 나노하의 것이었다.

그런 적도 있었다

분명 연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89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11:18 ID:0o3ZFMJq


「우리들……연인이었던거지?」

나노하가 속삭인다.

「페이트쨩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줬었는데」

스스로 꺼낸 소중한 추억이 마음 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굉장히 기뻐서 우리 둘 다 울었지」

자신이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본부 시설의 옥상으로――밤하늘이 무척 아름다웠다.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훨씬 전부터 좋아했었어」

연인들의 추억을 나 자신이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읊는다.
그것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벌써 잊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첫 키스는 페이트쨩의 차에서……」

――당신은 놀랐었지
――갑자기였으니까, 너무 밀어붙였던걸까

「처음 서로를 안은 건 이 방의 이 침대였어……」

――비오던 그 날, 당신과 함께 고른 이 침대에서 서로를 안았어

「그땐 얼굴이 터질 정도로 부끄러웠는데」

――그치만 기뻤어……
――이제 이걸로 당신의 모든 것이 나의 것이고, 내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당신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노하는 그 몸이 닿아있는 침대의 부드러움과 페이트의 몸의 감촉을 몇번이나 확인하며 스스로 떠올리려 했으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꿈처럼 나노하의 안을 떠돌 뿐.

「그리고있지, 우리한텐 같이 살고있는 여자아이가 있어」
「왼쪽 눈은 당신과 같은 눈동자……같은 색이야……」

――난 항상 불평했지만, 사실은 당신이 비비오의 응석을 받아주면서 귀여워할 때의 웃는 얼굴을 보는게 좋았어





89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30(水) 00:13:13 ID:0o3ZFMJq


「셋이서 있으면 정말로 부부와 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었어」

――이렇게 행복한 나날이 쭉 계속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사실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지금은 이제 알 수 없지만……



――그 행복했던 날들은 꿈이었던걸까


  
――그렇지만 나는……그게 꿈이라고 해도 행복했는걸

――당신이 있고, 비비오가 있고……웃어주었으니까……




「정말로……굉장히 행복했었어, 나……」




――만나고 싶어




――신이시여




――다시 한번 그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말을 할 때 마다 뺨에 닿던 입술을 떼고서
페이트의 머리에 살짝 키스 하며 나노하는 눈을 감았다.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이번편 분량이 많아서 작업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개인 사정도 있었고...

중간에 린디 말투때문에 고민 많이 했는데... 쩜쩜...

나노하가 혼잣말 하는거나 린디마마 뒤돌아서 우는거 크ㅠㅠㅠ

다음편도 시간나면 최대한 빨리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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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0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20:19 ID:jt3F8m8Y


*  *  *



――누구?



――나오지마



――나를 괴롭히지마



――어째서 머릿속에 그것을 보여주려고 하는거야 

――어째서 나에게 나노하의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하는거야


――그런 짓 해봐야 나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데

――그런 짓해서 뭘 하고 싶은거야


――누군가에게……전하고 싶은거야……?



――나,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있지, 빨리 나가줘

――그렇지않으면 나……





――외톨이야……




――이런 곳 싫단말이야


――나, 어디로 가면 돼?

――나, 이대로 사라져버리는거야……?

――나 어떻게 되는거야?





70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21:21 ID:jt3F8m8Y



――무서워



――어머니


――외로워


――어머니


――너무 외로워





――이런 곳에 두고 가지마


――나를 버리지마


――외로워






――외롭다고……







――나노하…………





페이트의 의식은 더욱더 깊고 깊은 곳으로 떨어져갔다.





71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25:00 ID:jt3F8m8Y


*  *  *



타카마치 나노하 전투기술교도관
・본국 내 방위레벨E 자료실No.05에서 대규모 파괴행위
・자기방위를 위해 포격
・의문점은 있으나 6과에서의 공적이나 인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행한 것으로 판단
・파괴 된 데이터는 F. T. 하라오운 집무관(당시)이 본건으로부터 80일 전 백업한 것을 책임자에게 신청하여 국원A에게 넘겼기 때문에 피해는 없음
・그러나 해당 당사자의 행위로 인해 건물 복구작업 및 신규컴퓨터 도입에 따른 고액의 손해발생
・기억장해자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재 가능성
・단, 관리국측은 F. T. 하라오운 前집무관의 증상을 가볍게 여겨 즉시 집무관자격을 박탈 혹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본건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관리국 측의 책임이 큼
・따라서 해당 당사자에 대한 처분으로 30일간의 근신과, 같은 기간동안 교도관 자격을 박탈한다

페이트 테스타롯사 하라오운 (前집무관)
・당 사건 발생시 신분증은 유효했기때문에 불법침입은 성립하지 않음
・그외 데이터의 무단반출이나 위법행위는 보이지않음
・몇 점의 자료를 부수는 등 다소의 파괴행위
・그러나 해당 당사자는 프로젝트F의 피해로 심신상실상태에 있었음
・따라서 범죄성은 없으며, 처분도 없음
・오늘 정식으로 사직서가 수리되었기 때문에, 신병확보 및 후처리는 현재를 기점으로 친족 등의 것으로 한다

・또한 차원항행함XXX의 함장 겸 제독인XXX는 책임자로서 엄중한 처분을 내리기로 한다
・F. T. 하라오운 前집무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공적이나 프로젝트F로 인한 피해를 감안하여, 관리국은 치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3일 후, 본국 내 임시회의실

고대유물관리부 책임자, 방위장관 그리고 저번에 봤던 제독 등 높으신 분들께 둘러싸여 수 시간.
아무리 자기방위라고는 해도 교도관으로서 좀 더 책임있는 판단을 하라는 등.
시종 나노하에대해 비난의 화살이 이어졌지만, 결국 내려진 결론을 보면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그 국원과 페이트가 데이터를 백업해 두고 있었던 것이 최대의 이유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처분은 나노하로선 꽤 관대한 편이었다.

어쨌든 심문회의는 끝나, 나노하는 겨우 해방되었다.
실내에 친구와 둘만 남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벽에 기대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피곤하다……」
「자, 수고했어」
「하야테쨩도 일부러 오게해서 미안해」
「괜찮여. 내도 관계없지는 않으니께. 머, 잠시동안 휴가라는기네」
「1개월인가……」
「그런일 해부려놓고 이보다 가벼운 처분은 없을겨~ 불만은 없는기여」
「응, 아니, 그런게 아니고 오히려 반대려나」
「반대라니?」
「한 달은 말할것도 없이 그냥 이대로 일 그만두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71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29:28 ID:jt3F8m8Y


그것은 페이트가 바다에서 쓰러진 이래 쭉 고민해 오던 것이었지만, 나노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병실에서 같은 것을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서.
그러나 그때 그만두거나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격려받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 일은 자신에게 있어 천직이자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때는 자기 자신뿐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자기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자기 한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페이트쨩 아직 자고있제……」

「응……」

자료실에서 사건이 일어난 지 3일째 되는 오늘, 페이트의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노하는 주치의의 허가를 얻어 페이트를 자신의 방 침대로 옮긴 후 본국으로부터 심문회의 호출이 있을때까지, 옆을 떠나지않고 보살폈다.

「의식을 잃은 건 기억탓이라기보다 일시적인 쇼크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서 언젠가는 의식이 돌아올거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지만……」
「……걱정이여……」
「응……내일 깨어날지도 모르고, 어쩌면 몇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런,가……」
「그래도 같이 있고싶어. 깨어났을때 옆에 있고 싶어. 이미 미움받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네가 처음부터 날 돌봐주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페이트가 자신에게 내뱉은 거부의 말이 나노하의 가슴에 아픔을 되살린다.

하야테가 본 나노하의 모습은 너무나 연약해보였다.
충격으로 그렇게나 의기소침해 있으면서도, 그런데도 자기가 페이트를 돌보고싶다는 나노하. 
하루에 한번, 담당의가 주사를 놓거나 그외 여러 케어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시간을 제외하면,다른 사람은 집에 들이지 않고
혼자서 간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고집스럽다고 할 정도의 생각을, 하야테는 아무래도 반대할 수 없었다.

하야테하고는 초등학교때부터 소꿉친구였던 나노하와 페이트.
과거 몇번이나 하야테를 도와줬던 두 사람.
같은 동성이라는 것과 양자에 대한 일, 이러저런 벽을 각오하고 겨우 함께 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말로가 이렇게 될 줄이야 참으로 너무한 이야기다.
그러니 적어도 나노하가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페이트에게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야테는 나노하에게 비비오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않았다.
나노하는 그 일로 분명 고통스러워하고 있을테니까.
언제나 빛나보였던 나노하가 이렇게도 애처로웠다.

「……그럼 오늘도 얼릉 페이트쨩헌티 돌아가야것네」
「응……오늘은 린디씨가 와주고 계시지만……」
「그럼 다행인네」
「……응」





71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32:06 ID:jt3F8m8Y


하야테는 린디가 옆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

그러나……

나노하는 달랐다.
하야테처럼 안심할 수 없었다.

오히려, 불안.
그리고 자신도 그다지 알고싶지않은 감정이 나노하의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내가 페이트쨩이랑 있고싶은데

――그런데도 린디씨는 분명……



「아, 크로노군헌티 통신들어왔다」

생각에 빠져있던 나노하가 하야테의 말에 살짝 놀라 모니터를 보면
일이 어떻게되어가는지 듣고 걱정한 크로노의 모습이 영상에 비쳤다.

『나노하, 하야테도 같이 있었구나』
「미안해 크로노군, 걱정끼쳐서」
「시방 회의 끝난 참이여」
『아아……처분은 괜찮았던가?』
「응, 30일간 근신 뿐」
『생각했던 것보다 가벼운데?』
「그렇네」
「그, 그렇제」

크로노의 한 마디에 웬일인지 하야테가 당황했다.
크로노는 그것을 놓치지않았다. 

『……하야테……?』
「……왜그러는디」
「……하야테쨩……??」
「몰러. 아니, 암것도 안했어」

황급히 딴청을 피우는걸 보면, 확실히 이번 회의에서 나온 결과와 관계가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71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36:06 ID:jt3F8m8Y


『나중에 너 자신이 처분받을 짓은 하지 않았겠지?』
「그런거야, 하야테쨩!?」
「그런 일 안혔어! 내는 그냥 방위장관이랑 술친구 했을뿐여!……아」
『……설마 그런 커넥션을 늘 사용하지는……아니, 말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이번엔 아무것도 묻지않기로 한다.
페이트와 나노하를 위해 한 것이니까……』
「고마워……! 하야테쨩」
「감사인사한대두 내가 뭔가 혔단 증거는 없잖여? 그니께 절대루 그런말 하지마러」

쓴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어 나노하의 인사를 일축하려고 하는 하야테.
나노하는 그런데도 고맙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응……그래도……고마워」
「알았으니께 말하지 말래두」
『하야테, 이번에 마시러 갈때는 부디 잘 부탁한다. 그럼 슬슬 임무로――』

「저, 크로노군……어떻게 생각해?」
통신을 끊으려던 크로노였으나, 나노하가 그것을 일단 막았다.

『음?』
「페이트쨩이 눈을 뜨면……기억, 언제 돌아올지……언젠가 돌아올지……」
『……그렇구나……』

크로노는 담담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어떠려나. 기억이 완전히 과거의 것이 된지 이 2개월은
페이트 안의 시간의 흐름이 현재로선 안정되어 있으니까. 지금은 일반적인 기억상실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경우, 발단이 된 사건이나 장소를 한번 더 체험하게하면 기억을 되찾는 일도 있는것같지만……』
「응, 그래서?」
『그러나 페이트는 그런 사건이나 계기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니까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응……」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는 것이다』
「……」
『지금 시점에선 기억삽입에 의한 플래시백의 메커니즘조차 해명하지 못하는게 현 상황이다.
즉 우리 연구반이 말하기로는……』
「……뭐야?」
「……언제 같은 증상이 나올지 모른다는겨……?」
『그래, 잔혹한 일이지만……이 앞으로도 페이트의 기억이 다시 P. T.사건 이전의 것만 남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런……!」

크로노의 말은 나노하에게 이 세계의 종말을 고하는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거짓말이지……!? 크로노군!」





71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38:56 ID:jt3F8m8Y


기억이 돌아오기는커녕,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인가.
그런일이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런 비극이 어디있을까.
그러나 크로노는,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라고 확실히 말했다.
어설픈 위로같은 것 없이 그저 사실을 말했다.

「나노하, 괴로운것은 너만이 아니다」

그렇게 말해져, 나노하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


――나만 괴로운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있어……!

――그치만 이렇게돼서 지금 가장 괴로운것은 나라고!?


『나노하, 너에게만 수고를 끼칠 생각은 없다. 우리들 페이트의 가족도 있어. 얼마든지 의지해줘』


――싫어, 그런거


『모두 페이트를 그리워하고있으니까. 혼자서 끌어안지마』


――나로선 어떻게도 할 수 없다는 거야!?


「나노하쨩……」
하야테가 나노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럴리 없어……!」

나노하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페이트쨩이 원래대로 돌아올거라고 말하라고……!!」
애원하듯 모니터를 향해 외치는 나노하에 대해, 크로노는 언제나처럼 냉정했다.

『미안, 호출이 걸려왔다. 임무로 돌아가지』

하야테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노하를 뒷전으로, 간단히 자신을 억누르고 업무로 복귀하는 크로노.
그리고 통신을 자르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페이트가 깨어나는 것을 먼저 생각하자. 페이트는 언젠가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줄거다』



나노하에게는 크로노의 그 보일듯 말듯한 동생에 대한 마음과 평상시의 냉정함이,
『너무나 페이트를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해서 싫었다.





71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42:17 ID:jt3F8m8Y



크로노와 통신이 끊긴 후에도 나노하는 한동안 주저앉아있었다.
어떤 말을 걸어야할지 몰라 하야테가 쩔쩔매고 있을때, 노크가 들렸다.
「네?」
하야테가 노크에 대답하면, 실례합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며 붉은 머리 소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에리오? 무신 일로 여까지 온겨?」
「……지금 나노하씨가 여기에 있다는걸 알게되서……」

나노하는 아직 얼굴을 숙인 채, 에리오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하야테가 대신 에리오에게 물었다.

「나노하쨩헌티 무슨 용건이라도 있어?」
「네, 저……오늘 아침 티아씨가 캐로와 제가 있는 곳으로 만나러 와주셔서……거기서 들었습니다」
「들었다니 뭐를?」
「……페이트씨, 지금, 의식불명이라고……」

겨우 거기서 나노하가 에리오를 보면, 창백한 얼굴로 지금이라도 울것같은 모습이었다.

「……응……그려……걱정스럽겠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으니께, 엉?」
「네……」

에리오는 나노하를 보고 말했다.

「저, 페이트씨와 만나고 싶어요」

나노하는 흠칫했다.
나노하의 모습에는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에리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럴때 정도는 저나 캐로도 페이트씨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페이트씨와 이야기 할 수 없어도……그저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아요」
「……」
「그러니 저희들을 페이트씨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하야테가 『페이트와 닮았다』고 말한 그 성실한 상냥함과 진지한 눈빛에,
나노하는 그러나 머리를 내저었다.

「…………안돼」

에리오에게 있어서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아……」
「나노하쨩……?」

그것은 하야테도 마찬가지라서, 설마 이 뒤 나노하가 에리오를 상대로 고집을 부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안돼! 미안, 만나게 못해」





71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7(日) 00:45:26 ID:jt3F8m8Y


「……잠ㄲ……나노하쨩, 만나게 해주는 정도는 암것도 아니자너, 어떻게 된겨」
「에?……어……어째서입니까? 나노하씨?」
「페이트쨩은 내가 돌보니까, 괜찮으니까」

나노하는 일어서서, 테이블 위에 두었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노하씨, 저, 만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 이제 돌아가지않으면」
에리오의 당연한 물음에, 정리한 서류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나노하가 말했다.
그리고 그대로 방을 나가려고 에리오 앞을 지나갈 때, 나노하는 에리오에게 팔을 붙잡혔다. 

「나노하씨……!」
「……」

나노하는 에리오의 눈을 볼 수 없었다.

「……나, 에리오와 캐로에겐 사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왜……죠?」
「……너희들로부터 페이트쨩을 빼앗았으니까」
「……」

나노하가 하고있는 것은, 확실히 나노하가 말했던대로일지도 모른다.
에리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에리오는 나노하에게 화내거나 하지 않았다.

「저는…………페이트씨가 그걸로 괜찮다면……」

에리오는 페이트와 나노하가 자료실에서 어떤 회화를 주고받았는지, 얼마나 지독한 관계에 빠졌는지 모른다.

「페이트씨가 언제나 믿고있었던것처럼, 저도 나노하씨를 믿고있습니다」

에리오는 그저 순수하게 페이트를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것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져, 나노하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에리오……」

「……그러니……나노하씨가 안된다고 하신다면, 페이트씨와는 만나지 않겠습니다……
이유도 묻지않겠습니다……저……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합니다」


에리오는 슬픈듯 미소지으며, 나노하와 하야테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나노하가 얼마나 제멋대로인 감정을 안고있는지 의심도 하지 않고.

그리고 나노하는 생각했다.
확실히 슬플 정도로 『닮았다』고.
그리고 그 사람과 닮은, 마음 따뜻한 소년의 마음에 자신은 등을 돌리고 있는것이라고.

페이트를 그리는 마음때문에, 페이트가 소중히 여기던 것까지 밀어내고 있는 자신을 나노하는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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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0:37:06 ID:A8qKm51G


지금까지 잘 숨겨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지않으면――
그렇지않으면 어둠과 동화한 칠흑의 제복이 그대로 페이트를 삼켜버릴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기분나쁜 어둠의 색은 마치……페이트의 어머니같은……

「페이트쨩……돌아가자?」
「………」

침묵하는 페이트.
그 손에는 바르딧슈가 쥐어져있다.

「집에 돌아가자, 응?」

이윽고 페이트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창백한 빛을 내뿜는 모니터 앞에 선 그림자.
그 그림자 속에서 떠오른 하얀 얼굴은 무서울정도로 무표정이었다.

「이거 거짓말이지……? 나 이런식으로 태어난거야……?」

이번엔 나노하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이런 짓 할 리 없어……」

바르딧슈가 부서지는건 아닐까 싶을정도로 꽉 쥔 페이트의 주먹은 살짝 떨리고있었다.
무표정이었던 페이트의 얼굴이 점점 분노로 물들어간다.

「미안! 페이트쨩, 미안해!」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말 할수 없었어, 그치만――」
「어머니가 이런 짓 할 리가 없다고! 나의 어머니가!!!」

나노하의 말을 끊으며 페이트가 절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옆에 있던 책장을 있는 힘껏 밀어 넘어뜨린다.
커다란 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져, 나노하는 무심코 귀를 막았다.
쓰러진 책장으로부터 굴러떨어진 파일박스가 컴퓨터 키보드 위로 떨어져,
페이트 뒤에 있던 자료실 모니터가 작동한다. 
『Random Select――OK』
재생된 것은 11년전의 영상.
나노하와 페이트가 바다 위에서 격렬한 공방을 펼치는 장면이었다.
당시 관리국이 긴급히 촬영했던 전투의 기록. 





51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0:44:37 ID:A8qKm51G


「페이트쨩, 부탁이야 진정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거 알아, 그치만 사실이야……」
「뭐가! 사실이란게 뭐야!?」
「그러니까, 그건…」

이제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가.

――확실히 우리들은 몇번이고 싸웠어. 그치만 난 당신과 싸우고 싶었던게 아니라……
――당신은 어머니가 말하는대로――아니, 어머니를 위해서……

할 말을, 변명을 생각해보지만 뒤죽박죽이라 바로 정리되지 않는다.
컴퓨터와 서류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사건의 원인과 일어난 사실, 그리고 전투의 양상 뿐.
나노하의 마음이나 프레시아가 페이트를 향해 내뱉었던 말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어』라고는 한 자도 써있지 않는데다가
『페이트, 네가 정말 싫었단다』라는 그 말도 이젠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국 측에는 그런 구체적인 발언까지 기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안타깝지만 당신의 어머니는 죄를 범해서……
――당신이 다른 사람들처럼 태어난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인간이고, 그리고……
그렇게 말했을 때 페이트는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현실에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적도 없는, 그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비극적인 사실을, 그 누구라도 간단히 납득할 수는 없을것이다.


「……가끔 머리에 떠오르던 그게 뭔지 드디어 알았어」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고 필사적인 나노하를 뒷전으로 페이트가 툭 하고 내뱉었다.

「어?」

「네가 나와 싸우는 기억이야」


――페이트쨩……? 그 말은……

「이 화면의 영상이 맞다면, 나의 그 기억도 맞다는거구나」

――설마 그때의 일, 생각해낸거야??

――그렇다면……그거는……!

「즉 그것은」
「……페이트쨩, 그건――」
설명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땐 이미, 페이트는 결론을 내렸다.


「네가 나의 적이라는 거다」


나노하는 말을 잃었다.
눈 앞에서 페이트가 배리어쟈켓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저 보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왜 이렇게 되는거야




51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0:50:29 ID:A8qKm51G


심한 노이즈가 모니터 영상을 흔들어, 그 빛에 페이트의 모습도 일렁인다. 
화면의 정면, 하얀 망토가 중력에 끌려 가라앉았을 때 페이트가 나노하에게 뻗은 손에는 도끼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나는 페이트쨩의 적 같은게 아니야!!」
「그럼 거기서 비켜주겠어?」
「뭐야? 어째서 그런 모습을 할 필요가 있는거야……?」

그런 모습으로 어디에 무엇을 하러 갈 생각인지, 그것이 나노하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는 건 틀림없었다.

「비켜」
「싫어. 도망치지말고 이유를 들어줘」
「도망치는게 아니야……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있어!!」

「나는 페이트쨩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는 페이트의 모습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나노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트는 전혀 듣지 않았다. 

「그럼 어째서 나를 방해하는 거야!? 거기서 비켜!!」

페이트는 이성을 잃은 듯 외치며, 평상시엔 볼 수 없는 거친 손놀림으로 거기서 비키라고 나노하에게 손짓했다.
나노하의 배후에는 이 곳의 유일한 출입구.

「대체 어디에 가려고 하는거야?」

나노하의 물음에 답한 것은 바르딧슈의 냉혹하고 낮은 음성이었다.


『Haken Form』


――이럴수밖에……없는거야……?
――당신과 싸울 일은 이제 두번다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빛나는 황금색 칼날이 자신을 향한 것을 확인하고, 나노하는 바로 배리어재킷을 걸쳤다.
그와 동시에 페이트가 단숨에 나노하를 노려 달려들었다.

「온다, 레이징하트……!」

금속끼리 부딪치는듯한 소리와 함께, 나노하의 마법진이 페이트의 칼날을 막아냈다.
페이트는 재빨리 자세를 바꿔 바르딧슈를 내려쳤지만, 재차 마법진에 막혔다.
「이런거 그만둬!」
「그럼 방해하지마!」
일단 후방으로 날아 크게 뒤로 물러선 페이트는 재빨리 체제를 갖추고서
빛나는 구체를 몇개인가 만들어냈다.
『Photon Lancer』
「파이어!」
『Flash Move』
고속사격은 그것을 피한 나노하의 등 뒤로 하나 둘 폭발을 일으키며 흩어진다.
관리국 제일의 방위력을 자랑하는 견고한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노하가 이동한 끝에는 이미 페이트가 바르딧슈를 휘두르고 있었다.
『Round Shield』





51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0:54:24 ID:A8qKm51G


칼날은 불꽃을 날리며 다시금 레이징하트의 방패에 튕겨나왔다.
「다시 한번 일제사격, 간다」
『Plasma Lancer』
「모두 격추해 레이징하트!」
『Divine Shooter』
빛의 창은 몇번이고 튕겨나와 다시 찌르듯 나노하를 향해가지만
디바인슈터의 추격에 의해 하나, 다시 또 하나 파괴되어간다.
그 사이 페이트는 몇번이나 나노하에게 달려들었다.
나노하는 방어 일변도였지만, 반복되는 페이트의 공격을 착실하게 막았다.
페이트는 그것에 대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2분쯤 지나자 플라즈마 랜서의 창은 모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바르딧슈! 어떻게 된거야, 좀 더 잘 할 수 있잖아!?」
격한 어조로 바르딧슈에게 묻는 페이트.
『Sir, It's not an intention of Device. I not disobey you absolutely』
디바이스가 주인을 거역하는 일은 없다, 고 바르딧슈가 답했다.
『This is your intention』
「그렇다면 좀 더 잘 싸울수 있을 터」

페이트가 말한것처럼, 이래서는 훈련 때의 전투가 더 나았다.
나노하로서도 페이트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예상외였다.
이런 접근전에서는 페이트가 유리할텐데, 그저 다짜고짜 단순한 공격을 되풀이하기만 할 뿐. 
「어떻게된거야, 페이트쨩……?」
페이트가 결정적인 공격을 하지않는 이유를 모르는건 나노하만이 아닌듯 했다.

「이럴시간이 없다고, 바르딧슈! 빨리 가지 않으면!!」
『I think that I solve it early if you used New Sonic Form. Riot Zamber Stinger is effective to this distance』
(소닉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정거리라면 라이오트 잔바가 유효합니다)
바르딧슈는 주인의 바람처럼 되도록 전황을 분석하여 그렇게 고했다. 
확실히 이 장소에서 소닉폼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나노하라도 방어만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
『Sir――』
「……그건……안돼……」
그러나 주인은 충실한 디바이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건 쓰지않아도 돼……」
『Why』
「그런거 쓰지않아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야!!」
그렇지 바르딧슈, 하고 말하는 페이트.
『Of course, Sir. Because that girl doesn't attack us』
(그 말대로입니다. 상대가 공격해오지 않으니)
「……」
나노하는 아직 페이트에게 어떤 반격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있던 상황을 바르딧슈로부터 듣고서, 페이트는 왠지 자신이 주저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구나……」

그러나 지금 나노하에게 길을 막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주저하는 이유를 여유롭게 분석하고 있을 시간은 없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계속 되면 아마 경보가 작동해 방해꾼들이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목적을 이루기 힘들어진다.
「그렇지만……나는 가지않으면」

목적지는 여기보다 좀 더 안쪽의 방

페이트는 나노하로부터 일정 거리를 확보한 채 바르딧슈를 고쳐잡았다. 
물론 공격하기 위해서.





51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0:57:14 ID:A8qKm51G



……그러나 전투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부탁이니까 거기서 비켜」
「……어디에 갈 생각인거야?」
「쥬얼시드를 보관하는 곳이야」
「……그런걸로 이제와서 어떻게하려고?」

「알하자드에 간다」

――에

――……어디에 간다고??

나노하는 경악했다. 

――알하자드?
――프레시아씨가 딸과 함께 사라졌던 그 나락말이야?


――내가……없는 곳……?


자료실 안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던 영상 속, 프레시아가 나노하를 향해 불쾌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안돼

――그것만큼은……

――인정할 수 없어……!


설령 페이트의 마음을 무시하는 것이라 해도 그런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언제나 나노하 속에서 작게 흔들리던 욕망의 촛불.
그것은 순식간에 작열하는 불꽃이 되었다.

――원망한다고 해도 놓지 않아!
――프레시아씨에게는 빼앗기지 않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사랑하는 건 나야! 페이트쨩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건 나라고!!

――어째서 그걸 받아들여주지 않는거야!?


「으윽.. 앗!?」
갑작스럽게, 페이트의 손발은 강력한 마력 고리에 의해 자유를 빼앗겼다.
「큭……이런…!」
지금까지 자신을 공격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나노하를 보고 페이트는 방심했다.
그리고 나노하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이 모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페이트를 붙들고있는 바인드의 색과 똑같은 빛이 점점 나노하의 주위로 모이고 있었다.
「저건……」





51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1:00:59 ID:A8qKm51G


백년치의 별똥별을 한번에 본 것 같은 그 인상적인 정경은, 바로 몇분 전 모니터 영상에서 페이트가 보았던 것이다.
그 영상 속, 바다에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페이트의 뇌리를 스친다.
페이트는 바인드를 풀기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 사이에도 레이징하트의 첨단에는 커다란 빛 덩어리가 형성되어 간다.
페이트는 더욱더 몸부림쳤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초조함에 자신의 힘을 집중할 수 없었다.
눈 앞에 희미하고 아름다운 그 빛은 이제 발사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영상의 그것처럼 페이트도 바인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Starlight Breaker』

지근거리에서 빛 덩어리가 향해 온다――
페이트는 무심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격렬한 폭발음이 모든 것을 삼켜간다.



또 지고말았다
쥬얼시드는 손에 넣지 못했다
이제 이 몸에 자유는 없겠지
범죄자이니까
어머니처럼

이제 아무것도 없어
모든게 끝났다

페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페이트가 온 몸으로 느낀 것은 격렬한 폭풍뿐이었다……

놀란 페이트가 감은 눈을 뜨고 주위를 보면, 자료실 벽이 무너져내려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포격은 페이트의 옆을 지나쳐, 데이터 보관 전용인 마더컴퓨터가 내장되어 있던 강철로 된 벽을 파괴했다.
페이트의 탄환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던 그 벽을.
페이트는 경이적인 그 힘에 두려움을 느껴 무심코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나서야 손발의 바인드가 이미 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자료실 모니터 영상이 하나하나 다운되어간다.
모니터에 비치고 있던 프레시아의 모습은 한명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노하는 똑똑히 페이트를 쳐다보았다.




52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1:06:38 ID:A8qKm51G


「페이트쨩이 바라던대로 이런건 거짓말로 좋아!! 페이트쨩을 상처입히는 건 필요없어!」

설령 이것이 범죄라고 해도 상관없다.
누군가가 곤란해져도 아무래도 좋았다.

페이트가 과거 어머니를 위해 죄를 범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던 나노하도 지금은 페이트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이미 이렇게나 좋아하게 되어버렸으니까. 
잃는 일 따윈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게도 소중해서, 설령 그게 잘못되었다 해도, 자신이 잘못을 범해서라도 같은 편으로 있고 싶다.
이걸로 페이트가 옆에 있어준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를 적으로 돌린다 한들 사소한 일이다.

「페이트쨩을 괴롭게하는 과거같은건 없었던거야」

그리고 나노하는 페이트에게 그녀가 그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전했다.

「그러니……내 옆에 있어」

나노하는 페이트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을 지키는 디바이스를 손에서 놓는다.
레이징하트는 소리를 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내 옆에 있어줘」

나노하는 페이트에게 손을 뻗었다.


복도에서는 요란한 경보가 울려퍼져, 기계음성이 메아리친다.
『긴급사태』
『A동 서(西)기밀구역자료실No.05에서 폭발 발생』
『메인컴퓨터 다운 감시카메라 파손에 의해 실내영상재생 불가』
『센서가 인증한 입실자는 사원코드XXXXX, 사원코드XXXXX인 두명』
『테러행위 가능성 즉시 무장경비대의 출동을 요합니다』
나노하의 귀에 그런 경고따윈 들리지않는다.
지금은 페이트의 소리만 원할 뿐이었다.
그리고 페이트도 역시, 나노하의 눈빛에 붙잡힌 지금, 바깥의 일 따위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페이트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나노하의 손을, 두려움에 떨리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너는 나에게 다정한거야……어째서 이런일 하는거야……」

명백히 혼란스러워하는 페이트의 표정에서, 나노하는 자신에게 향해진 불안이나 분노를 느꼈다.

「네가 나를 안아주니까……언제나 나에게 웃어주거나 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머리가 혼란스러워!」

몹시 겁내며 적의를 뿜는 페이트의 그 눈동자는 너무나도 슬픈 색을 띠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외로운 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욱 슬픔에 물들어버린것은 아닌지――
「……나같은거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좋았을텐데……」
심홍의 그것이 나노하의 가슴을 죄어온다.





52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1:10:51 ID:A8qKm51G


「네가 처음부터 날 돌봐주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내가 페이트쨩의 제일 옆에 있길 원해, 부탁이야」
「……나는 네가 아니라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으면……네가 아니라――」
「이제 그만해!!! 지금 페이트쨩을 사랑하는건 어머니가 아니고 나인데!!
어째서 손을 잡아주지 않는거야? 어째서 아까부터 나노하라고 부르지 않는거야!?」

페이트는 나노하를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하려고 한다.
나노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
필사적인 나머지 눈물이야말로 흘리지 않았지만, 나노하의 마음은 울부짖고 있었다.

「나노하라구! 페이트쨩, 어째서 나노하라고 말하지 않는거야!?」
「……」
「다시……이름을 불러줘……」



그때 페이트의 안쪽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 타카마치 나노하. 나노하야』



희미하게 들린 그 말에 무언가를 느낀다.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무언가를.

페이트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누군가가……나에게 들려주려고 해……



「부탁해, 이쪽으로 와?」

나노하는 그렇게 다시 말했다.
그러나 페이트가 나노하의 손을 잡는 일은 없었다.
페이트가 자신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았으니까.

그리고 레이징 하트처럼 바르디슈 또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렇게 할 정도로 자신의 말이 듣기 싫은건가, 제일 처음 나노하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귀를 막고있는 페이트의 모습은 역시 어딘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읏!…으…머리가……아파……」

페이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52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2(火) 01:13:42 ID:A8qKm51G


「나오지 마……누구……」
「아……페이트쨩?」
「으……윽……」
페이트는 무너지듯 그 곳에 쓰러졌다. 
「페이트쨩!?」
나노하는 바로 페이트에게 달려가 그 몸을 안고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은 없었다.

페이트는 의식이 없었다.
입가에 자신의 귀를 대어 호흡을 확인하면, 간신히 숨은 붙어있었다.

「정신차려, 페이트쨩! 페이트쨩!」

나노하의 손이 페이트의 볼에 닿은 순간, 아직도 연기로 자욱한 실내에 수십명의 무장경비부대가 돌입해왔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사람 수 만큼의 디바이스가 나노하를 둘러싼다.
「……」
나노하는 그런데도 부대원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페이트를 가만히 팔 안에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곧 몇 명의 대원이 나노하의 팔을 붙잡고, 페이트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수속을 시작했다.
「신병을 확보하겠다」
「교도관이죠? 사정이 있다면 나중에 보고를」

들것에 실려가는 페이트를 끝까지 지켜보고난 후, 나노하는 조용히 대원의 말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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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 나노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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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2:55:00 ID:Tr/OJKMq


*  *  *



『앞으로 20분이면 집에 도착』

『출퇴근시간대도 지났으니까 조금 더 빨리 도착할거야』


『앞으로 15분이면 도착하려나』
『나노하, 자고 있어도 괜찮아』


『도착까지 앞으로 10분. 쉬지않아도 운전하기 괜찮아?』
『응, 얼마 남지도 않았고』


『도착까지……앞으로 5분……신호 파란불만 뜨네』
『응』



『앞으로 3분……』

『……무슨일 있어? 그렇게 시간 신경쓰는거 보니』
『……별로……』
『급한 일 있었으면 고속도로로 왔을텐데』
『아냐』
『그래……그치만 왠지 기분 상한것 같아서……』
『……별거 아니지만…그냥………벌써 돌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해서……』
『에? 돌아가면 안되는 일이라도……?』
『그게 아니고』
『응?』

『오늘 모처럼 같이 돌아갈 수 있어서 이렇게 둘이서만 있는데 페이트쨩은 다른데 들를 기미도, 조금쯤 천천히 돌아갈 생각도 없구나-하고 생각했어!』

『에, 아……그, 그런거 생각했구나』
『페이트쨩은 그런거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치만……비비오가 나노하를 기다리고 있고……』
『오늘은 하야테쨩 집에 있지만……?』
『……근데……이제 집 도착해』
『……』
『나노하……?』

『……페이트쨩』

『응?』
『여기 봐봐』





46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2:58:06 ID:Tr/OJKMq


『운전중인데……』
『2초면 되니까』
『………응……그래서 왜――』


『』


『……………읏!?』
『……』
『에……아……』
『……』
『……저, 나노하……그, 지금……자, 잠깐』
『……』
『미안, 잠깐, 저, 저기에 차 세울게』





『……앞으로 500미터면 도착하는데……아직 차 출발 안하는거야……?』
『지, 지금 운전했다간 사고낼 것 같아서』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그게 나노하가 갑자기……그……키…………………스할줄은 생각도 못해서……』
『……그치만……』
『에?』

『그치만!!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으면서 반년이 지나도 페이트쨩 아무것도 하지 않잖아!!』

『……힉!?』
『나라고 뭐, 먼저 하고 싶지 않았다구!?』
『나, 나노하』
『나를 연인이라고 생각해!?』
『나노하, 저기』
『연인이라면 이런거 하잖아? 그렇지않으면 싫었어……??』
『싫지 않아, 싫지않다구……』
『……정말?』
『응……』
『……그럼……다행이지만……』

『이, 이제 차 출발할게, 미안해』
『아……응……』



두사람이 맺어진 것은 그로부터 다시 몇개월 후였다.






46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01:01 ID:Tr/OJKMq



국에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일정한 엔진음만이 들렸다.
나노하는 조수석에, 운전석에는 이전 나노하의 옆에 있던 사람이 아닌 그 오빠.
갈때와는 반대로 뒷자석에 앉은 페이트를 사이드미러로 쳐다보면, 그녀는 창 밖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아아……어째서 지금 그때 차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버린걸까……

――페이트쨩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거 아닐까……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려해도 좀처럼 그 증거를 찾을 수 없단 것을 깨달았다. 

『……응』

처음했을때 페이트가 말한것은 그것 뿐. 
특별히 강요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노하가 어떤 말로 유혹한것도 아니다.
둘이서 침대에 앉아있다가 그냥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가 된 것 뿐이지만,
여하튼 페이트는 그 대답밖에 하지않았다.
나노하는 페이트에게 모든것을 바쳤고, 페이트로부터 모든것을 받았다, 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과연 어땠는지 알 수 없다.

페이트가 제107관리외세계로 14일간의 근무가 결정된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헤어지는 날까지, 나노하와 페이트는 몇번인가 서로를 안았다.
짧은 며칠간, 단 둘이 된 밤에 그저 몇번 뿐.
익숙하지않은 그 행위를 페이트가 먼저 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 이후 두사람이 서로를 안는 일은 없었다.


나노하가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일상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지금, 새삼 예전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페이트는 어떤 기분으로 그 14일을 보냈던걸까, 하고.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 지 얼마안되는 애인과 금세 만나지 못하게되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저 2주? 너무 긴 2주?
나노하를 안고싶어?
비비오의 웃음소리를 듣고싶어?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렇지않으면, 이미 그땐 나노하를 안았단 사실같은건 페이트의 기억에서 지워졌던 걸까. 
어느쪽이라한들 지금은 이제……사라져버렸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페이트는 여전히 한번도 이쪽을 보지않는다. 


――여길……봐줘……

――그 눈동자에 나를 비출 생각은 없는거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노하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없게 되었다.





46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05:16 ID:Tr/OJKMq


*  *  *



크로노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급속히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페이트와 크로노의 첫 대면에 대한 걱정, 마음에 들지않는 상사와 대화하면서 느낀 긴장이나 분노.
게다가 식은땀을 흘리게했던 복도에서의 사건을 생각하면, 피곤한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후에도 하야테한테 인사하러 가거나 티아나와 샤리에게 인수인계를 부탁하는 등 매우 바빴다.

페이트가 그 국원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지금은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때 페이트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예전의 페이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기억장해에 대해서 자력으로 조사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프로젝트F에 관해서는 지금처럼 관리국이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나
P.T.사건 자체는 『해결완료』라고 등록되어 세세한 재조사는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페이트는 적어도 그 점만이라도 한번 더 조사해보려고 생각했던게 틀림없다.
페이트가 생각했던대로 기억장해의 원인은 역시 그 출생에 있었다고 후에 판명되었지만……
페이트 본인이 그것을 알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노하도 또한 페이트가 예전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지못한채로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수 밖에 없었다.
페이트는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옆에 있어준다면 그걸로 좋으니까』
『이제 멀쩡해』
『꼭 금방 나을거야』
『걱정하지마』
『미안해』
『걱정끼쳐서 정말로 미안』
『미안』


『나노하, 혹시……』

어느날 밤 진땀을 흘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게 한번 있었지만,
다시 언제나처럼『미안,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말을 돌려버렸다.
고백했을때조차 그런식이었으니까
나노하는, 또야, 하고 생각했을 뿐 그 이상은 묻지않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말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그렇게 완고하게 혼자서 참았던걸까

――의지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나한텐 의지하고 싶지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려

――응? 어째서??





46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08:13 ID:Tr/OJKMq



짐을 일단 바닥에 내려놓고 페이트의 모습을 보면, 페이트는 나노하처럼 피곤했는지 쭉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노하가 집무관 제복을 행거에 걸어 옷장에 넣고 있는 사이, 페이트는 소파에 누워 몸을 둥글게 말았다.
「페이트쨩, 잘거라면 침대에서……」
일단 말을 걸었지만 생각했던대로 대답은 없을 것 같았다.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10분이라도 쉬자고 생각해, 상의만 벗어 1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때 다시 크로노부터의 통신.

『방금 국으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응, 뭐래?」
『2일 후 정식으로 페이트의 사직이 수리될 것 같다. 남은 수속은 국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그런가……티아나랑 샤리가 잘 할수 있으려나. 내가 도울수 있는게 있으면 좋을텐데」
『무리하지 않아도 돼. 내가 내일부터 티아나와 샤리를 위해 가능한 한 우수한 집무관을 찾으려고 한다』
「크로노군도 무리하지마」
『음, 그럼』

페이트의 사직과 관련된 수속에서 나노하가 할 일은 모두 끝났다.
통신을 끝내고 소파에 몸을 맡기면,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걸로 페이트쨩은 이제 집무관이 아니게 됐구나……

――이런식으로 국으로부터 당신이 사라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당신이 국을 떠나는 것은……왜일까, 반드시 나보다 나중일거라고 생각했었어……



――나도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둘때가 오겠지만……

――그게 지금인걸까……



――일하는 시간이 없으면 비비오도 만나러 갈 수 있는데

――페이트쨩이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도록, 전부 나하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치만……



지금 내가 이렇게 어떻게든 있을 수 있는 것은, 
마도사로서, 교도관으로서의 자신에 긍지를 가지고 있기때문일지도 몰라――





46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12:27 ID:Tr/OJKMq


*  *  *



빗소리가 들렸다.

똑똑 하고 조용하게 쏟아지는 편안한 소리는, 머지않아 소음이라고 할 정도로 격렬한 것으로 변했다.
비는 거실의 커다란 유리벽을 용서없이 두들긴다.
나노하는 그 급격한 소리의 변화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라기보다, 잠깐 잠든 모양이었다.
시계를 보면 이미 8시.
충분히―한시간 이상은 이렇게 있었던 것이다. 

「미안! 바로 저녁밥――」

허둥대며 카우치소파에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 페이트의 모습은 없었다.

「페이트쨩, 지금부터 뭐라도 만들건데」

말하면서 거실을 나와 침실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도 페이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평소라면 이런 시간에 외출하거나 하지 않는다.
낮에도 페이트가 외출하는 일은 극히 적었다. 
나노하에게 있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페이트는 그다지 사람과 접촉하려하지 않았고,
가끔 낮에 혼자서 밖에 나갈때는 대개 나노하 대신 저녁식사 재료를 사러 간다거나 사람이 없는 시간에 전망이 좋은 공원을 짧게 산보하는 정도였다. 

그런 페이트가 밤에, 그것도 이런 날씨에 나노하에겐 아무말도 하지않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제일 처음 나노하가 생각한 것은 알트세임이었다. 
역시 어떻게해서든 돌아가고 싶었던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곳에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걸까?
그렇다면 찾으러간다 해도 간단히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찾았다고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어떻게해야 하지.





46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16:02 ID:Tr/OJKMq


그러나 나노하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알트세임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해도, 나노하에게 한마디도 없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

즉 무슨일인걸까. 
나노하는 욕조를, 그리고 화장실 문을 노크하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 생각했다.

창 밖은 이미 호우.
여하튼 집 밖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노하는 소파에 걸쳐놓은 자신의 제복 상의를 손에 들었다.
거기서 깜짝 놀랐다.

……제복……

방금 침실을 봤을 때, 옷장이 열려있었던 것은 왜지……?

나노하는 다시 서둘러 침실로 뛰어갔다.
옷장 안을 확인하면, 아까 행거에 걸어놓았을 집무관복이 없다.

……어째서?
이제 다시 입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한 그 제복을 입는 이유는 뭐야?
제복을 입는 것은 관리국에 갈 때.
페이트가 관리국에?
어째서 다시 그곳에?
……

그리고 짚이는게 있었다. 


『프레시아 사건의 파일 암호는 XXXXXX, 알하자드와 관련된 것만 모아놓은 쪽은 XXXXXX입니다』


――……자료실…………페이트쨩이 향한곳은…………!


어떻게든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페이트는 피곤해서 누워있었던게 아냐. 
그 국원과 얘기했던 것을 쭉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페이트쨩, 안돼……!!


나노하는 웃옷의 단추도 잠그지못하고, 우산도 쓰지않고 집을 나왔다.





46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22:22 ID:Tr/OJKMq


*  *  *



어느 비오던 날, 세탁물을 들이는 것을 깜빡한 일이 있었다.

당황해서 거두러 갔다가, 몸이 완전히 젖고 말았다.
그때 마침 돌아온 페이트도 또한 우산이 없었다.
『갑작스러웠네』
『정말 곤란해』
두사람은 바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침실로 향했다. 
아직 해질녘이었지만 비구름때문에 창 밖은 어두웠던 것을 기억한다.
모처럼 비타와 놀러나간 비비오는 지금쯤 어떻게하고 있을까 생각해,
옷장을 열기 전 하야테에게 통신을 넣었다. 
아니나다를까 빗속을 뛰어다녔던 듯, 지금부터 목욕하려던 참이었다고 하야테가 말했다. 
하야테의 뒤에서 비비오가, 자고가고 싶어, 하고 떠들어댔다.
『내일 쉬는날이기도 하고, 하야테가 괜찮다면 좋지않을까』
페이트가 그렇게 말했기때문에 나노하도 수긍했다.
뛸듯이 기뻐하는 비비오의 모습을 보고 조금 외로움을 느끼면서 통신을 종료하면,
나노하의 뒤에서 페이트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입욕해야하나 고민이라고 페이트가 말했다. 
오늘은 내가 저녁 만들게,라고 말한 이상, 지금 입욕해버리면 저녁준비가 늦어질 것을 염려한 듯 했다.
늦어져도 별로 상관없는데,라고 생각하며 나노하도 페이트의 옆에 앉았다.
그것보다 젖은채 이불 위에 앉거나하면 안되잖아, 하고 농담섞어 페이트의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부딪쳤다.
『비비오가 보게되면 면목이 없는걸』
그러자 페이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은 우리둘 뿐이야』
그러고보니 오늘은 오랜만에 페이트와 단둘이 잔다는 걸 떠올렸다. 
그렇네, 하고 똑같이 웃으면서 페이트쪽을 보면, 빗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모습이 그럴듯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머리카락, 신경쓰여』
그리고 젖어서 페이트의 목덜미에 들러붙은 금색 머리카락을 만졌다.
『나노하의 그것도 신경쓰여』
그런 말을 듣고 자신의 가슴팍을 보면, 생각했던것보다 속옷이 비쳐 훤히 보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단 둘이서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페이트가 나노하를 좋아한다고 말한지 약 1년 후.
차에서 입맞춤했던 그 날로부터 반년 후.
지금 현재로부터는 3개월 전.
페이트가 지금의 상태가 된지 불과 1개월 하고도 15일 전 비오는 날.

비는 쭉 그치지 않았다.
모처럼 말리려고 내놓은 세탁물이 엉망이 되었어도, 비비오가 돌아오지 않았어도,
나노하에게는 멋진 비였다.



……그치만 지금은 달랐다――


비는 차가웠다.





46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20(日) 23:27:13 ID:Tr/OJKMq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은 기분 나빴다. 

울려퍼지는 천둥은 무서웠다.


그것은 마치 페이트의 심경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  *  *



『경고합니다 이 앞은 방위레벨E 관계자이외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두꺼운 벽으로 이루어진 무기질의 복도는 오늘 아침 방문했을 때의 깨끗한 느낌과는 다르게, 지금은 어쩐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나노하의 머리로부터 방울진 물방울들이 똑똑 하고 복도에 떨어진다.
『좌측 끝에는 기밀자료실01~05』
그저 기계음성이 나노하가 갈 곳을 고한다.

『기밀자료실No.05 센서가 신분증을 인증했습니다 입실을 허가합니다』

엄중한 두번의 신분증명을 끝내자, 슥 하는 기계음과 함께 드디어 그 문이 열렸다. 
나노하가 발을 들여놓자, 실내에 정체되어있던 공기가 아주 조금 움직인다.
수초 후 다시 소리를 내며 나노하의 뒤에 있넌 문은 닫혔다.


「……페이트쨩?」


페이트는 그곳에 있었다.
조명도 켜지 않은 어슴푸레한 곳에서, 페이트의 뒷모습을 비추는 것은
여러대의 모니터로부터 흘러나온 빛 뿐이었다.

「페이트쨩, 여기서……뭐하고 있는거야……」

「……」

사실은 묻지않아도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 
이 상황을 아는 것을 머리가 거부하려 하는 것 뿐이다.

자료실 이곳저곳에 굴러다니고 있는 파일박스의 잔해.
부서져서 발 밑에 흩어져있던 서류에는 『당 사건과 프로젝트F와의 관련』이라는 문자.
페이트의 눈 앞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의 화면에는 이렇게.

『Case Of P.Testarossa――Do you see again this file?』



페이트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 화면이 그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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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33:47 ID:XSVlzw9A


*  *  *



바다에서 페이트가 기억을 잃은 지 2개월이 지났다.

페이트가 원래대로 돌아올 기미는 여전히 없었고, 달라진 것이라면 젓가락을 거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라이오트 잔바의 모든 형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하야테의 호의로 다시 방문한 시그넘이 말하길 「이 이상 솜씨를 갈고닦아도 상대할 사람이 없다」라고. 
그리고 나노하와는 변함없이, 착실하게 『사이좋게』는 되었지만,
가끔씩 어머니 생각이 나는지 심하게 의기소침해서 우울해 하는 것도 여전했다.



그리고 오늘은 문제의 제독과 본국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날.


나노하는 옷장에서 검은 제복을 꺼내 페이트에게 입혔다.
그러고 페이트와 함께 거울 앞에 서 그 모습을 비추었다. 
함내에서 발작을 일으켰을땐 티아나나 의사가 이 웃옷을 벗겼을테니까,
실제로 페이트가 이 제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게 집무관복이야」
「그렇구나. 이거 입고 가는거야?」
「응, 넥타이가 좀 갑갑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만이니까」

――이 제복도 페이트쨩한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가-……

「멋있지?」
이전 좋아했었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노하는 말했다. 
페이트는, 글쎄, 하고 대답하면서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나노하도 색만 다른걸?」
「후후, 그렇긴 하지만, 달라」
그런 잡담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을 데리러 온 크로노로부터 「밖에서 차 대고 기다리고 있어」라고 통신이 들어왔다.
나노하와 페이트는 급히 남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여어 페이트. 이야기는 들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너의 의형{義兄)이고, 크로노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정말로 간단한 인사였다.





34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36:49 ID:XSVlzw9A


크로노는 자신을 잊어버리고만 동생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불안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그런 일은 없다.
페이트와 그다지 눈을 마주치지 않는 크로노의 모습을 보고, 나노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크로노라도 고뇌했을 것이다.
그 결과, 서툰 그가 선택한 것이 이것이다.
무관심을 가장해 주변에 걱정을 끼치지않도록 하는 것이 누구보다도 능숙하니까 어쩔 수 없다.

「저,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크로노……오빠?」
「오, 오빠는 그만둬!」

나름 신경써서 말한 페이트였지만, 크로노에게는 역효과였던 것 같다.
「죄, 죄송해요」
「아, 아니, 뭐 별로 나쁘진않지만……갑자기 오빠라고 인정하기엔 네가 힘들거라 생각해서……」

페이트는 크로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라서 마음을 쓰고있는데,
오빠가 이런걸로 수줍어하면 어떻게 해, 하고 나노하는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관찰하고 있을 시간은 없기때문에 「여하튼 서두르자」하고 남매 사이에 끼어들어, 두 사람을 차에 밀어 넣었다.


운전중, 조수석에 앉은 페이트는 가끔 크로노쪽을 보았다.
뒤에서 나노하는, 페이트가 자기보다도 하라오운 가족을 따르게 되어버린다면,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새어머니와는 아직 만난적 없지?」
「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조금 사정이 있어서 만날 수 없지만,
새어머니는 하루빨리 페이트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계시니까」

어쨌든 크로노는 페이트를 나노하에게 맡기도록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린디씨는 조금 사정이 있다』는 것으로 해 두었으니.
어떤 불만도 없다.



본국에 도착해, 보통은 올 일이 없는 건물의 긴 복도를 걷는다.
어떤 구역까지 오자 경고 문자가 벽의 모니터에 커다랗게 표시되었다.。
『이 앞은 중요기밀구역입니다』
『일정 클래스 이상의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그러고서 막다른 문 앞에서 기계음이 흐른다.
『신분증명카드를 센서에 갖다대어 주십시오』
크로노와 나노하는 순서대로 문에 달린 기계에 카드를 읽혔고, 페이트는 그것을 보고 똑같이 따라했다.

『무한서고, 우측』
『기밀자료실01~05, 좌측』
『관리외세계 연구실, 직진 후 우측』
『고대유물임시보관실01~10, 직진 후 좌측』

등등, 문 안쪽의 복도에 들어서자, 여러 표시들이 눈 앞을 흘러간다.





34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41:19 ID:XSVlzw9A


세 사람은 직진해서 오른쪽 복도로 향했다.
제독은 오늘, 앞으로 방문할 예정인 관리외세계에 대한 준비로 이곳에 와 있었다.
그 연구실 건너편에 설치된 작은 회의실로 나노하와 페이트, 크로노가 들어가면, 제독은 이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볼펜의 끝을 책상에 탁탁 부딪치며, 심기불편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용무가 있어 이곳에 왔을 뿐이니, 얼른 함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네만」

어서 본건을 말하게, 라고 크로노와 같은 제복을 입은 그 남자가 말했다.
세사람은 그 앞에 일렬로 서서, 그대로 용건을 말하기로 했다.

「오늘은 전에 말씀드렸던대로, 하라오운 집무관의 이직(離職)을 허락받으――」
「여어 하라오운 집무관. 오랜만이로군」
「아……」
제독은 나노하의 말을 끊고 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형제에게 의지할 정도로 이렇게 형편없게 변할 줄이야」
「……」
갑자기 그렇게 말해져, 페이트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난의 말에 나노하와 크로노 두 사람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독, 페이트는 자신 스스로 그만두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크로노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 남자는 재차 말을 끊었다.
「그런가, 지금은 '페이트 테스타롯사' 집무관, 이라고 하지않으면 안되는가보군?」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한 페이트는,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하라오운이라 하셔도 괜찮습니다……그렇지만 저는, 집무관 업무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군. 아무래도 지금의 자네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보이네만」
「……」
「그러니 자네가 돌아올때까지 조금 더 기다린다고 말했잖나. 그렇지않으면 그 전투력만이라도 사용하는건 어떻겠나?」
「……네?」
「관리외세계는 정체를 알수 없는 자가 언제나 우글우글거리고 있지.
그런 세계에서의 임무와는 반대로 마도사랭크가 높은 집무관 수는 늘 부족한 상태다. 
증상이 호전될때까지 자네에겐 범죄자놈들을 꺾어누르기위한 전선잠입임무만이라도 줄 수 있네만?」

바로 나노하는 맹렬하게 반대하려고 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온 페이트를 간단히 잡병 취급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런것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노하가 말할것도 없이, 먼저 대답한 것은 페이트였다.

「……이유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이유라면 있다. 범죄자는 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는……저와 관계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면……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347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46:17 ID:XSVlzw9A


「자네의 그런 점은 전부터 좋아하지 않았네! 범죄자를 동정하지 말게!」
「그, 그런 뜻은……」
「동생은 별로 그런」
「제독, 하라오운 집무관은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상황이」
나노하와 크로노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자, 제독은 더욱더 어조를 강하게 했다.
「범죄자는 말소하지 않으면 안되네! 그렇지않으면 우리들의 업무는 결코 끝나지않을것이네!!」
그러고나서 한마디 덧붙였다.
쓸데없는 한마디를.

「……과거 범죄자였어도 우리들의 업무에 공헌하는 자는 얘기가 다르지만」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 『과거 범죄자』란.
다행히 페이트는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제독도 그것을 알고서 일부러 말한 것이다.
크로노는 간담이 서늘해지는걸 느꼈고, 나노하는 바득 하고 이를 깨물었다.
그러나 페이트는 그저 같은 것을 한번 더 말했을 뿐이었다.

「……집무관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제독은 펜을 멈추고, 페이트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불편해보이는 페이트에게 크로노가 살짝 말을 걸었다.
「페이트, 이제 가도 좋아. 회의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 응……」
그다음 크로노는 제독에게 말했다.
「그녀의 의사는 지금 본인이 말한대로입니다. 나머지는 저희들이 얘기하겠습니다」
제독은 크로노를 노려보았지만, 그렇군, 하고 한마디 내뱉으며 페이트가 퇴실하는 것을 허락했다.
나노하로서도 한시라도 빨리 페이트를 이 곳에서 떠나게 하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이 벽창호같은 남자가 페이트한테 상처줄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페이트쨩, 금방 끝나니까 걱정하지 마」
페이트는 크로노의 얼굴을, 그리고 나노하의 얼굴을 불안한 듯 쳐다본 후 회의실을 나갔다.



「……정말로 이젠 쓸모없게 된 모양이군」

문이 닫히자마자 제독이 말했다.

「에……?」
「유감이지만 저 모양을 봐선 그녀는 더 이상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군」

――별로……페이트쨩이 당신의 기대에 부응할 이유는 없어
――페이트쨩은 그런것 따위를 위해 일 해온게 아니야

「그리고 타카마치 교도관, 6과에서 같이 임무를 수행했던 자네도 어지간히 실망했겠군」
「……네?」
「그렇게 우수했던 하라오운 집무관이 이렇게되어서야, 자네도 체면이 서지 않을게야」

과거, 두사람이 뭉치면 이길 상대가 없다고 이름을 날렸던 그 반쪽이 이 모양이 되어서야, 하고 제독은 말했다.
「……」

――뭐야, 이 사람은 대체……왜 이런 인간이 크로노군과 같은 제독인거지……
  어째서 이런 인간이 페이트쨩의 상사인거야!?





34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53:06 ID:XSVlzw9A


배 속에서 치밀어오는 분노때문에, 관자놀이가 꿈틀 하고 움직였다.
주먹 쥔 손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이유입니다. 여하튼 이것으로 동생의――집무관 사직서는 받아주시는것으로 알겠습니다」

나노하의 모습을 흘끗 본 크로노가 한걸음 앞에 나서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노하에게 염화를 보낸다.

―나노하, 진정해. 이 남자가 사리사욕밖에 챙기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았나―
―그런 놈이니까 오히려 능숙하게 우수한 부하들 위에 있는 것 뿐이다, 이런 놈은 상대하는게 아니야―

확실히 크로노의 말대로, 지금 나노하가 제독에게 무슨 말을 한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하다가 나노하는 자신이 평소보다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응어리진 기분을 분노에 맡겨 부딪쳐, 그걸로 편해진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고나서 나노하는 주먹 쥔 손을 풀고, 크로노가 페이트의 사직서를 제독에게 건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무렵, 복도에 혼자 서 있던 페이트.  
회의실 문에 기대어있던 페이트는 살짝 한숨을 한번 쉬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제독의 목소리는 여기까지 들렸던 것이다……

『자네도 어지간히 실망했겠군』

페이트는 생각했다.

그런가……나는 역시 나노하의 발목을 붙잡았던거구나
나노하도 지금의 나보다 우수한 집무관이 좋다고 생각할게 뻔하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지만……
나노하가 실망스러워하는게 이렇게나 괴롭다니……몰랐어……

……그러니까 그만둔거 잘한거겠지
이대로 걸리적거리는것보다는 훨씬 나아

거기에……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는걸
범죄자 같은건 나랑은 관계 없어
나하고는……관계없어……



……지금의 나, 누구에게도 필요하지않는걸까――




「페이트집무관, 와 계셨어요?」

문득 누가 말을 걸어 얼굴을 들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페이트는 물론 그 사람을 알지못했으나 관리국의 제복을 입고있을뿐만아니라 자신을 집무관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예전엔 아는 사람이었던게 틀림없다.
「휴가 끝나신건가요?」
「아, 음……아니그게……」
「에? 그럼 쉬는날인데 출근하신 건가요?」
「그……뭐」





34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2:57:44 ID:XSVlzw9A


자기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하나하나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애매한 대답을 하자 그 국원은, 그건 그렇고, 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시작했다.

「저번, 페이트집무관께 단독으로 의뢰 받았던 건 말인데요, 정리했어요」
「아, 제가……?」
「네, 설마, 집무관님, 잠시 쉬는 사이에 잊었다거나 하지 말아주세요?
11년도 전의 사건 자료를 하나하나 밝혀내서 그 데이터를 정리하고 갱신하는데, 시간 꽤 걸렸다구요?」
「……그랬,나요……」
「뭐……예전부터 페이트집무관이 이 사건을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니
제대로 조사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기억나고,
저같은 사람이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이니까. 또 뭔가 필요한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네……」
「그래서 추가한것도 포함해서 정리한 데이터는 자료실 컴퓨터에 등록해 놓았습니다. 정리한 문서들은 같은 방에 있는 책장에, 저번과 같은 위치에 있어요」

국원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작은 회의실 문이 슥 하고 열려 나노하와 크로노가 나왔다.

「기다렸지, 페이트」
「아, 크로노, 나노하……끝났어?」
「응, 뭐. 확실히 사직서 받아들였으니까」
「그래?」

그러고서 나노하가 페이트의 옆에 있는 국원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 국원은 나노하와 크로노에게 가볍게 인사하고서,
그럼 저는 여기서, 하고 페이트에게 말했다.
그리고 떠나기전에 생각난 듯 한번더 페이트에게 말을 건넸다.

「다음에 또 알려드릴테지만, 프레시아 사건의 파일 암호는 55678312,
알하자드와 관련된 것만 모아놓은 쪽은 8899598입니다」

이번에야말로 떠나는 국원의 뒷모습을 배웅하는 세사람은 시간이 멈춰버린듯 움직일 수 없었다.
침묵.

당연히 나노하와 크로노가 생각한 것은 하나――큰일이다――다.
그리고 페이트는 두사람의 걱정대로……
――프레시아 사건?――

「나노하, 지금 저 사람『프레시아 사건』이라고 말했어」

페이트가 그 이유를 나노하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크로노가, 그랬었나? 하고 아무래도 들리지 않았던 듯 말했다.

「그랬다구. 어머니의 이름이야」
「……동명이인일지도?」
「으응,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 방금 그 사람이 조사하고 있었던 거, 페이트집무관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했었는걸」





35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7(木) 03:04:45 ID:XSVlzw9A


이윽고 말을 돌리기가 힘들어졌으나, 그래도 어떻게해서든 빠져나가기위해 나노하와 크로노는 필사적이었다. 
「사건이라니 뭐야? 어머니가 뭐 한거야??」
「아무것도……하지 않았어. 사고였는걸, 프레시아씨 일은」
「그 국원이 서두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사건』이랑 『사고』를 잘못말한게 아닐까」
「그런걸까……」
「그런거야! 그것보다 나 배고픈데」
「페이트는 이곳 식당에 온적 없지? 맛이 꽤 좋다. 지금부터」
「알하자드라고, 뭔가 아는거 있어??」

알하자드……
어떤 목적으로 프레시아가 그곳에 가려고 했는지, 그것만 말하지 않는다면 지장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노하는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했다.

「옛날이야기다」

크로노가 그렇게 말했기에 나노하도 황급히 거기에 찬동한다. 
「응, 그냥 가공의 세계를 말하는 거야」
「……어떤 곳이야?」
「으음……그게……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을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있다던가 아닌가……」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그런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지만, 믿고 있는 사람이 그저 연구하고 있을 뿐이야」
「그게 어머니와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글쎄……그건……프레시아씨도 믿고있었던걸지도 모르겠네」
「……」

믿고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하자.
나노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페이트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기에,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이제 슬슬 갈까. 나는 이제 배가 고파서 쓰러질 지경이다」

크로노가 다시 꺼낸 말에, 페이트는 어딘가 찝찝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이야기는 다음에 또 천천히 알려줄테니까」
「……응……」


이것으로 이제 두번다시 페이트가 저 제독과 만나는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노하의 마음이 조금 개었다. 

기밀구역을 나오고 난 후, 아직 오전이라 사람이 없는 식당에서 세명밖에 없는, 페이트를 위한 작은 송별회를 열었다.
물론 송별회라고 해도 페이트 자신은 이곳에서 일했던 적도 없으니 그런 의식은 없어서, 단지 나노하와 크로노 두사람이 마음속으로 예전의 그녀에게
「수고했어」하고 말한것에 지나지 않았다. 
페이트는 두 사람의 마음도 모른채, 모처럼 크로노가 추천한 요리에 손도 대지 않고 어떤 생각에 빠져있었다.


페이트는 그저 머릿속으로 숫자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암기하고 있었다.


――55678312、8899598、55678312、8899598、55678312、889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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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22:24 ID:gmqv1Xj9


*  *  *



「에? 이번에 그 제독이랑 얘기헌다구……?」
「뭐 그렇지……」
「그 사람말여……내 얘긴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혔는디 괜찮은겨?」
「크로노군도 같이 가니까 아마 괜찮을거야」

지상본부의 로비에서 우연히 하야테와 마주친 나노하는, 마침 사람도 없을때인 식당에서 한손에 커피를 들고, 최근 맡았던 업무의 근황이나 페이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런디 그 사람, 풋내기덜이 맘에 들지 않는건진 몰겠지만,
그때 크로노군이 쪼매 말한 정도로는 휴가의 허가 내주지 않았단말여?」
「그런것같네……」
「게다가 그거여, 린디 통괄관이나 크로노 제독이라고 해도 가족이 말 꺼내기엔 규칙위반적인 부분도 있고, 관할 상 함내의 일은 그 함내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말여
하야테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거기에대해 나노하는, 알고있어, 라는 듯 천천히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고서 컵을 테이블 위에 둔 뒤 심호흡을 한번 한 뒤 하야테에게 말했다.

「페이트쨩도 데려갈거야」
하야테는 바로 시선을 돌려 나노하를 보았다.
「잉, 어디에……본국에?」
「응」
「제독과 직접 만나게 하려구?」
「그럴 생각이야」

나노하의 생각대로, 확실히 현재 페이트의 상태를 본다면
아무리 완고한 제독이라도 납득할 거라고 하야테는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데리고가고 싶지 않아……」
「……뭐어 웬만허면 기억이 돌아올때까진 기다리고 싶제」

페이트에게 있어 위험요소는 P.T사건과 관련된 사항이다. 
본국에 가게되면 페이트가 그 정보에 노출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피하고 싶다,
나노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하야테라도 알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우연히 스바루가 식당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스바루도 나노하와 하야테가 있는 것을 보고, 손에 든 식판에 점심식사를 올리기 전에
바로 두 사람이 있는 곳까지 왔다.





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26:14 ID:gmqv1Xj9


「나노하씨! 부대장!」
「오~ 스바루아녀~」
「오랜만이네」

스바루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선 채였다.
하야테가, 앉지 않는겨? 하고 묻고, 더욱이 나노하가 의자를 끌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 전에 스바루가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저,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제멋대로 굴어서」

저번, 이라면 페이트와 만났을 때 일이라고 나노하는 바로 알았다.

「……괜찮아, 이제」
「그치만 캐로도 에리오도 정말로 괴로워보여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서!」
「응……내가 그 애들에 대해서 잘 알지못했던 것뿐이야.」
「엣……」
스바루는 필시 혼날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나노하가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페이트쨩 기뻐했었어. 고마워, 스바루」
「아, 저, 정말인가요?」
「응, 곤란한 일은 하나도 생기지 않았고, 원래라면 내가 에리오와 캐로를 신경쓰지 않으면 안됐는데. 그러니까 스바루 덕분에 다행이었어.

그렇게 말해지자 스바루는 드디어 긴장이 풀린 듯
평소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드러냈다.

「하아~ 다행이다……」
「티아나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지 않을래?」
「아, 네! 그건 물론……캐로와 에리오를 페이트씨와 만나게 하고 싶다고 말한것은 티아였으니까요

이번엔 나노하가 조금 놀랐다.
틀림없이 스바루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아나라면 좀 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으니까.

「그랬어?」
「네, 티아가 몇번인가 에리오와 캐로를 만나러 간 모양이에요. 
언제나 페이트씨에게 신세지고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다고, 그러니 페이트씨를 위해서도
에리오와 캐로에 대해 신경써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나노하는 티아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주고 있었던 것을 알지 못했다.

「집무관보좌가 되고나서, 페이트씨에게 도움이 되고싶다고 항상 말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자신의 한심함을 느꼈다.

「그리혀준다면 캐로도 안심이네, 나노하쨩」
「……응……」
「에리오와 캐로에 대해선 티아와 제가 반드시 서포트하겠습니다!」
「……그래, 응……굉장히 힘이 돼」
「그리고 저라도 괜찮다면 아침과 야간훈련의 대행 같은것도 제가 맡을 수 있어요!? 나노하씨가 빨리 페이트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1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28:47 ID:gmqv1Xj9


자신의 일로 후배에게 걱정을 끼쳐 정말로 면목없다고 나노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 이상으로 스바루의 마음 든든하고 따뜻한 말은 기뻤다. 

「그 마음은 나노하쨩도 기쁠겨, 그치만
나노하쨩의 대행은 허가 받기가 쪼매 어려울거라 생각혀……」
「아~? 그런가요? ……에~……」
아쉬워하는 스바루에게 나노하가 말한다.
「고마워 스바루,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기운나는 걸」
「정말인가요!?」
「응. 티아나에게도 정말로 고마워, 감사의 말로는 부족하다고 전해줬으면 해」
「네!」

그제서야 스바루는 의자에 앉아 같이 있어도 괜찮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건 좋지만 스바루, 트레이에 아직 아무것도 받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스바루는 허둥지둥하며 얼마남지 않은 파스타를 받기위해 뛰었다.
나노하와 하야테는 그 뒷모습을 보고 웃었다.



「전에는 스바루가 나노하쨩헌티 철썩 붙어있어서, 티아나는 『맨날 나노하씨 나노하씨 말하는거, 바보같아』든가 말했으면서, 지금은 티아나도 비슷허네」

「응?」

「에리오는 어리다혀도 역시 남자아인겨. 내가 만나러 갔을때, 확실히 캐로를 달래주고 있었단말여? 그 애덜도……에리오는 특히 페이트쨩이랑 많이 닮았제」

「페이트쨩이랑?……그런가?……하야테쨩, 왜 웃는거야?」

「응? 아니, 6과는 착한 아이들에게 축복받았구나 하고 생각허니 기뻐져서」

「……응, 그렇네. 그 아이들이 후배라서 정말 다행이야……」


――모두 페이트쨩을 생각해주고 있어
――모두 페이트쨩을 기다리고 있어
――그치만 가장 사랑하는건 나라구……?





1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30:13 ID:gmqv1Xj9


*  *  *



포스트에 들어있던 우편물을 거실의 로우 테이블에 올려두었는데,
그 안에 있던 한장의 그림 엽서가 페이트의 눈에 들어왔다.

심록의 숲에 둘러싸인 광대한 평원과 멀리 펼쳐져있는 험준한 산맥의 풍경이었다.
발신인의 주소는 밋드칠더 남부의 알트세임으로,
나노하의 지인으로부터『건강하신가요』『예전에 국에서 신세를 졌습니다』등의 내용 같았지만,페이트에게 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서,
그저 그 풍경이 엄마의 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한시간은 그 자리에 들어앉아 그것을 보고 있었다.

외로워졌다.
고독하다고 느꼈다.

그건 역시 엄마가 이젠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기 때문일까?
분명 어머니가 페이트를 사랑해주었단 증거다.
이렇게 어머니를 떠올려보면, 자――


『아리시아』


――자, ……어라?


『이쪽으로 오렴, 아리시아』


――어머니……?


『나의 귀여운 아리시아――』


――어머니……제 이름은


「페이트쨩?」





1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33:34 ID:gmqv1Xj9


돌아보자 나노하가 제복의 단추를 풀면서 페이트쪽으로 걸어온다.
일을 끝내고 방금 돌아왔던 참이다.
「나노하……」
나노하가 페이트 옆에 어느정도 가까워졌을 때, 나노하의 다리가 순간 멈췄다.
페이트가 손에 들고 있는 그림엽서의 풍경이 보였기 때문이다.
페이트가 지금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인 것은 다름아닌 그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다리는 당장 페이트를 향해,
팔에 들고 있던 짐은 그 자리에 두고 페이트를 껴안았다.
「……나노하……」
「응……」

눈물은 흘리지 않았어도 페이트의 목소리는 이미 울고 있는 듯 했다.



요즘 나노하는 페이트가 자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신뢰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런 식으로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페이트는 나노하를 상당히 따르고 있었다. 
나노하에게 매일 웃는 얼굴을 보여주게 되었고,
잘 때에는 페이트 스스로 옆에 다가오는 일도 늘었다.
나노하같은 교도관이 되고싶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페이트 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어머니라고

이렇게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면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된다.

아직 슬픔이 치유되기에는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을 알고있다. 
이것만큼은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페이트의 아픔을 자신도 느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괴롭지……지금은 외로울거야……」
「……응……미안……나노하를 또 곤란하게 해서」
「그렇지않아, 괴로운 거 다 알고있으니까……」

그렇게 납득하고 있었을 터였지만……

뭘까, 이 씁쓸한 기분은?

너무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페이트의 그 마음에 나노하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다짐할 수록 그 마음은 강해져간다.

「……어머니하고 말야, 자주 꽃을 따러 갔었어」
「……응?」
「예쁜 곳이야」
「응, 그래…」
「그래서있지, 무릎 위에 앉게하거나, 그대로 잘때까지 자장가 불러주거나」
「응……」
「정말로 상냥했었다구」
「……그래……」
「정말로 상냥했어…」





1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36:31 ID:gmqv1Xj9


자기는 제멋대로다, 고 나노하는 생각한다. 
애정만을 쏟을 작정이었던 것이,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게되면
생각해서는 안될 것 까지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페이트쨩……프레시아씨를 그렇게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돼……
――그 사람은 페이트쨩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왜냐면 사실, 프레시아씨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싶다고 생각했어」


나노하 안에서 어떤 말이 떠올랐다.。
『누구라도……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을거라고 생각해』


………그래……
………그렇게나………

그렇게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내가 아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을터인, 사랑해주고 있었을터인 페이트
하지만 지금 페이트가 보고 있는 것은 나노하는 없는 장소.
페이트가 그 눈동자에 비추고 있는 것은 나노하가 아닌 사람.
페이트의 마음은 지금, 나노하는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다……


――만약……이대로 쭉 기억을 찾지못하게되면……
페이트쨩은 이제 나에게 마음을 향해주지 않는거야……?


알프가 두려워하고 있던 것을, 나노하는 훨씬 전부터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인정하고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페이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자신이었을텐데,
그렇지않게 되었다는 사실이 틈틈이 보일 때마다, 나노하의 마음은 지독하게 흐트러진다. 
오랫동안 쭉 서로 짝사랑하다가 이제야 겨우 보답받은 관계가,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그것도 페이트를 사랑하지도 않았던 사람때문에 부서진다니, 나노하는 어떻게해도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대로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페이트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한 거짓말 때문에 페이트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것을 모른다.
그래서 페이트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페이트가 나노하의 손을 잡는 일은……

이제 없는 것인가?





1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40:11 ID:gmqv1Xj9


――그런거……싫어……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거……싫어…!
――어떻게하면……!?


그렇다……

프레시아가 내뱉었던 피도 눈물도 없는 그 말을 다시한번 페이트에게 말한다면,
그렇게하면 전처럼 나노하를 바라봐줄까……?



「나, 어머니를 정말 좋아했어」

어깨 너머로 페이트가 그렇게 말했다.

「내 전부였었는데」

나노하는 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천천히 페이트와 마주 보았다.
글썽거리는 붉은 눈동자는 애처로우면서도 상냥하고, 그리고 더 없을 정도로 순수하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나노하의 앞에서 무방비인채 서있다.
나노하에게 마음을 열었고, 이젠 나노하를 믿고 있기때문에, 그래서 들을 수 있었던 페이트의 솔직한 마음.
그런 페이트에게……

『페이트쨩의 어머니말야, 페이트쨩이 정말 싫다고 말했었어』

그렇게, 말한다면……

페이트는 울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말하겠지.
그리고 두번다시 나노하에게 마음을 열지 않게 될 것이다……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은 자신이다――


그리고 알았다.
그런 짓을 해버리면 모든것이 끝이라고. 


나노하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참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일은 말하지 않기로 자신 스스로 결정했으면서,
 그랬으면서 자신이 이 아이를 상처입히려 하면 어쩌려는거야, 나노하!

그러고나서 한번 심호흡을 하고 페이트에게 말했다.

「페이트쨩, 나 페이트쨩을 정말 좋아해」





1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43:08 ID:gmqv1Xj9


「……나노하……」
「정말로 좋아해」
「……그……래……?」
「응, 그러니까 페이트쨩이 슬퍼졌을땐 언제라도 이렇게 달래줄게.
이정도밖에 해줄 수 없지만」

『좋아』라는 말 안에 우정 이상의 것을 담아서.
이렇게 페이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음을 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언젠가 반드시 원래대로 돌아갈꺼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되니까……

나노하가 페이트의 양 뺨을 손으로 감싸고 미소짓자,
잠시 있다가 페이트도 나노하를 향해 미소지었다.
「……고마워……」



결국은 지금 이대로이다.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도 변하지 않은 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불안해진다. 

일찍이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정말로 있었는가?
정말로 사랑해주었던 것인가?
무언가 증거를 주었던가?
자신을 필요로 해주었던가?

……그런것까지 마음의 어딘가에서 생각해버린다――






1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52:02 ID:gmqv1Xj9



*  *  *



이렇게 상냥한 나노하에게 안기고 있으면,
페이트는 자신의 가슴 언저리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체온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그렇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뇌리에 어떤 광경이――

파릇파릇한 잎 사이로 보이는 한 소녀의 모습
순백의 쟈켓과 그 디바이스――레이징하트

다른 광경에서는 소녀가 자신을 향해 무언가를 호소하듯 말하고 있지만, 페이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어딘가의 다리 위에서 해면을 보고 있는 자신.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리고 발 밑의 지면이 무너져가는 모습.
붕괴하는 바위 덩어리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손을 뻗는 자신.



누구에게? 누구에게 뻗은 손?
어머니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은 누구의 손……?



――이건 대체……뭘지

――나, 뭔가를 생각해내려고 하는거야……?
――으응……달라……

――무언가를……느끼려고 하고 있어……?



――모르겠어……



「좋아하는걸」

알지못한채였지만, 다시 나노하에게 안겨 그런식으로 귓가에 속삭여지면
페이트는 그것을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지금은 그저 나노하의 온기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페이트쨩을 정말 좋아한다구?」
그리고 팔에 꾹 힘을 주면, 고독한 마음이 조금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나노하에게 안기게되면 왠지……마음이 편해……

나노하에게 이렇게 되는거, 좋아……





2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56:00 ID:gmqv1Xj9


*  *  *


네번째로 만나러 갔을 때, 비비오는 나노하가 데릴러 왔다고 생각해
서둘러 뛰어와 기쁜 듯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페이트 마마는 다 나았는지 물으면, 나노하는 물론 아직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직 집에는 돌아갈 수 없어, 그렇게 전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페이트쨩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만나게 할 수 없어

――그치만 그것 뿐만이 아닌걸
――내가 무리야

――페이트쨩이 내 마음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 마음은 엉망진창이라, 내가 나로 있을 수 없어……

――비비오의 마마로 있을 수 없어……


「운동회 갈 수 없는거, 비비오 많이 참았어」
「미안, 그치만 수영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야?」
「……오늘도 비비오 두고 가는거야……?」
「미안해」
「다음엔 언제 오는거야? 페이트마마랑 같이 언제 데릴러 와줄거야?」
「……금방일거야」

나노하의 안색이 좋지않았기에 비비오에게도 불안이 싹튼다.
이대로 두고 갈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제 두번다시 집에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무서운 불안감.

「나노하 마마, 비비오 필요없어진거야……?
그래서 비비오 놓고 가는거야……? 비비오가 나쁜아이라서?」

「비비오……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색이 다른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나노하의 스커트 자락을 움켜진채 놓지않고.

「페이트마마는 이제 비비오를 싫어하게 된거야……?
그래서 비비오랑 만나주지 않는거야……? 비비오가 만든 케이크 잊어버렸던 거 화내서?」
거기까지 말하다 오열하기 시작해서 그 이상은 말이 되지 못했다.

「페이트쨩은 비비오를 싫어하게 되거나 하지 않는다고!?」

나노하는 자신도 울고 있는 것을 깨닫지못한채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평상시의 마마로서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싫어하게 될리가 없어!」
지켜야 할 존재를 이렇게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
지금 내뱉은 말이 현 상황에서 사실이라고는 말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나노하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준다.





2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0:59:16 ID:gmqv1Xj9


「비비오는 나쁜 아이 같은게 아니야! 정말로……매우 착한 아이야……」

그러고 몸을 수그려 비비오의 작은 어깨를 양 손으로 꼭 잡고,
그대로 비비오의 호흡이 조금 가다듬어질때까지, 그리고 자신이 다시 냉정을 되찾을때까지 기다렸다.

「페이트쨩은 비비오를 만나러 오지 못하지만,
그치만 그건 비비오가 페이트쨩에게 화냈기때문이 아니야」
「……정말……?」
「정말이야. 당연히 페이트마마도 비비오를 얼른 만나고 싶어할 거야」

――정말로 그렇다면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노하는 비비오를 타일렀다.
「잘 들으렴 비비오. 페이트쨩의 병은 말야, 언제 나을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언제 비비오를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데릴러 올 수 있는지도 몰라」
「……」
「비비오를 내버려두거나 하지 않아」
「……」
「나노하마마가 비비오를 필요없다고 생각할 리 없잖아. 비비오는
나노하마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니까.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응……」
「그 마음, 비비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던 걸까……?」
「……전해졌어……」
「다행이다……」

좋든 나쁘든 이 1년하고 얼마간, 비비오와는 진짜 피가 이어져있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에게 있어서 비비오는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비비오에게 있어서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을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답과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비비오에게 솔직하게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니 분명 어린 마음에도 나노하의 애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비비오가 아닌, 다른 소중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지만……
나노하마마는……내가 그런식으로 비비오를 가장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왜……?」
「……왜일까……아마도 이제……그 사람은 내 인생의 일부니까……
내 인생을 만들고 있는 거의 모든것이 그 사람이기때문이야」

비비오는 나노하가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노하 자신도, 그것이 비비오를 향한 것인지 다른 누군가를 향한 말인지 몰랐다.
어린 비비오 뿐만이 아니고, 길게 살아온 사람마저도 알지 못하고 일생을 끝내는 것이 많은 이 마음.
그것은 명백한 진실.
진실한 사랑을 찾아낸 자만이 아는 쇠사슬.

「마마, 비비오 모르겠어……」
「그렇구나, 미안해……?어떻게 말하면 좋으려나」
「……그치만 나노하 마마가 괴로운건 시러」


서로 울고 있는 모녀는, 어느쪽이 달래주는 역인지 옆에서봐도 더이상 알 수 없다.
나노하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2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10(木) 01:04:24 ID:gmqv1Xj9


「나노하마마가 비비오의 마마로 있어준다면, 비비오도 더 이상 떼 안쓸테니까……」
「……비비오……기다려줄래?」
「응, 그니까 울지마 마마」
「……응……」

오히려 흘러넘치게 된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고 있으면, 비비오가 새끼손까락을 세운 손을 내밀었다.

「약속」

언젠가 나노하가 비비오와 한 손가락 약속.

「비비오 착한 아이로 있을거니까 꼭 데릴러 와, 마마」

아직 비비오의 눈에도 눈물이 많이 고여있었지만, 그 눈빛은 강렬했다.

「비비오……응……」
나노하는 어딘가 자신이 없는 채 그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걸었다.
그러고나서 흐릿한 목소리로 비비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다시 셋이서 같이 살거니까」

비비오가, 약속이야, 하고 말하자, 나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할 수 없지만……반드시 그렇게 될거야
――그렇지않으면……나, 행복해질 수 없어……

――페이트쨩……응? 부탁이니까……딸을 내버려두는 나로 만들지 말아줘


드디어 날이 저물었다. 그것은 즉 나노하가 돌아갈 시간임을 말하고 있었다.
비비오는 모모코에게 안겨, 멀어져가는 나노하의 뒷모습을 보며 쭉 손을 흔들었다.
멀리서 「다녀오세요」 하고 나노하를 향해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노하는 뒤돌아보지않았다.
뒤돌아보면 또 다시 울게되어버리니까.



비비오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좋아하는 모친을 곤란하게 하고싶지 않다고.
에리오나 캐로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래서 자신이 먼저 손가락을 내밀었다.
다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손가락 약속을.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그렇게, 전과 같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나노하마마 탓이 아냐――




나노하가 자신의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비비오를 만나러 간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

너무 길다... 다음편도 최대한 빨리..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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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나…. 전화로 했던 말말인데……


결국 참을 수 없게 돼서.

미치루는 과감히, 세츠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별이야기를 하자
-덤-








아아. 제가 하루카를 좋아한다고 했던 거 말입니까?

세츠나는 산뜻한 얼굴로 술술 말했다.

「푸웁~~~~~~~~~~~~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하루카가 크게 뿜었다.

「뭐, 뭐야 그게!! 라고 해야하나, 그-랬던거야!? , 몰랐습니다만!

혼란해하는 하루카에게, 세츠나는 살짝 윙크를 보낸다.

아아~, 그런 거구나이럴 때에만머리가 움직이는 하루카는,
곧 세츠나의 「장난」을 눈치채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말야, 세츠나. 나도 전부터 너의 매력에는 깨닫고 있었어. 어쩌면……하고, 말야」

「후후연상의 여자는 당신에게 있어서, 매우 자극적인가 보군요」

호타루가 자고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어쩐지 성인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두 사람.
예의 BGM이 흘러나올 것 처럼 그 분위기는, 솔직히 이쪽이 부끄러웠다.

「하, 하루카!!

멍하니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미치루가,
튕기듯이 하루카의 손을 잡아 당겼다.

「미치루는말야, 좋아한다고 말해 주지 않는 걸. 그게 외로워서 어쩔 수 없어」

하루카는 약간 토라진 듯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저라면, 매일 밤 당신의 옆에서 사랑을 속삭일겁니다」

요염한 눈으로, 세츠나는 하루카를 바라본다.
약간 대사가 국어책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침착성을 잃은 미치루는 그것을알 수 없었다.
에잇, 하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하루카의 볼을 있는 힘껏 잡아 당긴다.

「아야! 아파파파! 아파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하루카는 뒷전으로, 미치루의 뒤에서 어깨 너머로, 세츠나가 속삭였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하루카는 팔랑팔랑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해, 기분나쁘게 웃는다.

………
.

설마.


미치루는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아으으……미치루, 너의 마음은잘 알고 있지만, 역시 말로 해주지 않으면 불안해져…… 아으아파. 정말 아프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루카는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겨우 두 사람의 장난을 깨달은 미치루는 기가 막힌지 한심한지.
화난 듯 옆을 향했다.

「절대 말 안합니다.

「어, 미치루. 그런 말 해도 괜찮습니까? 저는 할겁니다. 저는 하루카가

「자, 잠깐 기다려!!

당황하면서 미치루가 세츠나의 입을 막는다.

「뭐야 미치루. 너는, 아무말도해주지 않는거야?


졌다.
이제, 단념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어쩔 도리가 없는 두 사람이다.
오늘 저녁 식사 때, 하루카와 세츠나의 밥에는 겨자를 넣어야지.


「잘 들어 둬」

「응. 응」

하루카는 히죽히죽거리며 아이 같은 얼굴을 띄워, 미치루의 입가에 귀를 댄다.


……좋아해, 하루카. 세상 누구보다도」


화악- 하고 얼굴을 빛내면서, 쭈글쭈글하게 웃는하루카라든지.
저는 좋아하지 않는 겁니까, 하고 진지하게 묻는 세츠나라든지.
어른들의 대화에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고있는 호타루라든지.


그런 모두를 보고.
미치루의 분노는 아득한 저 너머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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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구상을 가두어 놓고 있었던 마음의 방.


단단한 문에는, 몇 개라도 자물쇠를 채워 놓았을 텐데.


당신의 얼굴을 본 순간.

문은, 큰 소리를 내며, 열려 버렸다.


한번 열려버린 문은 이제 더 이상,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흘러나온 감정은 분명, 곧 나 자신을 삼켜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만들어 낸 허세는 이제,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별이야기를 하자 -6-









하루카가 방을 나간 후, 나는 세츠나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
가라앉은 방의 공기는 어디까지나 무겁고, 어쩐지 괴로워서,세츠나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전과 같은 자세로, 평상시와 같은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분명 이 괴로움의 이유는, 방의 분위기 탓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2
주 전의, 세츠나와의 전화를 떠올렸다.


『좋아합니다, 하루카를』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 조용한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건지.
설마. 그런 일. 바로 그렇게 부정해버리니까, 생각은 나아가지 않은 채 였다.
다다를 앞은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도 그것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도 세츠나를 눈 앞에 두고, 역시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세츠나만이 아니고, 하루카에게서도.
1
개월 만에 만난 하루카는 너무나 야위어서, 원래 가느다란 몸이 더욱 말라 있었다.
괴로워서. 자신의 탓으로,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하는 게 괴로워서.
그러니까, 그 때 이 길을 선택했었는데. 결국상처 입혀 버리고 말았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다시 세츠나의 모습을 눈에 들였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제대로 생각해서, 답을아는 것이 두려웠다.
오히려, 대답은 거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눈을 피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츠나라면, 반드시.


「미치루…… 화장이 지워져요」


세츠나가 손수건을 이쪽으로 건넸다.
깨닫고 보니, 눈물이 차례차례 뺨을 흐르고 있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이렇게 멀리 돌아오지 않으면 소중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요


답은 바로 나올 텐데, 하고 세츠나가 조용하게 말했다.
말에서 배어 나오는 온정이, 깊게 마음을 두드린다.


「세츠나는하루카를……


거기까지 말해, 말이 막혔다.
도저히 입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할 권리 같은 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세츠나의 손이 내 뺨을 감쌌다.
세츠나는 한 순간이지만 상냥한 표정을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평상시의 포커 페이스로 돌아왔다.


「당신이 진정한 행복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루카를 선택해요?


톡톡 뺨을 가볍게 두드리고서, 세츠나는 다시 상냥한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면 나중에,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세츠나는방을 나갔다.




――――
진정한, 행복……




『너의 인생이야. 네가 좋을대로 하면 돼』



하루카의 마지막 말을, 머리 속에서 한번 더 곱씹었다.



나의, 인생.
내가, 좋을대로.


그렇다면, 취할 행동 같은 건 정해져 있었다.
그래, 정해버렸다. 정해버린 것이다, 바로 지금.


다시, 눈물이 한줄기 뺨을 흘렀다.


멈추지 않는다.
이제, 멈출 수 없다.
마음 속을 가리고 있던 망설임의 족쇄는, 풀려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자신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 거짓말 할 수 없는 곳까지 마음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물결이 태어나는, 바다와 같이.






*  *  *  *  *  *  *  *






이윽고,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음악이 흐른 후, 나는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버진로드를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후 결혼상대와 입장해, 음악이 끝나자 성직자가 결혼식 개시를 선언했다.


입장할 때, 나는 바로 하루카를 찾아냈다.
하루카는 내 쪽을 한번 보고, 한순간 눈을 감았다가, 그리고다시 내 쪽을 보았다.
그 눈이, 어쩐지 매우 나를 끌어 당긴것은, 기분탓이었을까.
옆에는 호타루와 세츠나가, 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직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서약의 시간이 다가왔다.
제일 처음, 성직자는 신랑에게 말했다.


「신랑은 이 여자를 아내로 맞아, 신이 맺어 준 부부로서,신랑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플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언제나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신랑은 조금 숙였다가, 그리고 얼굴을 올렸다.


「맹세합니다」


그리고, 성직자는 나에게 말했다.


「신부는 이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신이 맺어 준 부부로서, 신부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플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언제나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아니요. 맹세할 수 없습니다」





한 순간의 정적 후,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것도, 지나친 상황에 성직자가 망연해있는 것도,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곧바로,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는 놀라움을넘어 선 듯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
그 옆에서는 세츠나와 호타루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저는 지금까지 쭉,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그렇지만, 신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카이오 집안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그것보다도 소중한 것이있습니다」


크게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속여도, 쭉 마음 깊은 곳에서 미쳐버릴 정도로 원했던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하루카」


회장이 술렁거렸다.
하루카가 자리를 떠났다.
망연해 있는 손님들 사이에서,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낮은 계단을 넘어, 내 앞에 섰다.


어려울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우리들은 언제나, 어째서 서투른 길을 선택해 버리는 걸까.


「미안해하루카. 미안해」


눈물이 한없이 뺨을 흐른다. 소리가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하루카가 내 입에 집게 손가락을 대었다.


………이게, 너를 해방하는 진정한 방법이었구나. 그랬는데, 나는


하루카의 눈동자도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 손을, 조금 큰 하루카의 손이 감쌌다.


……나로부터 떨어지지 말아줘. 쭉 옆에 있었으면해. 나에게 있어서,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하루카는 미소지었다.
나는 가슴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제, 두 번 다시 이 웃는 얼굴이 자신을 향할 것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도……하루카와행복해지고 싶어…… 그 집에 돌아가고 싶어…… 다시넷이서……


떨리는 소리가, 끊기고 끊기면서 말을 만든다.
조금 고개를 숙였다가 얼굴을 들어 올리면.
세츠나와 호타루도, 어느샌가 하루카와 같은 곳에 서 있었다.


「나를…… 다시 한번…… 받아줄래요……?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그곳이 아니라면, 나는 나로 있을 수 없다.


「미치루……

「미치루 마마!!!


호타루가 내 허리에 매달리고, 세츠나도 나를 상냥하게 껴안았다.
그리고 하루카도, 나를 꼭 껴안았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그 장소에.
언제나, 나를 지탱해주었던 그 장소에.




「미치루!!!!!!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확 하고, 아버지와어머니를 향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얼굴에 띄우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보고 있었다.


「너는…… 정말로 너는 무슨 말은 하고 있는게냐!! 너는카이오 집안의 딸이다! 알고 있느냐!


제가 있어야 할 곳을 지킬 수 있다면, 아무것도필요 없어요. 카이오 집안의 이름은 버리겠습니다」


스스로도 등골이 오싹할 만큼 담담한, 감정이 언 듯한 소리가 입에서 빠져 나온다.
이제와서, 그것 이외에 지킬 것은 없었다. 소중한것은, 그것만으로 좋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물들어 간다.


「너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게냐!! …이제 됐다! 너는 이제 카이오 집안의 딸이

「기다려주세요」


아버지의 화난 소리가 조용한 소리에 가로막혔다.
거기에 손님들도, 어머니도, 아버지조차도 놀란것처럼 그곳을 본다.
일련의 흐름을 가만히 보고 있던 신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치루씨, 당신이 카이오 가를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제쪽에서, 이 결혼은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와 어버니는 신랑을 보았다. 동시에 나도 놀라서 신랑을 본다.
신랑은 애틋하고 상냥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한테도, 당신처럼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게는 집안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매우 상처 입혀버렸습니다.
한심한 이야기죠. 아직 망설임도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고그렇지만, 보고 싶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붙잡는강함을, 저에게 보여주십시오」


나와 하루카의 등을 상냥하게 눌러, 작게 말했다.


행복하길」


나는 그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 드레스의 단을 잡아 올리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시야가 확 변했다.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하루카가 나를 안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신부강탈! 한번 해보고 싶었어」


농담을 하면서 하루카는 바람처럼 달렸다.
만났을 무렵의 기억이 조금 떠올라,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역시 하루카는, 나의 바람이었다.



「비겁해~ 하루카 파파아~!

「호타루, 제가 해 줄까요?


뒤에는 세츠나와 호타루.
정말 좋아하는, 정말로 좋아하는 나의 가족.



아버지가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 * * *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날짜가 바뀌어 있었다.
1
층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조금 들려오긴 했지만, 그곳에 세츠나의 모습은 없었다.
호타루를 재우기 위해서일까, 혹은 신경 써 준 것 일까.
나는 하루카와 둘이서, 마루에 걸터 앉아 있었다.


오가는 말은 없었다.
말 같은 건 필요 없었다.


하루카의 손이, 내 손 위에 포개진다. 그대로어느쪽이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손가락을 얽히게 했다.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1개월 사이를 전부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소중한 유리조각을 다루듯, 하루카는 살짝내 손에 입을 맞췄다.
눈을 맞추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웃었다. 왠지오랜만이네, 하고.
갑작스레, 1개월 사이에 있었던 일 모두가, 꿈 속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졌다.
밤하늘에 빛나는 달이나 별이나, 그리고, 자기자신조차도.


그렇지만.
내 옆에 있는 당신만큼은.
이 손에 분명히 느껴지는 온기만큼은.


꿈이 아니다.
확실히, 이곳에 있다.



거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TV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오래된 서양영화인가. 어쩐지 이제, 의식이 희미해져서잘 알 수 없었다.
하루카의 품 속에서, 잠에 떨어지기 전, 마지막의식 속으로,
그것이 들렸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이란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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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마음은 결코 마음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









이별이야기를 하자 -5-







우리들은 미치루의 결혼식을 위해
, 바다가 보이는 하얀 교회에 와 있었다.
교회라고는 해도 크고 아름다운 곳이라
, 호텔로 착각할 정도였다.
전면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층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정말로 깨끗한 바다가 보였다
눈 앞에 펼쳐진 마린 블루의 빛에
, 나는 어느새 미치루의 모습을 덧쓰고 있었다



―――
미치루다운걸
...



자연스레 뺨이 느슨해진다
곧바로
, 이런 상황에서 웃는 자신에게 조금 놀란다.


톡톡, 구두소리가 들려,내 허리에 호타루가 매달렸다


「하루카파파
!! 저 있지,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밝은 목소리가 플로어에 울려퍼져
, 작은 손이 내 손을 잡아 당겼다


「어디에 가고 싶은거야
? 호타루얼레, 세츠나는? 방금까지 같이 있지 않았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물었다
호타루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 내 손을 잡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됐으니까
! 어쨌든 따라와봐!!

「에
? ……


매일 변변한 수면도 식사도 취하지 못한 나는
, 완전히 야위어버린 것 같다.
호타루에게 끌려가듯 나는 예상도 되지 않는 목적지로 발을 옮기게 되었다.
머리도 멍해서
, 어디에 가는건지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았던 나에게는.


호타루와 세츠나의 마음 같은건
, 깨달을 리가 없었다.




「알고 있겠죠
, 호타루.

미치루가 있는 곳으로 하루카를 데려오는 겁니다」






꽤 이리저리 끌려다닌 후, 드디어 호타루가 발을 멈췄다.


「여
여기야


크게 숨을 쉬면서 호타루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보면.
그곳에는「신부대기실」이라고 쓰여진 종이가 붙어있는, 문이 있었다.


―――
신부
……?


멍한 머리로 종이를 보다가, 팍 하고 깨닫는다.


―――
미치루
…!?



「저
저기, 호타루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호타루는 노크를 하고
, 문을 열고 있었다.
나는 혼란한 채로 호타루에게 등을 떠밀리면서, 들이닥치듯 방안으로 들어갔다.




……하루카……!?




소리가
, 울렸다.




잠겨있는
, 매우 놀란 듯한 소리.
아직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텐데
, 어딘지모르게 그리운, 그러나 귀에 익숙한 소리.


내가 쭉 찾고있었던
, 너의 소리.



「미치루
……



아름다웠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 동화에 나오는 진짜 공주님처럼.
닫아두고 있던 마음이 흘러넘친다
. 나는, 미치루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호타루가
……데려와준거야?

「응
! 그으래!


호타루가 기쁜 듯 미치루와 이야기한다.
그렇다, 미치루와 만나고 싶었던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호타루도
, 세츠나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 나는 세츠나가 이곳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치만말야호타루. 나는지금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했어……


눈을 내리깔며 미치루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 호타루에게도 나에게도 그 소리는 닿고 있었다.


「어째서
?


울것같은 얼굴로
, 호타루는 드레스의 옷자락을 쥐었다.


「하루카와
……만나고 싶지 않았어


그 날처럼
, 미치루는 나를 보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사실이라면 충격 받을 장면이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고
, 반대로 미치루의 마음을 잘 알게 되었다.
……그래,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만나고 싶었지만
,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으니까.
만나고 싶었지만
. 죽을 정도로 만나고 싶었지만.
만나선 안되었던 거다.



다시
, 이 마음을 닫아두지 않으면―――



「언제까지
…… 당신들은 그럴 생각입니까?


낮고
, 조용한 소리.
어느새인가 문에 기대어 서 있던 세츠나는
, 팔짱을 낀 채 말을 던졌다.


「세츠나
……

「맞아
!! 이걸로 좋은거야!? 절대 아니야!! 누구도 행복하게 되지 않는다구!!


호타루의 비통한 소리가 마음 속에서 울린다.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그런 거.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는 미래를
, 우리들은 걸으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안 된다든지 된다든지
, 그런 자로 잴 수 있는 듯한 문제가 아니다.


알고 있다.
알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어서
, 미치루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알고 있다.
알고
, 있는데.



나는.



좋아한다
.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어찌해도 잊을 수 없다.

너의 모든 것을, 내 마음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레
, 말이 새어 나온다.



미치루…………나는……



지금이라도 아직    네가 좋아서 어쩔 수 없어.




말은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
안된다

목까지 차 올랐던 말을 필사적으로 멈춘다.


「하루카
......


1개월만에, 미치루의 눈을 보았다. 역시, 눈동자는 빛을 잃은 그대로다.
미치루는 그때보다도 더욱 야위어
, 더욱 작아진 것처럼 보였다.
가슴이 아파서 마음이 꽉 죄어왔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 침착을 되찾는다.


아아.

역시
, 미치루는 아름답다.



「너의 인생이야
. 네가 좋을대로 하면 돼」


그렇게 한마디만 고하고
, 방을 나갔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최선의
, 말이었다.




방을 나온 순간
, 나는 무거운 몸으로 있는 힘껏 달렸다.
아니
, 몸 그 자체는 야위어서 가벼웠다. 무거운 것은 분명, 다른 부분일 것이다.
달리는 내 다리를, 바람이 휘감는다. 이렇게 약해져 있어도, 역시 나는 바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로비를 빠져나가
, 위층으로 연결되어 있는 슬로프를 오른다.
비상계단으로 연결 된
인기척 없는 문에 다다르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 호흡도 흐트러져서 기침이 나왔다.


아아,

그 날도 확실히―――


......하루카파파...


갑작스러운
, 호타루의 목소리로 사고가 중단된다.


이곳까지 나를 쫓아와 주었던 것이다.
숨을 헐떡이면서
, 작은 몸이 천천히 나를 꼭 껴안았다.
조금 늦게
,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겨우 들어 올려, 부자연스럽게 호타루를 껴안았다.
기분 좋은 온도에
, 눈꺼풀이 조금 떨렸다.

하루카파파도 미치루마마도 바보야
, 라고 약한 소리가 품 안에서 울려 내 귀에 닿았다.
시선을 떨어뜨리자
,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곧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카파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야
?


그 말을 듣고
, 나는 시선을 돌리다가, 이윽고 숙였다.
대답을 망설였다
, 그럴지도 모른다. 머리에 떠오른 것은「모른다」였다.
모를 리가 없었다
. 반드시 대답은 하나 뿐 이니까
그러나
, 그것을 말해도 좋은가 하는 의념이라든가, 미치루가 한 말의 배경이라든가,
그런 쓸데없는 것들이 걸려서 떨어지지 않는다
.
호타루는 다시 나를 들여다보았다. 투명한 눈빛은, 망설이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모른다
,같은 말은, 못하게 할 거니까」


투명한 시선은
, 날카롭게 변했다.
그 소리는
, 아주 약간 여성의 색을 보였다.
나는 숨을 삼킨 채
.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동안 그 시선에 사로잡혔다.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투둑 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이유라든지, 사정이라든지. 사실은 뭐라도 좋았어」



말이 모래처럼 떨어진다.
아아
, 이것이 본심이구나 하고.
깨닫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무엇이 서로를 위한 것인지
. 알 수 없어서 말야. 어떻게해도 마음을 죽이는 것 따윈 할 수 없었을 텐데」


혼잣말을 하듯 내뱉으며
,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흑발 아래에서는
, 하루카파파도 미치루마마도 모두 바보야, 하고 재차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네
, 하고 말하면서 나는 얇게 웃었다.


그렇지만말야, 간단하게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마음으로, 미치루를 좋아한게 아니었어」


몇분 전.
미치루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렸던 자신이 있었다.


「어렵네」


죽을 정도로 발버둥치다보면, 단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며칠 간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허세는
, 그 순간에 아주 간단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것 만으로는 안되는 걸까」



나는 웃었다.
대답은 이미 나와있다
. 그렇지만, 분명 아직 조금의 망설임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 아마 조금쯤은 외로웠겠지.
그러자 품 안에서
, 충분해, 하고 소리가 울려,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 이상
, 필요한 것은 없어


껴안고 있던 작은 어깨는 떨리고 있었고
, 따뜻한 눈물이 내 어깨를 스며들고 있었다.
너무나 순수하고
, 너무나 깨끗한 그 눈물이, 쓸데없는 망설임을 씻겨주는 마법같다고 생각했다.
희미하게
, 그리고 강하게 밀어닥치는 것이 확실하게 나의 마음에 존재해서,
그리고 나는 그것을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호타루는 다시 한번, 바보야, 라고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너무 상냥한 바보야, 하고. 그렇게 말해 다시 조금 울었다.
나는 미소지어, 호타루의 머리에 자신의 이마를 툭 하고 갖다대었다.




「고마워」





뚜껑은 열려버렸다.


넘쳐나오는 구상은,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이제 숨기는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다면 차라리
, 인정해버리자. 지금까지 내가, 닫아두고 있던 마음.



너를 떠올린다
.



그저, 그것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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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그 장소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의 늪에 빠져, 사라져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울어서는 안된다고 손을 꽉 쥐었다.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 딱, 마음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플 리도 없고, 삐걱거릴 리도 없고, 그저허무함만이 남아서.
그렇지만 그 공백은 더 이상, 어떻게 해도 매울 수 없어.
반드시, 용서받지 못할 나에게 내려진 벌이니까.









이별이야기를 하자 -4-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털썩 하고 침대에 쓰러졌다.
다시 한숨을 쉰다. 어째서 저런 곳에 거울이 있는 걸까
걸어가서 치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다시 한번 힐끗 그곳을 보면, 흐트러진 자신이 눈에 들어와 무심결에 웃었다.
자신은 이랬던 걸까. 별로 얼굴이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니지만.
그저, 이렇게도, 아파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던걸까.


인간이란 곤란한 생물이다.
생각하지 않도록,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생각할정도로 헤아려버린다.
그게 싫어서 얼굴을 베개에 묻어도, 역시나 머리를 맴도는 것은 같은 것뿐으로,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었다.


그 날 하루카의 표정.
지금도 선명히 눈 안쪽에 각인되어있어, 심장을 조르는 듯한 아픔에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어째서야, 라고 심하게 추궁 할 거라 생각했다.
필사적인 하루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눈이 본 것은,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하루카의 모습이었다.
자신은 잘도, 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의균형 따위, 먼 옛날에 무너져버린 지 오래인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꾹 하고 입술을 깨문다.
자신이 직접 결정한 일인데.

자신이 하루카를 상처 입혔는데.





―――――
제멋대로인 여자





조금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어 밖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이라도 놀랄 정도로 이 집은 넓었는데, 그것이 옛날에는 무섭고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유롭지 않은 것 따위는 하나도 없는 카이오 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가득 채워진 집.
어떤 의미로는, 복 받았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이제 손에 닿지 않지만.






―――――
떠나던 날 아침의.

호타루의 말이, 몇 번이나 머리 속에서 반복한다.



『미치루마마는하루카파파를 정말로 좋아하는거네


어제까지 크게 울고 있던 호타루가, 거짓말처럼 어른스러운,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타루는, 내 마음을 전부 꿰뚫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호타루의 말에, 나는 한 순간 할말을 잃었다.



―――――
이걸로좋은거야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하고, 가만히 무릎을 구부려, 호타루의머리를 쓰다듬었다.
울어버릴 것 같은 걸 참으면서.


『하루카파파를결혼식에 불러줘. 반드시』


호타루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날, 호타루는 내 앞에서 울지 않았다.





호타루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하루카에게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와서, 어떤 얼굴로 만나면 좋은걸까.

그런데도. 시선을 떨어뜨린다.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만나고 싶다. .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책상으로 향했다.
무의식 중에, 펜이 움직인다.


깜짝하고 정신이 들어, 손 안에 있는 초대장을 바라본다.
수신인 란에는, 메이오 세츠나, 토모에 호타루.


그리고.
텐오 하루카, 의 이름을 쓰고 있었다.


한순간, 헤맸다. 좋은건가, 괜찮은건가 하고 마음이 부르짖는다.
그렇지만 이제, 무엇이 좋은지 알 수 없어서.
집사를 불러,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집사는 알겠습니다, 하고 짧게 고하고, 초대장을가지고 방을 나갔다.





하지만, 넓은 방에서 혼자가 되자, 점점 자신의행동이 후회됐다.
무엇이 하고 싶은 건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기분에따라 행동을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루카라면, 나를 만나고 싶어할 리 없다.
그렇게 뿌리쳤던 나를.
하루카는


멍하게 침대에 앉아, 무릎을 껴안았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메이오 님이라는 분의 전화입니다. 그쪽으로연결하겠습니다」


방금 전의 집사가 들어와 전화를 가리킨다.



움찔하고 몸이 뛰었다.



―――――
세츠나……?



「알았어요, 고마워요. 이제 가보세요」


집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방에서 나갔다.
쭈뼛쭈뼛 전화 쪽으로 가까워져, 수화기를 귀에 댄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세츠나입니다. 갑자기 전화해서죄송합니다』


수화기 저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평상시와 변함없는 세츠나의 침착한 목소리.
마치, 자신이 그 집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냐……그래서용건은?

『하루카가그 날부터 쭉 누워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불안정하고식사도 거의 하지 않고

세츠나의 음색이, 조금 슬픔을 띠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덜컥, 무거운 것이 마음을 덮친다.


―――――
하루카……


입술이 떨린다. 내 탓으로, 하루카는.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했을 때, 머리 속에서 아버지의 말이 되살아났다.


『소중한 친구들을 지키고 싶다면, 현명해지거라』


새하얗게 된 머리 속으로, 수화기 너머 세츠나의 소리가 닿는다.


『미치루…………하루카를 위해서돌아와주지 않겠습니까?


띄엄띄엄 세츠나가 말을 이었다.
세츠나의 말에 한순간 기대가 가슴속에 퍼졌다.
만약 내가 그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면, 하루카는, 세츠나는, 호타루는. 나를 맞이해주는걸까.
가장 돌아가고 싶은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반드시, 모두는 나를 받아들여 줄겠지.
이런 나를, 평소처럼 따뜻한 웃는 얼굴로.


그런데도.


……무리야……내가 결정한 길이야이제 하루카는 상관없어


할 수 있을만큼 냉정을 가장해 말했다.
시트를 강하게 움켜 쥔다. 돌아가고 싶다고 부르짖는 자신에게 지지 않도록.
어째서, 하고 짜내는 듯 내뱉은 세츠나의 소리에, 무심코입술을 움직였다.
그렇지만 이유 같은 건, 반드시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스울 정도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자신이 만들어 낸 현실이 있는 것뿐으로, 어느새 감정조차 들어 올 틈을 없애버린 이제와서는.


『정말로……하루카는상관없는 겁니까…?


잠깐의 침묵 후, 세츠나가 조용히 말했다.


응」


한층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고, 꾹 눈을 감는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제……숨길 필요는 없겠네요』




다음 순간



수화기 너머로, 세츠나의 믿을 수 없는 말이 닿았다.




……………?



『그러면, 결혼식에서 뵙죠』


툭 하고 끊기는 소리가 귀에 닿았다.
후에 남은 것은 차가운 기계음과.


그리고


수화기를 든 채 움직일 수 없는 나였다.





세츠나의 소리가, 머리 속에서 메아리 친다.







『저는 쭉 하루카의 옆에 있습니다……



                        좋아합니다, 하루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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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 미치루가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왔다.




초대장이오기까지 이 2주 간.


시간감각같은 건, 없어져버렸다.


아침이오는 것이 싫었다.



그게,


눈을떠도, 네가 옆에 없으니까.











이별이야기를하자 -3-











하루카, 들어가겠습니다」


문을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세츠나가 내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아직 꿈의 끝자락을 잡은 채, 멍하니 시선을 그녀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가사고를 방해하는 것처럼, 제대로 머리가 돌지 않는다.

그날로부터,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걸까.
하루? 일주일? 일년?
그것조차도, 알 수 없었다.


나는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자고있었던 건가?


머리회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렸지만,
시간이지나면서 동시에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세츠나의말에 의하면, 그 날 밤, 미치루는 세츠나와 호타루에게 결혼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것 같다.
세츠나와호타루도, 미치루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고.
호타루는「가지마」라고매달리며, 크게 울었다고 들었다.
다음날미치루는 친가로 돌아간 것 같지만, 나는 배웅하러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 없었다.
나는, 멀어져 가는 미치루의 뒷 모습에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은 될 수 없었다.


천장을향해 뻗은 손을 응시했다.
아직, 손에는 그 날의 미치루의 온도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나는 두 손을살짝 움켜 쥐었다.
만약그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하면, 언제나 견딜 수없어서 머리를 흔든다.
그날부터 쭉 맴도는 이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루카, 하루카」

「아-


미안하다고사과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몸이 아닌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침대옆에 놓여져 있는, 입에 대지 않은 식사를 내려다보며 세츠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식사를 하지 않았군요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뭐라도 먹지 않으면」
「응……… 미안」
2주 후의 결혼식당신이 그런 모습이면, 미치루가 걱정합니다



2
주후로 다가온 미치루의 결혼식.
물론, 이 집으로 초대장이 온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째서, 나도 초대 된 걸까.



그날, 미치루는.


너하고는더 이상 만나지 않아, 라고.


그렇게말했었는데.




「저기, 세츠나

「뭡니까?


「어째서미치루는 나를 초대 한 걸까



천장을바라보면서, 한숨 섞인 말을 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미치루를 보는 건솔직히, 힘들어……


그날, 미치루에게는 결코 말 할 수 없었던 본심이, 툭툭 입에서흘러 넘친다.
정말로이제와서, 하고 마음 속으로 자조했다.


……그렇네요 저도, 미치루가웨딩드레스를 입을 때 그 상대는 하루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랬으면좋았을텐데」



자신이여자라는 것을 통렬히 깨닫는 때가 있다.
「결혼」이라는말을 들을 때.
어째서나는 여자인걸까, 하고. 가라앉아서, 고민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럴때, 언제나 미치루가 옆에 있어 주었다. 가장 듣고 싶은말을 나에게 해 주었다.
미치루가있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나로서 있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만, 이제.


나의옆에, 미치루는 없다.





어째서 붙잡지 않았던 겁니까…?



조금전부터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했던 세츠나가 결심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순간, 몸이 굳어졌다.





1개월 전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어. 식은 1개월 후. 부모가 결정한 사람과 결혼하는거야』

…그치만, 나는 이해하고 있어』




그 날, 미치루의 말이 머리 속에서 반복된다.
그렇게 외로운 듯이 웃는 그녀를 나는 알지 못했다.


미치루가 결혼하는 걸 납득하고 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만났을 무렵 말했던 것처럼, 결혼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겉으로는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은 분명 다르겠지. 자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치루는 언제나, 나를 가능한 한 안전한 방향으로 가도록 헤아려주고있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전사였을 무렵부터. 자신은 위험한 곳에, 나는 안전한 곳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 유도되었다.
언젠가 그것을 눈치 챈 나는, 화냈다. 어째서 너는 그러는거야, 하고 큰 소리를 냈다.
미치루는 흐트러지지도 않고, 변명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눈꼬리를 내리며 웃었다.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런 그녀이니까, 그 날도 나를 지키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 명령을 거역한다면, 모두가 무언가의 위험을 지게 되었을지도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두 이치에 맞았다.


빛을 잃은, 마린 블루의 푸름이 번진 눈동자.
지금도, 그 때의 미치루의 눈동자를 생각해 낼 때마다 마음이비명을 지른다.


그 날, 그녀의 손을 끌어 당겨,
가지 마라」라고 말했었더라면.


지금, 나의 옆에 미치루의 모습이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몰랐어」

?

머리가 새하얗게 됐어. 붙잡으려고도 생각했었어. 그렇게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그치만」


마음 속 탁한 어둠이 흘러 간다.
한번 밖으로 나와버린 것은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눈을 봤을 때.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미치루가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었어, 나는.
나 혼자만 상처입은 얼굴을 하고. 그런 나를 보는 그녀가 더욱상처받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하고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멈출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신이 싫고 견딜 수 없어서. 붙잡을 자격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어.
미치루를 괴로움으로부터 놓아 주고 싶어서. 내가 놔 준다면, 미치루가 괴로워하지 않고 끝나지 않을까 해서.


그 날, 그녀의 모습. 소리. 향기.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던 그 시선을 잊을 수 없다.


잊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그녀와의 기억을지우자고. 그렇지만 사라지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어, 미치루의 대답을. 미치루가 고민해서 내 놓은 대답인데…!
어떻게해도 안돼…… 안된다고……


쭉 참고있던 마음이 폭발한다.
눈물이, 차례차례 뺨을 흐른다.앞머리를 쓸어 올려, 두 손으로 강하게 머리를 억눌렀다.
잊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하물며, 없었던 일로 한다니.


갑자기, 세츠나가 살며시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내 몸을 감싼다.
상냥한 체온. 당혹감은 곧바로 안심으로 변해, 나는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우리들에게는…… 당신에게는…… 미치루가 필요하네요……   



세츠나가 무언가 중얼거린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서, 뚜렷하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이처럼 세츠나의 가슴에 안겨 계속해서 울었다. 내가 침착할 때까지 세츠나는 옆에 있어 주었다.


울다 지쳐 의식이 둔해진다.
그대로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 후, 세츠나가 미치루와 연락을 취한 것도 알지 못한 채.



나는, 계속해서 잠을 잤다.
꿈에서 보는 미치루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면서.



웃고 있다.
꿈 속에서, 미치루는.
평소와 다름없는 웃는 얼굴로, 내 이름을 불러 준다.
나도, 세츠나도 호타루도. 모두웃고 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그렇지만, 내가 미치루에게 손을 뻗는 순간.
너는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곳에 슬픔만을 남기고.
나는 잡을 수 없었던 너의 잔상을 쭉 바라보며, 주위가 새하얗게되어가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잊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내 안에는 아직, 이렇게도.



너의모습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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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결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식은 가까운시일 내에 잡기로 했다고.

상대는 큰회사의 후계자로, 이미 그쪽의 승낙은 받았다고.

 

 

 

 

『소중한 친구들을 지키고 싶다면, 현명하게 행동하거라』

 

 

 

 

그것은, 절망적인 울림이었다.

 

 

 

 

 

 

 

 

 

이별 이야기를 하자 -2

 

 

 

 

 

 

 

 

 

언제라도 함께라고.

언제까지라도 옆에 있다고.

언제라도 하루카는 내게 그렇게 말하며, 이 삶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언제라도 함께라고.

언제까지라도 옆에 있다고.

언제라도 나는 하루카에게 그렇게 말하며, 나 자신도 그 말을 믿고 있었지만.

 

 

그것,

 

너무도 어려운일이라.

 

 

말로 할 수있을만큼,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반드시.

 

 

 

 

 

 

 

 

* * * * * * * * *

 

 

 

 

 

되돌아보면.

하루카나 세츠나, 호타루와 살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사실은, 서로의 생활로 돌아가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굳이 우리들은 넷이서 살기를 선택했다.

거기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확실히, 평생 동안 누릴 행복을 가득 채운 것 같은 나날들.

세츠나의 상냥함, 호타루의 웃는 얼굴, 그리고, 하루카의 사랑.

살아 있는것이 이렇게도 기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하루카와 만나기 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랬기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카이오 집안의 딸이라는 것을.

 

 

 

 

카이오 집안에 어울리는 상대. 어울리는 결혼. 나의 결혼 따윈 결국 비즈니스.

언젠가,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와 결혼해야 하는 것은, 이 집에서 태어났을때부터의 숙명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빨리…?

 

 

 

 

이것은 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었는데, 마주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척을 하며, 애매하게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음 어딘가에서는 집이 자신을 놔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일까. 미래로의 길은, 변할 리가 없었는데.

 

 

 

『만약…… 그 결혼을 거부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런건 당연하지않느냐. 수단을 강구할 수 밖에. 조금 거칠어지게 되겠지』

 

『그런……

 

『미안하지만 이것만큼은, 너에게 선택권을 줄 수 없구나. 옛날부터의 약속이지?

 

『그렇지만저에게는

 

『미치루. 너를 망설이게 하는 게 네가 지금 함께 살고 있다는 친구들 때문인게냐?

 

『아…… 아뇨, 달라요. 저는』

 

『너도 거짓말하는 게 서툴러졌구나…… 어쨌든, 미치루.

소중한 친구들을지키고 싶다면, 현명하게 행동하거라. 그게 네가 친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게다』

 

 

 

아버지의 말은 마치 나쁜 주문처럼, 귓가에 남아서. 나의 마음을 지배해버렸다.

「운명에 거역하는건 할 수 없어」

언제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고민에 고민을 더한다.

알고 있다. 알고 있다.

이것은 명령이며, 배반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는다.

 

 

 

며칠을, 몇 주를 쭉 고민했다.

셋이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점점 야위어가는몸에서 눈을 돌려, 몇 번이나 잘 수 없는 밤을 보내곤 했다.

마지막으로웃은 것이 언제인가, 그것 조차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생각에 생각을거듭해도, 언제나 대답은 같은 미로를 헤매다, 주저앉아버리고만다.

그런 상태이니까, 무엇도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조차도.

하루카는 물론, 세츠나나 호타루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은 손에 잡힐 듯 알고 있었다.

무엇이 있었는지하고 물어도, 괜찮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자신에게, 깊은한심함을 느끼는 매일.

언제부터인가, 하루카의 눈을 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자기자신에게, 어찌할 수도 없는 분노를 느낀다.

나의 계속된 고민이, 도대체 주위에 어느정도의 폐를 끼치고있는 걸까.

자신에게 있어서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명령을 거역했을 때, 카이오 가가 어떤 압력을 가해 모두를괴롭힐지.

그것도,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치루를위해서라면,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하루카가 미소짓는것도 분명.

 

 

평상시에는 상냥한 아버지이지만, 비즈니스 관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버지는 아버지나름대로, 국내 톱까지 일으켜 세운 이 집안을 지켜내는데 필사적일 것이다.

유년시절때부터, 압박을 받는 사람들을 나는 몇 사람이라도 보아왔다.

깨끗한 일뿐만으론 비즈니스는 성립되지 않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까, 모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위해서, 모두를 괴롭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거역할 수 없어.

 

 

 

 

선택지는 둘중 하나. 그러나, 선택할 방법은 없었다.

텔레비전 속의이야기같이, 그저 잘 풀리기를 바라기에는, 상대가 너무 컸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어리석다고 생각되었다.

 

 

아버지의 말처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카이오 가로부터 모두를 지켜내는 것 뿐.

고민에 고민에고민을 거듭해, 다다른 대답은 그것이었다.

그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아

 

바라건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비록, 자신을 잃는다해도.

 

 

그렇다고 해도, 좋으니까.

 

 

 

 

 

 

 

 

서투른 거짓 얼굴로, 하루카에게 바다가 보고싶다고 말했다.

바다 앞에서 하루카에게 말해 버리자,고 생각했다.

이유를 묻는다면, 그저 별 생각 없었다,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지만.

바다 앞에서하루카에게 털어놓는 것이, 하루카에 대한 참회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기쁜듯한 하루카의옆 모습에, 가슴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 * * * * * * * *





바다에 도착하고 나서도, 끝 없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미혹은, 나를 망설이게 했다.

푸른 바다는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빛을 발한다.

이대로 바다에녹아 버리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생각은, 자신만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분노를 느껴바로 머리를 흔들었다.

고민의 나날과, 이 날을 위해 결심했던 며칠 간이, 어떻게는 지금의 마음을 지탱하고있다.

마음의 정리는되어있을 것이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는,각오.

 

 

 

아주 조금떨어진 장소에서, 하루카는 침묵이 무서운 듯 쉬지 않고 말했다.

분명, 이미 무언가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나는 입다문 채,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하지않으면 안돼, 라고 초조해 봐도 쓸 데 없는 일이었다. 가슴이꽉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루카를 봐버리면, 다잡은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한번 무너져버리면,

그것은 이제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결심이 무너져버렸을 때, 하루카와 모두를 부수어 버리는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그렇게 되기 전에.

 

 

하루카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혼하게되었어」

 

 

…………?

 

 

 

 

 

 

밀어내듯, 단번에 말 한다.

 

바로

 

말해 버렸다, .

 

 

마음 어디선가후회하고 있는 자신이 있어서.

 

 

도저히 하루카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떨림이 멈추지않는 손을, 옷자락 속에 숨긴다.

 

 

 

 

잠깐의, 침묵.  

 

 

 

 

 

 

 

………결혼…?

 

 

 

 

 

 

 

들린 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머리 속이순간 새하얗게 변했다.

 

 

 

그 소리로.

 

 

그 소리만으로

 

 

 

 

―――안돼

 

 

 

 

흔들렸던 자신을마음 속으로 질타한다.

 

 

 

 

 

 

…1개월 전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어. 식은 1개월 후. 부모가 결정한 사람과 결혼하는거야」

 

 

그렇게 말하고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쉰 후, 계속해서 말했다.

 

 

그치만, 나는 이해해」

 

 

 

 

가슴 속이심하게 당겼다.

긴장으로 가득해사실은 파열해 버릴 것 같은데, 필사적으로 억제해 무표정으로 가장한다.

이걸로 좋다고, 약해지는 마음에 채찍질 한다.

그리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나는 괜찮아, 하고.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된다.

 

 

 

 

――제대로웃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 집은 나갈게. 너하고도……이제 만나지 않아」

 

 

 

 

 

하루카는 보지않는다.

하루카를 봐버리면,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다시, 긴 침묵.

 

 

 

 

 

하루카가 어떤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는 것이 무섭다.

어떤 표정을하고있다해도, 그 얼굴 봐 버리면.

나의 결심같은건 반드시, 지지대 없는 탑처럼 간단하게 무너져버리겠지.

 

 

 

이야기는 그것뿐이야. 그러니까 이제,먼저 돌아가줄래? 나는 아직 조금 더, 여기에있을테니까…」

 

 

 

차라리,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무섭고 무서워서견딜 수 없다. 침묵의 무게가,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불안이 눈안쪽을 툭 하고 삐걱거리게 한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면 안돼 

 

 

눈물을 흘리면, 나는「불쌍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나라도 슬프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그런 제멋대로인 인간이 되어 버린다.

다르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

 

 

『소중한 친구들을지키고 싶다면, 현명해지거라』

 

 

귀에서 맴돌고있는 아버지의 주문이, 신체 안에 울려 퍼진다.

 

 

 

 

 

「미치루……

 

 

 

 

갑자기, 하루카의 소리가 새었다.

조금 낮은, 정말 좋아하는 하루카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떨리고 있다.

움찔하고 어깨가떨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 하루카도 알아 버릴 정도로.

얼버무리듯,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후회한다.

 

 

나를 보고있는하루카의 눈이, 순식간에 절망의 색으로 변한다.

그 시선을받은 순간. 사고는 정지하고, 심장은 크게 울렸다.

 

 

.

눈물이, 하루카의 뺨을 탔다.

 

 

가슴에 강한아픔이 달리고, 다리가 얼어 붙는다.

견딜 수 없어서, 무심코 입이 움직인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이, 내 눈 앞에서, 나 때문에 상처받았다.

그 사실에격렬한 아픔을 느낀 자신에게, 단번에 격렬한 혐오감이 끓었다.

상처받을 자격조차, 나에게는 없는데.

나를 붙잡는그 눈동자에,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이 죄 많음에, 현기증이 난다.

 

 

 

 

 

………치」

 

 

 

 

다시 하루카의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도 약하다. 그것은, 눈동자에퍼졌던 절망과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무너진다.

 

무너져버린다.

 

 

불안이나 두려움은이미 넘어서버리고 있었다.

시선을 떨어뜨리자, 다리가 떨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안될지도 모른다.

 

 

 

「하루카……

 

 

 

하루카를 올려보는데, 무언가가 목을 꽉 막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하면좋은건지 알 수 없었다.

전하고 싶은것은 아주 많이 있는데.

그렇지만 분명, 이 이상 입을 열면 서로를 상처입히는 것밖에 안된다.

이제 두 사람사이에 있는 것은 공간만의 거리가 아니니까.

하루카의 눈을보면 알 수 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는사실이었다.

 

 

갑자기, 하루카가 차가워진 나의 손을 잡는다.

그대로 손등에입맞추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웃는 얼굴을 보였다.

 

 

 

 

 

 

 

………고마워」

 

 

 

 

 

 

 

나의 손이, 하루카의 눈시울에 닿는다.

따뜻한 눈물이몸 안에서 상냥하게, 격렬하게, 스며드는 것 같은 생각이들었다.

 

 

순간.

 

색이라는 색, 모든 것이. 바다마저도, 빛나는그 색이 사라졌다.

등에 전류가흐르는 것처럼,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경종을 울린다.

뜨거운 것이가슴속에서 격렬하게 울컥거린다.

몇번이나 방문하고있던 한계의 물결은, 드디어 진짜 모습을 드러내,

당장이라도나를 삼켜버릴것이다. 이제, 그곳까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다 잊고,

 

 

 

     욕심도프라이드도 카이오 가의 신분도 전부 버리고, 

 

 

 

                      하루카의 품 속에 뛰어든다면……!

 

 

 

 

 

 

 

갑자기, 사고가 한순간 하루카의 시선에 가로막혀

 

 

 

 

 

입술에 따뜻한것이 닿았다.

 

 

 

 

 

 

 

…………미안, 해」

 

 

 

 

포개지고 있던손에, 틈새가 생긴다.

그것은 점점커져, 끝내 손가락 끝이 닿을 정도가 되고,

 

 

―――싫어……… !

 

 

말로 할 수없는 마음은 이제, 전해질 것은 없었다.

눈을 깜빡였을때, 이미 하루카의 손의 감촉은 사라져 있었다.

 

 

 

 

 

달려가는 하루카의등에, 무심코 떨리는 손을 뻗는다.  

그러나, 더 이상 그것은 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더 이상 닿을 리도 없었다.

그저, 작아져가는 그 뒷모습이, 흐릿해지는 눈동자에 비칠 뿐.

 

 

 

 

 

 

 

 

하루카의 모습이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갑자기 몸에 힘이 빠졌다.

서 있는 것도할 수 없어서, 털썩 주저 앉았다.

눈꺼풀 안쪽에짙게 짙게 들러붙은, 하루카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나 자신의죄 많음에, 나는 발 밑이 꺼지는 듯한 감각에 습격 당했다.

 

 

 

 

 

하루카……

 

 

 

 

 

『소중한친구들을 지키고 싶다면, 현명해지거라』

 

 

 

 

 

 

미안해……

 

 

 

 

 

 

 

 

 

그런데도 역시, 아버지의 주문은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루카………

 

 

 

 

 

 

 

『그게, 네가 친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게다』

 

 

 

 

 

 

 

 

 

 

 

 

 

차례차례 눈물방울이흘러 내린다.

 

 

 

 

 

 

…………사랑해………

 

 

 

 

 

 

 

 

이 세상에영원같은 것은 없다고 알고 있었으면서.

 

이 정만은, 이 사랑만은 영원하다고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설마, 자신의 탓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다니.

 

 

 

 

 

 

 

사랑한다는마음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이 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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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에 등장하는 하루카(우라누스)x미치루(넵튠)의 백합소설입니다.

4년전에 작업했던 거라서 퀄리티는 번역기 돌려서 다듬은 수준입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ㅎㅎ


원제는 別れ話をしよう인데,

작가님 후서에 따르면 포르노그래피티의 동명 노래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합니다.






「결혼하게 되었어



…………?













이별이야기를 하자 -1








높게 쌓아 올린 장작더미는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부서진다. 물건만이 아니다. 사람 또한 그렇다.

운명에 있어서 절대확실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지금이 얼마나 행복하다한들.

그런 것은 알고 있었을 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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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런데도.

 

 

이 사랑만큼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거라고.

영원을, 증명할 수 있을거라고.

 

 

마음의 어딘가에서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 * * * * * * * 








미치루의 모습이 이상하다.

그렇게 느꼈던것은, 대체 언제부터였던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거의 말 한마디 없이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식사도 입에 조금 댄 것만으로, 누구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지친 표정은,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바이올린마저도 연주하는 기색이 없다. 웃는 얼굴은 사라지고, 반비례하듯 한숨만이 늘어나있었다.

나는 물론, 세츠나나 호타루도 그런 미치루를 마냥 내버려둘 리는 없어서, 몇 번이나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했다.

그러나 미치루 본인은, 무엇을 해도, 무엇을 물어도, 「괜찮으니까」하고 눈을 내리깔며 대답하며,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결코 시선을 맞추지 않는다. 바로 눈을 돌려버리고 만다.

 

 

나를, 보지않는다.

 

 

그런 식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날이,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오늘.

 

 

미치루가 미소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을 때.

「바다가 보고싶어라고 말했을 때.

정말로 순수하게, 아이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쁘다고 느꼈다.

오랜만에 보는 미치루의 웃는 얼굴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때, 그만큼 들떠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는 웃고있지 않았다.

단지 그것은, 눈을 얇게 해 입 꼬리를 조금 올렸을 뿐인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조차도 알아채지 못하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들떠 있었던, 어리석은 자신이.

 

 

지금은 그저, 후회된다.

 

 

 

 

 

 

 

 

* * * * *

 

 

 

 

 

 

 

차를 몰아 평소의 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직 5시밖에 안되었는데도 주변은 약간 어슴푸레했다.

한숨은 하얗게 물들어 하늘로 사라져간다. 기온은 상당히 낮은 듯 했다.

모래를 밟으면 울리는 마른 소리 안에서, 우리들은 잠시동안 말 없이 걸었다.

 

갑자기 휘이하고 차가운 바람이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평상시와는 다른, 차갑고 외로운 바람 소리가 귀 안쪽까지 울렸다.

 

 

 

―――――뭐지……?  

 

 

 

바로 옆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행복할 터인데. 이 이상 바라는 것은 없을 터인데.

 

 

바람이 불안을 옮겨온다.

 

 

 

 

 

갑자기 걷는 것이 무서워져,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모래를 밟는 소리가 줄어들고, 마른 소리가 작아진다.

아아, 미치루는 멈추지 않았다. 라고. 숙인 채로 나는 어딘가 객관적으로 생각했다.

몇 걸음인가 마른 소리가 난 후, 주변은 조용하게 되어, 나는 얼굴을 들었다.

 

 

미치루는 나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 모습은 정말로 예뻐서. 너무 예뻐서, 슬퍼진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확실히 우리들 사이에는 존재했다. 가까이 있는 그녀가 너무도 멀어, 어쩔 수 없는 적막감이 나를 덮친다.

나는 어떻게든 그 거리를 메우고 싶어서, 쓸데없는 시시한 이야기를 끝없이 계속했다.

그래도, 무엇을 말해도 미치루는 입을 다문 채.

이상하게도, 말을 하면 할수록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 말을 했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나는 침묵에, 지금까지 한번도 불편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는데.

오늘만큼은 그 침묵이 무서웠다. 침묵이 방문한 순간, 그녀가 어딘가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미치루는, 마치 표정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입을 다문 채로,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눈동자는 결코 나를 향하지 않는다. 슬플 정도로 닿지 않는, 그 시선.

그것은 마치, 미치루 안에 라고 하는 존재는 사라져버린 것처럼.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도중에 끊긴 순간, 작은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

마치 혼잣말을 하듯, 작은 소리였다.

 

 

 

 

 

 

 

 

 

「결혼하게 되었어



…………?

 

 

 

 

 

 

 

 

 

 

한 순간

 

 

무엇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결혼하게 되었어―――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

 

 

아아,

 

 

분명 모르는 세계의 말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입 안에서 그녀의 말을 작게 되새겼다.

 

 

 

그랬더니

 

 

 

두근

 

 

 

심장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울었다.

 

 

눈에 비치는 영상이 모두, 멈추어 버렸다.

 

소리라는 소리는 전부, 귀에 닿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귀가   망가져버렸는지하고   생각했다.









………결혼……?」









반복하는 말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소리가 떨렸다.

 

 

 

 

 

무엇을 말했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새하얬다.

 

 

 

 

 

1개월 전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어. 식은 1개월 후. 부모가 결정한 사람과 결혼하는거야」

 

「그치만, 나는 이해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미치루는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얼굴로 웃는다.

 

그게 눈에 들어온 순간, 심한 현기증이 나,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얼굴로 웃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것일까.

 

 

 

 

 

「그러니까…… 그 집은 나갈게. 너하고도……이제 만나지 않아」

 

 

 

 

 

 

 

두근

 

 

 

 

 

다시 마음이 큰 소리를 내며, 미치루의 말에 심하게 흐트러진다.

 

 

 

 

이제 만나지 않아

 

 

 

 

멈추어버린 사고 속에, 그 말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두근두근 울린다.

 

지나친 괴로움에, 심하게 기침을 했다.

 

 

숨쉬는 방법 같은 건, 이미 잊어버리고 말았다.

 

 

 

 

 

길고 긴 침묵이 우리들을 덮친다.

두려워하고 있던, 침묵이.

 

 

 

거기에는, 낯 익은 자신의 신체를, 마치 타인의 것처럼 내려다보는 내가 있었다.

 

 

 

눈 앞이 희미하게 보여서. 미쳐버릴 것 같아서.

머리가 너무 새하얘서…… 무서워졌다.

 

 

 

이야기는 그것뿐이야. 그러니까 이제, 먼저 돌아가줄래? 나는 아직 조금 더, 여기에 있을테니까

 

 

 

나는 뭔가를 말하려고, 미치루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마린블루의 머리카락은, 그녀의 표정을 숨겨버린다.

그러나, 숙여서, 강하게 악문 입술은,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돌연 숨쉬는 방법을 생각해 내.

완전히 멈추어버렸던 사고는,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듯한 절규가, 나의 신체 속에서 울려퍼졌다.

 

 

 

――붙잡아

 

지금이라면 아직. 지금이라면 괜찮아.

그녀는 나의 옆에 있지 않으면 안돼.

나는 그녀의 옆에 있지 않으면 안돼.

그러니까 붙잡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미치루……

 


겨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깨를 살짝 떨고서,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미치루의 눈이 천천히 나를 붙잡는다.

 

 

나는 숨을 삼켰다.

울려 퍼지고 있던 절규소리가 딱, 하고 그쳤다.

뜨거운 무언가가 무서울 기세로 솟구쳐나와, 나는 온 몸이 떨렸다.

 

 

미치루의 눈은, 완전히 아쿠아마린의 색을 잃었다.

그렇게 예뻤던, 빨려 들어갈 것 같았던 색은 빛을 잃었다.

파도가 사라진 바다처럼, 공허한 눈동자.

거기에는 지쳐서 완전히 야위어버린 그녀가 있었다.

 

 

머리를 강하게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놀라고 말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가

 

 

미치루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지금이 되어서야 겨우, 깨달았다는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말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상처 입었을 것인가.

나를 언제나 제일로 생각해주는 그녀에게 있어, 이 문제는 얼마나 큰 것이었던 것일까.

 

 

입술을 깨문다.

힘 조절이 능숙히 되지 않아, 피가 흐른다.

 

 

무슨 생각으로 미치루가 이 대답을 냈는가

무슨 생각으로 미치루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건가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만이 상처받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가

 

 

깜빡였을 때, 눈물이 뺨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나를 보는 미치루의 눈이 흔들린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것처럼, 한순간 작은 입술이 움직였다.

 

 

미치루는 내 일 뿐이었다. 나는 자신의 일 뿐이었다.

그런데, 사랑하고 있다니. 붙잡아야 한다니, 이 무슨 시시한 일인가

 

미치루를 혼자서, 괴로워하게 하고.

 

나 같은건, 쓸모없겠지

 

 

 

 

………치」

 

 

 

놔 줘.

 

 

이번에는, 내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하고 좋아해서 견딜 수 없다.

나는 입술을 더욱 강하게 깨문다. 그런데도.

그러니까 더욱.

용서받기를 단념한 듯한 표정을 짓는 미치루를 보는 것이, 괴로워서 견딜 수 없다.

 

미치루를 속박하고 있는 것, 상처 입이고 있는 것 모두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싶었다.

반드시, 그녀의 다리를 가장 얽매고 있는,

 

나라고 하는 존재로부터.

 

 

 

「하루카……

 

 

 

나를 올려다보는 미치루의.

완전히 차가워져 버린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괜찮아.

이제, 내 일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다고.

 

 

말로는 하지 못하고, 억지로 미소 짓는다.

 

 

 

………고마워」

 

 

 

그녀의 손을, 자신의 눈시울에 댄다.

 

 

 

이렇게 어찌 할 수 없는 나를, 사랑해 준 너.

 

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너가 나의 전부였다고.

 

너를 사랑했던 것은 자랑이며, 반드시, 그 마음이 영원히 사라질 일은 없을거라고.

 

 

 

마음을 담은, 그저 닿기만 할 뿐의 키스를 한다.

 

 

 

 

 

…………미안, 해」

 

 

 

 

싫다, 싫다고 절규하는 마음을 눌러.

싫은 마음을 억누르고,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미치루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 다리가 저절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이제, 한계였다. 마음이 부서질 듯 아팠다.

발에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신경 쓰일 리가 없었다.

 

 

얼마만큼 미치루가 고민하며 괴로워 했는가.

지금이 되어서야, 슬플 정도로, 아플 정도로 알게 되어버린 푸른 눈동자. 낮은 체온.

그리고, 그리고 이것이 미치루가 낸 대답이라고 한다면.

분명, 잘못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달리고 달려, 노란 오픈카에 겨우 다다랐다.

난폭하게 문을 닫고 액셀을 밟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3미터도 가기 전에 밟는 것을 그만 두었다.

힘 없이 시트에 기대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미치루는, 국내 톱 재벌의 외동딸.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머리 한쪽에서는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랬을것인데, 눈 앞의 행복한 나날에 눈이 부셔, 무의식 중에 머지않아 방문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운명에는 거역할 수 없을거라고, 만난지 얼마 안된 무렵 외로운 듯 웃는 미치루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해 낼 수 있는데도.

 

 

『정략결혼? 심한 이야기네』

 

『어쩔수 없는 일이야. 그게 태어났을때부터 정해져있던 나의 운명인걸』

 

『도망치면 좋은데. 좋은사람, 없는거야?

 

『유감스럽게도. 거기에, 명령은 절대야. 거역한다니

 

『흐-. 그럼 뭐, 어쩔 수 없겠네』

 

……, 그런데 한 명……

 

『오, 누군가 있는거야?

 

……그 사람이라면, 나를 데리고 도망쳐줄지도 몰라』

 

『헤에, 내가 아는 사람?

 

『응,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대단하네. 천하의 카이오 재벌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녀석이 있다니』

 

 

 

번져가는 발 밑을 바라보면서, 미안, 이라고 나는 몇 번이나 내뱉었다.

 

 

 

「미치루………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 넘쳐, 시트를 적셔간다.

 

 

 

 

『그게 그 사람은, 바람이니까』

 

 

 

 

 

나는 작은 소리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제는 닿지 않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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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3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8(火) 04:32:07 ID:/ZxpW5Zj


*  *  * 



『친구 이상이 되고 싶어』 

『엣…』 

『치, 친구 이상으로……나노하와…………저기, 아무것도 아니야』 

『어!? 아, 안돼, 말하라구!』 

『아ー……다음에 만날 때에――』 

『다음이면 언제?? 내일부터 차원항행부대에서 머물잖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걸!』 

『응……그러니까……나노하랑 또 다시 떨어지는게 싫어서…… 
쭉 옆에 있고 싶다……고……생각해……』 

『……그거 혹시……나랑 비비오와 함께 살고 싶다는 거야……?』 

『응, 그치만 그것 뿐만이 아니고, 말하고 싶었던 건……』 

『……응……?』 

『나노하를 쭉, 조……』 

『……』 

『……』 

『……아, 정말! 페이트쨩!』 

『! 나, 나노하를 좋아해!!!!』 




그리고 현재, 나노하와 페이트는 어떤 관계가 되었는가―― 




그날도 역시 '다녀왔어' 하고 문을 열면 페이트가 바로 달려왔다. 
어서와,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확실히 들릴 수 있는 거리까지. 
나노하는 한번 더 인사하며 바로 옆에 있는 페이트의 볼에 가볍게 키스한다. 
페이트는 살짝 웃으며, 가방 이리 줘, 하고 나노하에게 말한다. 

저녁식사 준비하는 사이, 이따금 거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페이트가 세탁물을 개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않아도 되는데, 하고 말하려다가, 역시 조용히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나중에 고맙다고 말하면, 예상대로 기뻐했다. 





93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8(火) 04:36:55 ID:/ZxpW5Zj


평소처럼 젓가락을 들어 먹여주려고 하자, 스스로 먹겠다고 우겨댔다.
안된다는 표정을 나노하가 짓기 전에, 젓가락 쓰는 법 배우고 싶으니까, 라고 페이트가 말했다. 
「배우고나면 서로 먹여줄 수 있겠네」 
그 말에 나노하의 손이 멈춘다.  
어려져버린 페이트가 자신에게 밥을 먹여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우스웠지만,
모처럼 페이트가 낸 귀여운 발상이므로, 뭐 괜찮지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 뒤 옥수수 알갱이와 옥신각신하는 페이트를 보면서, 자신도 같은 것을 먹었다. 

「아무리해도 어렵다싶을 땐 말해 줄래? 내가 해 줄테니까」 
「아, 괜찮아……앞으로 조금 더 연습하면 되는 걸」 

어느샌가 말대답하게 돼가지구, 하며 나노하는 기쁨과 유감을 동시에 느꼈다.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 있는 페이트의 옆에 앉자, 
페이트는 자신이 보고 있던 채널을 영화가 방송되는 채널로 바꿨다. 
「어? 안틀어도 괜찮은데」 
「나노하, 전에도 영화 보고있었으니까 영화 좋아하는것 같아서……아니야?」 

틀린 건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했던건 오히려 페이트쪽이고 
오늘 방영되고 있는 것과 같은 사회물은 특히 『세계정세를 공부하는데에도 도움이 돼』라고 말하면서,
심심해하는 나노하를 페이트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보던 장르였다.  

「이렇게 조금 어려운 내용이 아니면 본다구? 좀 더 이렇게 가족이서 볼 수 있는 
판타지나 로맨스물……그런게 좋다고 해야하나」 
「저번에 봤던 것처럼?」 
「저번……? 어떤거였더라?」 
「남자랑 여자가 석양 속에서――」 
「아ー아! 그거! 아무튼 듣기론 지금 하고 있는 영화도 꽤 재미있는 것 같아!」 
말하기 어려운 화제로 넘어갈 것 같아서 나노하는 무심코 말을 돌렸다. 
「어? 그치만 방금 이런건 보지않는다고」 
「그렇지않아! 나노하는 어른이니까 가끔은 이런것도 본다구!」 

그렇게 말해 보기 시작한 것은 좋은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의 정치, 경제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점도 있어서 내용도 잘 모르겠고, 솔직히말해 지루했다. 
페이트 쪽을 보면, 진지한 얼굴로 화면을 보면서도
손끝이나 발끝을 꼼지락 거리고있어서, 아무래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흐ー응, 하고 나노하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페이트쨩, 영화내용 알겠어~?」 
자신에 대한 것은 일단 제쳐놓고, 조금 놀릴 생각이었다.  
「……주인공이 인사이더 거래 주모자의 계략에 빠져 고생하는 것 같은데.  
믿고 의지할 사람은 운명의 라이벌이었던 변호사 뿐이라는 전개지?」 

……이 애는 정말 아홉살이 맞는건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철부지인건가?





93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8(火) 04:40:53 ID:/ZxpW5Zj


「……페이트쨩. 인사이더 거래가 뭔지 알고있어?」 
「……모르는데」 
나노하가 풉, 하고 뿜었다.
「왜, 왜 웃는거야」 
「잘 모르는데도 열심히 보고있으니까」 
페이트는 무릎 위에 두고있던 주먹을 꼭 쥐며, 그 필사적인 얼굴로 나노하에게 말했다. 
「그치만 나노하가 보는걸, 나도 알고싶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나노하는 곧 웃는 것을 멈췄다. 
「모처럼 나노하랑 같이 보는건데, 나만 이해못하는 건 왠지 싫어」 
「페이트쨩……」 
「나, 모르는게 아직 많이 있으니까……공부하지 않으면」 

마음이 몸을 따라잡도록 열심히인 그 모습에, 
그리고 따라잡고 싶다고 필사적으로 돼버리는 아이같은 사고에, 
나노하는 안타까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으음……사실 나노하도 이 영화 이해가 잘 안되니까……」 
「응?」 
「페이트쨩도 몰라도 괜찮아」 
「……나노하도?」 
「응, 그니깐 이제 무리해서 보는건 그만하자」 
「나노하도 무리하고 있었어」 
페이트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인사이더 거래는 알고있습니다만??」 
정색하는 나노하를 보고 페이트가 살짝 웃는다. 
「페이트쨩도 참」 
「왜~에」 
나노하는 페이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 손목을 잡고서, 꾹 하고 자신과의 거리를 좁혔다. 
「나 보고 웃은 벌이야」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쿡쿡 하고 웃는 페이트의 볼에 입술을 대고 
있는힘껏 숨을 내뱉자 부우ー하고 소리가 울렸다. 
「꺄앗」 
페이트는 간지러운듯 웃었다. 
나노하도 똑같이 웃으며 이번에는 반대쪽 볼에 얼굴을 갖다 댄다. 
「후훗, 하지마, 나노하ー」 
그러나 나노하가 쥐고있는 페이트의 손에도, 그리고 페이트의 말에도 저항의 낌새는 전혀 보이지않아서, 
다시 숨을 내뿜는 것은 간단했다. 
아까보다도 큰 소리가 울린게 재미있었던지, 페이트는 꺄꺄 하고 버둥거리며 즐거운 듯 하고 있다. 
페이트와 하기엔 조금 애들스러운 이 놀이는 
비비오나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있어 피부에 울리는 진동과 소리에 신나하는 것이지만, 응석부리는게 서툰 페이트도 그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은 배꼽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노하는 페이트의 셔츠를 가슴 아래까지 걷어올려 
그 평평하고 매끄러운 배에 입을 대었다.  

「아읏……」 

다음 순간, 두사람 모두 움직임이 멈췄다.  





93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8(火) 04:44:57 ID:/ZxpW5Zj


페이트의 입에서 새어나온 소리때문이었다. 
페이트는 자신이 낸 이상한 소리에 놀라 무심코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곧 평소의 모습으로 말했다.  
「간지러워, 나노하」 
「……으, 응……」 
그러나 나노하는 페이트의 배에 입술을 갖다댄 채, 벌게진 얼굴로 굳어있었다.  
조금 현기증이 난 데다가 온 몸의 힘이 싹 빠져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노하ー?」 
「응ー……」 
「부우ー안하는거야?」 

그런걸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에 힘이 빠졌다는 걸 느꼈다. 

제 무덤을 팠다고 생각한다. 
페이트의 몸은 어른인거니까, 이런 일로 무심코 소리를 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귀여워서 만지고싶어서 견딜수 없지만, 실제로 이렇게 되면 대처하기 곤란한 것은 자신이다. 

페이트의 얼굴을 보지않은채 나노하는 말했다. 
「이대로 잠깐 이렇게 하고있을까」 
「왜?」 
「페이트쨩이 숨쉴 때마다 배가 움직여서 재밌으니까」 
사실은 페이트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딱 달라붙어, 호흡에 맞춰 움직이는 피부를 느끼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나노하, 영화 끝나버리는데?」 
「그건 이제 됐어ー」 
「모처럼 여기까지 봤는데……」 
나노하는 그대로 페이트의 허리에 꽉 하고 달라붙었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아?」 
「응, 좋아」 

이러나저러나 그 후도 서로 시시덕거리다가, 결국 영화의 결말은 알 수 없었다. 
「에? ......뉴스하고 있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됐어!? 얼른 목욕하지 않으면」 


욕조에 들어갈 때, 이제는 서로 마주보지 않았다. 
페이트의 등을 나노하가 뒤에서 안는 형태로 달라붙어 있었다. 
나노하의 몸 사이에서 페이트는 줄곧 찰싹찰싹하고 물소리를 울리고 있다. 
뭘 하는 거지? 라는 생각에 나노하가 머리를 기울여 페이트 너머 그 앞을 보면,
페이트는 집오리 장난감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고 있었다. 
분명 몰래 스스로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936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8(火) 04:49:56 ID:/ZxpW5Zj


그러고나서 역시 평소처럼 침대 위에서 머리를 말리고 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페이트의 손톱을 손질했다. 
「그런 걸로 손톱이 예뻐지는거구나」 
그 도구를 처음 본 페이트는 손질되고 있는 자신의 손끝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래ー봐, 투명감이 나오기 시작했지?……」 
그러는사이에 나노하도 진지하게 되어서, 묵묵히 그 작업에 몰두했다. 
필연적으로 대화가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고나서 나노하가 겨우 양 손의 손톱 손질을 끝내고, 이번엔 발이야, 하고 얼굴을 올려보자 
페이트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아……잠든거야……?」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목욕을 한데다가 손톱 손질한 시간까지 더해져서, 
상당히 늦어졌기때문에 무리도 아니다. 
나노하도 페이트를 보고 하품이 나왔다.
오늘은 이제 끝내도록 할까, 하고 페이트의 팔에 손을 뻗으면 
아주 살짝 닿았을 뿐인데 페이트는 균형을 잃고 나노하쪽으로 쓰러졌다. 
「잠ㄲ, 페이트ㅉ……」 
운 좋게 페이트의 얼굴을 나노하의 어깨가 막아, 나노하의 귓전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깨울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도 페이트의 몸은 점점 흘러내려간다.
「으ー……으음……」 
나노하의 잠옷에 묻힌 코와 입이 괴로웠던지 뭔지, 으응 하고 작은 소리를 낸다.  
마사지를 받고선 기분 좋아진 고양이같다고 나노하는 생각했다. 
물론 나노하에게 있어서 고양이보다 귀엽지만, 그거에 비해서는 좀 너무 커서 
이런 때 움직이가 곤란하구나,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페이트의 몸을 눕혔다. 
그러고나서 얇은 이불을 자신과 페이트에게 덮고, 근처의 조명을 껐다. 

「으…음……」 
나노하가 잘자, 하고 페이트에게 속삭이고 얼마 지나지않아 
자고 있는 페이트가 어딘가 불편한 듯한 소리를 내서 그쪽을 보면, 
페이트는 뭔가를 찾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시트 위를 왼손으로 뒤척이고 있다.  

그 몸짓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라기보다는 빈번하게 봐 왔던 것이다. 

비비오와 같다. 

무심코 그 손을 잡아주면, 페이트는 완전히 얌전해졌다. 
이 무슨 사랑스러운 버릇인가, 하고 생각하며 나노하는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엄마……」 

페이트가 그렇게 잠꼬대를 한 순간, 갑자기 가슴이 욱씬거리며 아파서, 무거워서 잠 들 수 없는 밤이 되었다. 
그래, 비비오랑 똑같아, 하고 나노하는 재차 인식한다. 
비비오처럼 엄마의 온기를 찾고있는 거라고. 




이제 나노하와 페이트는 『친구』정도는 될 수 있었을까? 

적어도 나노하가 한때나마 손에 넣었던 그런 관계는 아니다, 라고 나노하는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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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4월 2일 업로드했습니다. 8편도 지금 하고 있는데 분량이 길어서 조금 걸릴 것 같네요. 일주일 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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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올린지 거의 1년만에 올리는 6화입니다... 어쩌다 네이버 검색해봤더니 이미 한참 전에 다른분이 번역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ㅇㅅㅇ;; 지금까지 한게 헛짓거리였다니 .......쇼크
뭐.. 애초에 자기만족으로 시작한거니까..............그래도 쇼크ㅠㅠ

올해 4월 나노하 vivid 방영 기념으로 올립니다.

오역, 의역은 양해 부탁드리며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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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10:17 ID:6tn0Ka1P


*  *  * 



한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페이트는 자신을 만나러 온 알프와 함께 방에 있었다. 
나노하가 돌아오는 것은 조금 더 해가 저문 다음이다. 

「밥은 잘 먹고있어?」 
「응, 나노하가 매일 해주고 있어」 

페이트는 무릎 위에 양손을 올리고서 혼자 소파에 앉아있었다. 
알프가 봤을 때, 페이트의 안색은 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조금은 건강을 되찾은 것 같았다.  

「나노하는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만들어줘. 
내가 어떤걸 좋아하는지 전부 알고 있는것처럼. 신기하지?」 
「헤에~……그렇구나」 
「응」 

신기하진 않지만, 하고 알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여기서 생활하는건 이제 익숙해졌어?」 
「그럭저럭」 
「그럼 다행이네」 
「그치만, 이젠 어머니가 없다는 거나 이런저런 일들이 여전히 믿겨지지 않을때가 있어」 
「……역시 아직 외롭지?」 
「응……그치만 밤에 잘때, 외로울 때, 나노하가 손을 잡아줘」 
「흐응, 상냥하구나」 
「정말 친절해」 
「그건 다행이네」 

페이트의 맞은편 사이드 테이블에 걸터앉아있던 알프가 생긋 웃으며 두 발을 슥 하고 모아 단번에 일어선 후, 이번엔 페이트가 앉아있는 소파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나서 알프는 페이트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로 오게했다. 
페이트는 무릎베개를 한 채로 알프를 올려보며 말했다. 

「알프? 역시 하라오운씨 댁으로 돌아가는거야?」 

물론 알프 역시 페이트의 곁에 있고 싶다. 
그렇지만 나노하는 페이트와 단 둘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알프는, 나노하라면 다시 한번
페이트를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이 되어 잘 생각해보면, 페이트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나노하 쪽도 페이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께 비비오를 맡기면서까지 페이트를 선택했던 것이다.  

분명 지금, 나노하에게는 페이트가 필요하다.  
나노하는 예전의 페이트가 진심으로 필요로 했던 사람이니까,  
자신 이상으로 페이트를 생각해주는 사람이니까, 나노하에게 페이트를 맡기고 싶다.  
그래서 알프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있고는 싶지만, 아직 페이트보다 작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걸. 
페이트가 힘들때 미안해」 






86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13:51 ID:6tn0Ka1P


자신의 소중한 주인님이 힘든 시기에, 그런건 전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있다. 
하지만 페이트도 억지를 부리는 아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가, 어쩔수없지」 

슬플 정도로 온순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알프는 가슴이 아팠다. 
어째서 페이트는 언제나 이러한가. 
물론, 『싫어, 돌아가지마』라든가 『여기서 나가고 싶어』같은 말을 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좀 더 응석부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도 언젠간 하라오운씨 댁으로 가는거지?」 
「뭐?」 

페이트의 물음에 알프는 조금 놀랐다.  
나노하로부터 떨어지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하라오운가의 아이였지, 지금은」 
「……아..., 응」 
「린디씨는 어떤 사람이야……?」 
「응? 아, 굉장히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야」 
「그래……나 폐 끼치는 건 아닐까……?」 
「저, 전혀 그럴 리 없어! 그 사람은 그런 생각하지 않아!」 
「그렇구나. 그럼……다행이다」 
「……응……」 

정신적으로 꽤 회복한 페이트는, 아직 갈길은 멀었지만, 지금의 세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알프는 기쁨보다 몇 배의 불안을 느꼈다.  

만에하나 이대로 페이트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페이트는 개운치 않은 마음을 가지면서도 하라오운가를 받아들일 것이다. 
린디도 또한 페이트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우미나리시에서, 다시한번, 하라오운가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가? 

알프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노하는?

나노하는 어떻게 되는가?
비비오는 대체 어떻게 되는가? 


『언젠가 두사람과 진짜 가족이 되면』 

페이트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페이트, 지금은 나노하가 있는 곳에 있으면 괜찮지않아?」 
알프가 그렇게 말하자, 페이트는 몸을 일으켜 눈썹을 찌푸렸다. 
「그치만 오래 있으면 안 돼」 
나노하의 마음도 모르면서 잘도 그런 말을, 하고, 
알프는 페이트 이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86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16:29 ID:6tn0Ka1P


「페이트는 나노하와 있는 거 좋지않아?」 
그러자 페이트는 조금 생각에 빠진다. 
「……좋지않냐고 물어도……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저 뭐?」 
「……친구니까, 하고 이렇게 나 좋을대로 하면……나노하가 피곤해 할 거야」 

친구란건 처음이니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고 페이트가 말한다. 

「친구……으-응……그건 말이지, 걱정하지 않아도……」 
「그치만……그런가, 하라오운씨 댁이라도 지금의 내가 가면 곤란할지 모르겠네」
「아니, 그건 괜찮아, 괜찮지만 말야, 그런게 아니라」
「어머니가 그때부터――그, 조금……조금뿐이지만 나에게 부탁을 하게 되면서
언제나 혼자서 여러가지를 해왔는걸. 다시 그렇게 하면 될 뿐이야」 

알프는 그런 페이트가 가여워 어쩔 수 없었다. 


――다시……그때처럼 외로운 생활을 하겠다고 하는 건가……? 
――그런거 나는 싫어! 페이트가 그때처럼 되는건 싫다고!! 

거기서 알프는 순간 제안을 하나 했다. 


「그래, 페이트! 혼자서 해나가려면 일이 필요해!」 


단순하고 명확한,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그렇지!?」 
「……응?」 
「페이트는 마도사니까, 마도사 일을 하는게 제일 좋겠지!?」 
「……그렇……다고 생각해」 
「그렇담 관리국 일을 하는거야!」 
「응?」 
「관리국에는 하라오운가의 사람이나 나노하도 있으니까 이것저것 도와줄거고, 
페이트도 모르는 사람만 있는 곳으로 가는 것보다 좋잖아?」 
「응……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 이야기는 끝났네! 지금부터 페이트가 일을 찾을때까지는 나노하에게 신세를 지는 거야.           분명 일은 바로 구할 수 있을테고, 나노하라도 그 동안만 이라면 
전혀 폐라고 생각하지 않을거야. 오히려 일자리를 구하는 거 보면 안심하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나노하의 옆에 페이트를 묶어 둘 수 있다고,
스스로도 참 괜찮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알프는 생각했다. 
그러나 페이트는 말했다. 

「그치만 나 지금 이미, 집무관의 업무에 종사하고있다던데」 





86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19:15 ID:6tn0Ka1P


깜빡했다.
페이트는 임시휴가중 일 뿐으로, 여전히 집무관이었다. 
벌써 한 달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는 엄격한 관리국측이 페이트의 휴가 연장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것은 페이트가 관리국에 있어서 얼마나 우수한 인재였는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휴가를 연장하는 쪽이 페이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드는 수고보다, 
돌아왔을때의 이익을 생각하면 그쪽이 크다고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아차, 그, 그랬구나……」 

거기에 무엇보다도 알프나 나노하, 린디나 크로노, 그 밖에 모든 사람이, 페이트가 얼른 기억을 되찾고 업무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모두가 집무관 자리를 비워둔 채 페이트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페이트의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두의 바람을 페이트가 알 리는 없고, 
현실적으로, 복귀는 커녕 집무관에 대한 공부든 뭐든 그 어떤것도 새하얀 상태다. 
게다가 지금은 어머니와 자신의 일로도 힘에 벅찬 상태인데
어딘가 알지도 못하는 범죄자를 상대로 하는 위험한 일은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치만 다시 다른 마도사 일에 취직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힘낼거야」 
「응?」 
「어쨌든 나는 집무관 일은 할 수 없어. 이대로라면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테니까, 집무관 업무는 그만두도록 나노하에게 부탁해 볼거야」 
「……어떻게 하려고……?」 
「방금 알프가 말한것처럼, 그때까지는 면목없지만 나노하에게 신세를 져야지」 
「그건 그러는편이 좋지만……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거야?」 
「응, 조금 전에말야, 나노하가 여러가지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줬어」 

페이트는 바로 주변에 두고있었던 나노하의 교재를 알프에게 보여주었다. 


「교도관 업무는 어떨까. 이거면 나노하에게 배울 수 있으니까」 


어쨌든, 그런대로 알프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865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22:37 ID:6tn0Ka1P


*  *  * 



알프가 방문한 그 다음날부터 페이트는 나노하가 근무하는 동안 마법 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 
때때로 나노하에게 배우기도 했는데, 한번은 시그넘이 와 준적도 있었다. 
시그넘과는 첫 대면이었지만, 그녀는 페이트를 자연스럽게 대했다. 
「단지 솜씨를 시험해 볼 뿐이니, 쓸데없는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고 말했다. 
나노하도, 시그넘이라면 페이트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테고 
기억을 잃기 전의 페이트가 그녀를 신뢰하고 있던 것도 있어서 안심이었다. 
그리고 매일 묵묵히 훈련을 하고 있는 사이에, 페이트는 바르딧슈의 새로운 힘이나 
성장한 자신의 힘을 점점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그렇고 페이트쨩」 
「응? 왜?」 
「있지, 그 새로운 전법말이야……」 
「이거 말하는 거야?」 
「응, 그 소닉폼 말인데……그거 이제 쓰지마」 
「응? 왜……?」 
「위험해서 싫어」 
「그치만 이거 엄청 빨ㄹ――」 
「빠른 건 알고있지만 공격당하면 막을 수 없으니까」 
「아직 훈련밖에――」 
「안돼. 설령 연습이라도, 아까처럼 내가 포격 제대로 멈추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거라 생각해?」 
「……그치만」 
「내가 만약 페이트쨩을 다치게 한다면, 
페이트쨩은 괜찮다고 해도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 알아줬으면 해」 
「……」 
「내가 슬퍼하지 않도록 해줬으면……이렇게 말해도 안되는걸까」 
「………나노하가 그렇게 말한다면……알았어」 

나노하는 나날이 실력을 되찾아가는 페이트를 보고 안심하는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페이트 본인이 직접 집무관 직무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무척 당황해서, 
반대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훈련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페이트가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변한다면야
어떤 직업에 종사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고쳤다. 

「아무튼 다시 한동안은 나랑 같이 있어주는거지?」 
「응 」
「정말?」 
「응」 
「그럼 됐어」 
「……왠지……」 
「응?」 
「내가 신세지는 입장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뭔가 이상해서」 
「……이상해?」 
「그게 나, 나노하에게 이렇게 보살핌 받을 자격 있는거야……?」 
「……있어」 
「어떤?」 
「친구, 니까...」 





86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30:27 ID:6tn0Ka1P


알프가 생각한 『관리국에 종사』 라는 제안은, 될 수 있으면 페이트에게 얘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런대도 다시 촉탁 마도사로서 일하라는 등 말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바로 관리국 일을 하면, 국 내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되면 
페이트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즉, 페이트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교도관이 되려면 아직 당분간은 시간이 걸릴테니까, 그걸 생각하면
그때까지 페이트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나노하는 바로 크로노에게 통신을 넣었다. 
그 후 크로노를 통해 현재 페이트의 집무관 팀을 슬하에 두고있는 
차원항행함 제독과의 면담 허가를 받았다. 
물론 페이트의 사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10일 후, 본국 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분명, 자신 혼자만으로는 페이트의 사직계를 받아들이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제독이야말로 페이트가 이 지경이 될때까지 
휴가를 승인하지 않았던, 그 이기적인 벽창호이니까. 


「……친구란게 정말 이렇게까지 해 주는거야?」 

「……글쎄……어떨까」 

――정말로……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품고있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  *  * 



어느날 이런 일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타닥타닥 바닥을 울리는 발소리에 나노하가 눈을 떴을 때, 페이트는 옆에 없었다. 
급하게 이불에서 빠져나간 듯, 이불이 어중간하게 나노하 쪽으로 말려있었다.  
뭐지? 하고 생각해, 열린 문 틈새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쪽으로 시선을 향하면,
안에서 페이트가 후들후들 거리며 나왔다. 

나노하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창백한 얼굴로 문가에 서 있는 페이트의 다리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나노하, 나 어디 아픈걸까……다친건가?」 

페이트는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두 손으로 잡아당기듯 꽉 쥐고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노하는 보통이 아닌 이 상황에 패닉을 일으킬 것 같았지만, 
어쨌든 서둘러 이불을 치우고 일어섰다.  
그러면서 페이트가 방금 전까지 누워있었던 곳에 손을 대자, 
차가운 무언가가 시트에 묻어있는걸 깨달았다. 

살펴보면, 그것도 피였다. 
그것은 자신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진한 색이었다. 

――어, 이건…… 





86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37:32 ID:6tn0Ka1P


설마, 하며 페이트를 살펴보았다. 
원피스형 캐미숄이라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언더쇼츠는 벗고 있는 것 같아서, 피는 그곳으로부터 흐른 것 같았다. 

――아아, 뭐야……그런가…… 

――어려졌으니까, 라고. 그러니 무심코 잊고 있었지만,
    분명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것이 조금 늦었을 뿐이었다 

나노하는 안도의 깊은 한숨을 내쉬며 페이트에게 천천히 다가가,
셔츠를 꽉 쥐고있는 페이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으며 말했다. 

「괜찮아, 아픈것도 아니고 어딘가 다친것도 아니야」 

페이트는 쭈뼛쭈뼛 나노하의 얼굴을 본다.  

「정말……?」 
「응, 여자 아이는 어른이 되면 누구라도 이렇게 돼」 
「……그래……?」 
「나도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페이트는 아직 불안한 것 같았다. 
나노하는 그런 페이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 휙 하고 페이트를 뒤로 향하게 한 후,
그대로 등을 누르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어떻게하면 되는지 나중에 제대로 알려줄테니까, 그전에 목욕하러 갈까」 
「으,응……」 

「시트 더러워졌어……」 
욕실 문 앞까지 오자 페이트는 미안한 듯 나노하에게 말했다. 
물론 그런것 따위 나노하는 신경쓰지 않는데. 
「페이트쨩 깜짝 놀랐지? 미안해,  
이런게 있다고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페이트는 여러가지 것들을 알지 못한다. 
속옷과 시트에 피가 묻어있는 걸 보고 놀라서 확인해보려고 화장실에 갔을 것이다. 

「……나야말로 나노하에게 폐 끼쳐서 미안해」 
「신경쓰지않아도 돼. 갑자기 어른의 몸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엄청난 일인 걸」 
「……응, 그치만……나노하가 무엇이든 도와줘서 나 많이많이 익숙해졌어」 
「그래……다행이다」 

오늘 아침훈련은 완전 지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둘이 샤워를 끝냈다.
탈의소에서, 완전히 침울해져 고개를 숙이고 있는 페이트의 머리카락을 목욕수건으로 닦고 있으면, 
페이트가 슬쩍 나노하에게 달라붙어왔다. 
사실은 아직도 많은 게 익숙하지 않아서 불안할 것이다. 
나노하의 팔에 놓여져있던 페이트의 손은,
이윽고 조금씩 나노하의 등 뒤로 돌아가서, 나노하가 목욕수건을 치울 때까지 
그대로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않고 꼭 붙어있었다.


지금의 페이트가 처음으로 나노하를 껴안은 순간이었다. 

어색한데다가 나노하가 페이트를 껴안는 것과는 의미도 완전히 다를지 모른다.  
나노하에겐 여러가지 생각할 곳이 있었지만, 조금쯤은 페이트가 자신을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87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40:04 ID:6tn0Ka1P


*  *  * 



「오늘은 스바루씨랑 티아나씨가 만나러 와줬어」 

나노하가 제복의 쟈켓을 벗고 있을 때, 페이트가 말했다. 

「어? 그랬어?」 
「나노하에게 여러가지 배울 수 있어서 정말로 좋았다고 말했어」 
「그런가, 일부러 와 줬구나ー」 
「응, 몇번인가 나하고는 만났었는데... 두 사람 모두 신경써주었다고 생각해」 
모처럼 와줬는데 미안하네, 하고 페이트가 말한다. 

그 두 사람이 신경을 썼던 것은 페이트가 상사였던 것도 한 몫 했지만, 
나노하가 이런저런 것들을 말하지 않도록 입막음 했기 때문이다. 
만약이지만 말 실수라도 하게되면 큰일이다. 
오지않아도 좋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도, 그런대도 와 준것은 
페이트와 자신을 걱정해줬기 때문이겠지. 

「나노하는 대단해. 그렇게나 멋진 사람들을 길러내다니」 
「그래……」 
「응」 
「……확실이 좋은 후배야, 그 애들」 

지금 활약하고 있는 일에서도 그렇고, 상사를 이렇게나 그리워해준다니.  
그런 생각에 미소짓는 나노하를, 페이트는 침대 위에서 양 팔꿈치를 대고 보고있었다.  

「교도관 일이란거 엄청 대단한 것 같아」 

그런식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이해를 나타내거나
칭찬해주는 것은 순수하게 기뻤다. 
그러니까 나노하는 페이트가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기억에 대한건 그렇다치고,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있지, 스바루씨와 티아나씨가 나와 비슷한 정도의 애들을 데리고 왔었어」 


「응……?」 
미소짓고 있던 나노하의 표정이 일변한다. 

「에리오랑 음.. 캐로라고 하는 아이였는데」 

――스바루……!! 
――무슨 짓을 한거야……! 

물론 페이트에게 에리오와 캐로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게 많았다. 
최근이 되어서야 에리오와 캐로에게 페이트의 상태를 대강 말해줬지만, 
그 아이들도 아직…… 

페이트처럼 어린 아이들이다…… 





87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7/06(日) 00:43:35 ID:6tn0Ka1P


페이트가 자신들을 모른다고 직접 말한다면―― 
에리오는…… 
캐로는……! 


「2년 정도 전에 내가 있던 부대에서 있지, 내가 그 아이들의 훈련을 담당했던 적이 있었대」 
「으, 응, 그래서……뭐라고 했어??」 
「그래서 그 아이들과 나는 조금 안면이 있었다고」 
「……다른 건……?」 
「……그것뿐인데?」 
「뭐??……그것, 뿐이야……?」 
「음……?」 


――그렇지, 티아나도 함께 있었으니까 스바루가 제멋대로인 일 하려고 했어도…… 

――그렇지만……에리오와 캐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돌아간거야……? 


「훈련에 대한 거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왜인지 그 애들이 
내 두 팔에 꾹 하고 안겨왔어. 그러고나서 남자 아이가――에리오가 있지, 
만나고 싶었을 뿐이니까, 만났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요, 하고 말해줬어」 
「그……랬어……?」 
「응, 그치만 캐로가 조금 울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오랜만에 만나서 기뻐서 그렇다고 하더라」  

나노하는 바로 그 모습을 상상해버린다. 
에리오와 캐로가 페이트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 
서럽게 울면서, 그런데도 페이트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페이트를 곤란스럽게 만들면 안된다고 자신들끼리 타이르고 있는 모습을. 

분명 스바루가 두 사람의 기분을 깨닫고, 그걸 못본척 할 수 없어서 
그렇게 페이트를 만나게 했겠지. 

「정말 좋은 아이들이야」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에리오와 캐로. 
그러나 그 아이들은 나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성장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소중한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짓 따윈 결코 하지않는다.  
그 아이들을 키운건 다른사람도 아닌 페이트이니까.  

비비오도 그 아이들처럼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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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9(日) 23:57:21 ID:CUddgsaA


*  *  * 



비비오가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이 지키지않으면 안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더욱 비비오가 페이트를 보고 상처받길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페이트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니까 만나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건 무서우니까. 

페이트에게 비비오의 존재를 알려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고싶지 않다. 
비비오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는건 너무나도 무서우니까. 

자신과 페이트가 이전엔 어떤 관계였었는지도 페이트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자신을 거부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그렇게 되는건 무서워 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만약 거부하거나 하게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분명 충격을 받은 자신은 자신으로서 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비비오와 함께 있는건 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겨우 깨닫게 된 간단한 답이다. 
비비오를 위해 방패가 된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은 누군가? 
페이트다. 
그럼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가 다쳐 엉망이 되어버렸다면? 
이번에 그 방패를 사수하는 것은 자신이다.
왜냐면, 엉망이 되어버린 그것이 만약 없어져버린다면, 창이 박히는 것은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그렇게되면 비비오를 지킬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은, 미안해, 비비오

너무나 간단한 답이다.

페이트가 없는 건 자신의 인생에선 이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페이트는 친구이며―― 

그리고 연인이었으니까.



*  *  * 



「목욕할까?」 
「네」 

나노하가 그렇게 묻자 페이트는 곧 나노하의 곳으로 온다. 
함께 욕탕에 들어가, 페이트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은 매일의 일이다. 
처음에는 성장한 자신의 몸을 보고 당황하거나, 머리를 제대로 감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면서 머뭇머뭇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진것 같았다. 






639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30(月) 00:00:05 ID:CUddgsaA


「가려운 곳은 없나요?」 
「없습니다」 

어조를 바꿔 장난치듯 묻자, 페이트는 나노와 같은 어조로 대답했다.
비비오에게 자주 그랬던 것처럼 샴푸거품을 생크림처럼 
페이트의 머리에 데코레이션 하자, 페이트는 쿡쿡하고 웃기 시작했다. 

「나, 케이크가 아니야」 
「그치만 맛있어보이는걸」 
「그럼 안돼 나노하, 샴푸는 먹으면 안되니까」 

당연한 대답에 이번엔 나노하가 웃었다.  
때로는 둔하다고 생각하는 페이트의 그런 성격도 나노하는 예전부터 좋아했다. 

「그럼 거품말고 페이트쨩만 먹는건 어때?」 
「에? 먹을 수 없어」 
「그럴까?」 
「그렇다구. 분명 맛 없을거야」 

그렇식으로 말하면서 서로 장난치고 있으면, 
페이트가 지금 몇살이고, 어느시절의 페이트인가 하는 건 정말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페이트와 함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나서 각각 자신의 몸을 씻은 후, 두사람은 함께 마주본 채로 욕탕에 들어간다. 

「페이트쨩, 물 뜨겁진 않아?」 
「아, 괜찮아요」 
「혹시 뜨거우면 참지말고 말해줄래?」 
「네, 그럴게요」 

페이트의 시선은 욕조의 구석을 향해 있었다.  
뭐지 하고 생각한 나노하가 그쪽을 쳐다보면 
거기엔 비비오가 언제나 가지고놀던 노란색 병아리 장난감이 있었다. 
나노하는 병아리를 손에 잡고 욕조 물에 띄워본다.  
그러자 페이트는 입가까지 더운 물에 얼굴을 담근 채로, 가만히 작은 병아리를 보고 있었다. 
나노하가 때때로 병아리를 톡 건드려 방향을 바꾸면 
같은 방향으로 페이트의 시선이 따라간다.  
나노하는 그것을 보면서 왠지 흐믓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아이같은 면도 사랑스럽다. 




64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30(月) 00:02:08 ID:CUddgsaA


나노하는 그런 페이트의 표정을 보면서 생각을 달렸다. 



――하야테쨩이 말한대로일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건, 있다.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 

많은 애정을 주는 것이라면,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할 수 없었던 것까지 전부

지금은……그래, 비비오의 것까지 전부―― 



「있지, 페이트쨩」 
「에?」 

나노하가 갑자기 말을 걸자 페이트는 붑 하고 입에서 거품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 물에서 얼굴을 내밀어 나노하의 얼굴을 봤다.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이번엔 나노하가 턱까지 얼굴을 물속에 가라앉히고서, 페이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어떻게봐도 부탁이 있어, 라는 식으로. 

「나 있지, 페이트쨩이 조금 전처럼 말해주면 기쁠것 같아」 

페이트는 나노하가 말하는 『조금 전』이 언제인가, 
자신이 어떤 식으로 말했었는지, 어느쪽으로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전……? 
「응, 머리 감겨줬을 때」 

그때 얘기했던 것은 샴푸 거품에 대해서였다. 
그게 어떻다는 걸까, 하고 페이트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나 나노하가 말했던 것은 내용 쪽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딱딱하게 다른 사람 대하듯 하지 않았으면 해」 
「……네……?」 
「존댓말이라든지, 그런거 쓰지 않아도 좋으니까」 
「에, 그치만」 
「아직 나 어색한거야?」 

나노하의 유감스러운 얼굴을 보자 
페이트는 곧, 그런게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페이트쨩, 나를 아직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거야?」 

페이트는 다시한번, 이번엔 고개를 크게 가로저으며, 그렇지 않아요, 하고 말했다. 




64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30(月) 00:05:20 ID:CUddgsaA


「그럼 나 페이트쨩이 편하게 말 했으면 하는데, 안돼?」 
「아뇨, 그렇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페이트가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나노하는 알고있었다.
좋든 싫든 다른 사람의 『부탁』에 약한 페이트니까.

「그럼 지금부터『네』라든지『입니다』금지야?」 
「네……앗」 
「금. 지!」 
「……응」 



*  *  * 



목욕을 마치면, 나노하는 언제나 페이트의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려준다.  
페이트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서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따뜻한 바람과 일정한 소리 탓에 페이트는 점점 수마에 빠져든다.
당분간 그렇게 하고 있다가 드라이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을 깨달은 페이트는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았다.  
나노하가 자신의 머리를 말리기위해 다시 드라이어의 스위치를 누르던 참이었다. 
이번엔 자신이 하겠다고 페이트가 말했지만, 나노하는 그것을 거절했다. 

「됐어, 페이트쨩 졸려보이는걸」 
「괜찮ㅅ――아」 
「방금전 꾸벅꾸벅 졸았으면서... 착한 어린이는 잘 시간이에요?」 

그렇게 말해 웃으면서 페이트의 코 끝을 검지로 튕겼다.  

조금이라도 빨리 지금의 자신이 되려고 하는 페이트에게 있어서 방금 전은, 
역시 조금 어린애취급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는 페이트를 대등하게 대해줄 작정으로 말투를 고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안잘거야」 
「벌써 12시 넘었으니까~」 
「괜찮아」 
「거짓말~, 방금전 그렇게……」 
말 하려던 나노하였지만, 
눈 앞의 시선과 마주치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노하는 한 순간 붉은 눈동자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 

「해 줄게」 

페이트는 그렇게 말하며 나노하가 쥐고있던 드라이어를 잡으려고
상체를 숙여 진지한 눈빛으로 나노하에게 다가온다. 
「에? 페이트쨩, 왜, 왜그래?」 
나노하는 순간 드라이어를 쥐고있던 손을 자신의 얼굴 근처로 되돌렸다. 
그러자 페이트는 나노하의 뺨 바로 옆으로 손을 뻗었고, 피부에 닿을 것 같았다. 
「 ! 」 
그때 왜인지 나노하의 몸이 흠칫했다.  
무척 놀란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 
페이트도 거기에 놀라서, 바로 손을 거둬들였다. 




64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30(月) 00:07:58 ID:93YZ52N+


「나노하……?」 
「앗, 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무튼 먼저 잘래?」 

얼굴을 돌린 나노하의 귀가 빨갛다.

「……응」 
페이트는 나노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채,  
어떻게 하면 좋은지도 알지 못한채, 그저 나노하의 말을 따랐다. 
나노하를 뭔가 거북하게 만들어버린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눕고나서 조금 있자, 드라이어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수마는 쉽게 다시 찾아왔다. 



『나를 아직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거야?』 
『그, 그렇지않아요』 



나노하는 머리를 말리고서도 아직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노하의 반대쪽을 향해 누워있는 페이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까 욕조에서 자신이 말했던 대사를 떠올렸다. 

――친구로 인정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데…… 

――그런걸로는 참지 못하는 건가, 나…… 

아까 목욕할 때는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이렇게보면, 역시 페이트의 모습은 자신보다도 성숙한 어른의 것이었다.   
페이트가 보통 이상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치만 그걸 지금 이때 생각해내지 않아도 좋은데.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욕조에서 알몸을 보고서도 이런 생각따윈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아주 사소한 일로 이렇게도―― 

그 몸에……닿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응……」 
페이트가 잠결에 얼굴을 돌리자, 나노하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그리고 드라이어를 얼른 화장대에 두고서야, 겨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뭘 생각하고 있는건가 자신은. 
지금은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페이트가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리고 페이트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나노하는 페이트의 모습이 보이지않도록
페이트의 반대편을 향해 꾹 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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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하는 십 수권의 책이 쌓여있는 데스크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동료나 부하들은 식당에서 한 숨 돌리고 있을 때였다. 

「여러가지 조사는 해봤지만, 마땅한 건 찾을 수 없었어」 

데스크 위에 쌓여있는 책들은 뇌와 관련된 의학전문서나 희귀한 마술, 약품사전 따위였다. 
「그랬구나……」 
「……미안해,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유노가 정중하게 말하자, 데스크에 걸터 앉아있던 나노하가 급히 떨어져 일어선다.
「아, 으응, 유노군이 나쁜게 아니니까 사과하지 않아도 돼」 
거기에 무리하게 시간 내주고 있으니까, 하고, 
나노하 역시 미안한 듯 말했다. 

「좀 더 힘내서 찾아볼게」 
유노는 그렇게 말하며 데스크에 쌓여있던 책 한권을 집어들어 나노하에게 보여주었다. 
나노하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면서, 그것을 다시 되돌린다. 
「그렇지만……」 
그러고서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정말로 찾지 못할수도 있어, 페이트의 치료법」 
「……」 
나노하는 아무말로 하지 않았지만, 어느정도 유노의 말을 예상하고 있기도 했다. 
무한서고는 관리국의 연구기관이 총력을 다해 몰두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이미 다량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즉, 국의 연구의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는, 무한서고에서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결과라는 것을 나노하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알면서도 유노는 
나노하의 마음이 놓일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조사해 주고 있다.
정말로 면목없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페이트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이제 됐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건그렇고 나노하, 조금은 진정된 것 같네」 
「에?」 
유노의 말에, 나노하는 숙이고 있던 얼굴을 올렸다. 
그러자 유노는 쓴웃음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벌써 3주 정도 됐나. 그땐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아……」 


『페이트씨가……페이트씨가 숨을 쉬지 않아요……!도와주세요!!』 

갑자기 들어온 통신으로, 티아나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나서, 
나노하는 내심, 티아나 이상으로 공포에 빠졌다.  
페이트가 자신을 모른다고 했을 때 받은 그 충격만이 무서울정도로 선명했다. 

580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8(土) 23:10:46 ID:xGMPb7wx


그리고 다음날, 의사로부터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갈 곳 없는 분노와 불안이 소용돌이치는 와중에, 무한서고에 방문했다.  

『페이트쨩을 낫게해줘!! 지금 당장 치료법 찾아내!!』 

갑자기 찾아온 나노하에게 어깨를 꽉 붙잡혀,  
진정해, 라고 한마디 하자 돌아온 것은 있는 힘껏 가슴팍을 때리는 주먹이었다.  

『진정할 수 있을리 없잖아!? 무슨 생각하는거야!?』 


「미, 미안해, 그때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유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나노하에게 맞는 것 정도는 그리 크게 아프진 않아」 
「그렇다곤해도……미안, 괜한 화풀이였지……」 
「누구라도 그럴거야」 
「……그럴까?」 
「누구라도……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싶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하는 유노의 표정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미안, 나는 페이트를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유노는 깨닫고 있었다. 
페이트의 치료법을 몇번이나 조사해봐도 정말 알 수 없는 것을.
나노하도 분명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뿐으로. 

그러고나서 나노하는 유노에게 사죄와 감사를 말하며, 서고를 뒤로 했다. 

혼자가 되자 유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가……그렇게나 생각하는 사람을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

――그치만 네가 구해주는 건 가능할지도 몰라 

――어떤 결과가 그 사람을, 그리고 너를 구제하는 것인가는 알지 못하지만―― 


* *  * 

「다녀왔어, 페이트쨩」 
「어서오세요, 나노하」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페이트가 현관에서 나노하를 마중했다.  

581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8(土) 23:14:56 ID:xGMPb7wx


「집 봐줘서 고마워」 
「아뇨」 

페이트는 기억을 잃게된 지 3일 뒤, 임시휴가를 받게 되었다.  
알트세임으로 돌아가도 아는 사람이나 가족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하고 있을때 
잠시동안 나노하에게 신세지는게 어떻냐며 알프가 강력하게 권해왔다. 
갈팡질팡하던 페이트가 알프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 한 달 전쯤의 일.

「오늘도 늦어서 미안해? 지금 바로 저녁 해줄테니까!」 

최근엔 나노하의 발소리를 깨닫고, 이렇게 현관까지 나와주게 되었다.
나노하는 그런 사소한 일이 너무나 기뻤다.
특별히 집 보기를 부탁한다거나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페이트는 그다지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마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스러웠을 테고, 아직 그런 기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말해도, 최근엔 페이트도 드디어 하루종일 방에 틀어박혀 어머니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그 덕분에 나노하도 유노가 말했던 처럼 조금 침착해 질 수 있었다. 

「나노하, 무리하지 않아도 전 괜찮아요, 아무거나 해줘도 괜――」 
「싫은걸, 제대로 만들어 주고 싶어」 
「그치만」 
「페이트쨩이 좋아하는 거 해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줄래?」 
「전 아무거나……」 
「그러면 같이 먹어줄 거지?」 
「……네, 고마워요……」 
「에헤헤, 그럼 기대하고 있어, 이따가 아앙~하고 먹여줄테니까!」 
「아, 네……고마워요……?」 


나노하가 부엌에 있는 동안, 페이트는 소파 끝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은 얼마전 나노하가 읽고 있었던 교도관용 교재였다. 
그건 며칠 전 나노하가 자신의 일을 페이트에게 소개하려고 보여준 것으로,
그때 나노하가 페이트에게 주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페이트가 원래부터가 공격형 마도사였던 탓인가,  
전투와 관련된 기술이 쓰여져있는 책에 강한 흥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것과는 반대로,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법률관련 책 같은 것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의 페이트에게는 집무관이 되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갖게 만든 계기를 알지 못하는것이니까. 

어쨌든, 페이트가 이상한 것을 느낀것은 그 책을 보고있을 때 였다. 

―배후에 미리 저격을 위한 함정을― 
―포격형 마법 공격― 
―바인드를 최대한 활용― 

등등, 그런 단어를 보고 있을 때 페이트의 뇌리에
전투의 한중간에 있는 듯한, 매우 현실감 넘치는 어떤 광경이 떠올랐다.

금색 포물선을 그리며 내리치는 자신의 디바이스.
거기에 따라 붙는 붉은 보석이 빛나는 디바이스. 
그것들이 굉음과 함께 서로 부딪치는 모습. 

582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8(土) 23:18:51 ID:xGMPb7wx


바르디슈를 가로막은 그 디바이스는…… 
며칠 전 보았던 것과 꼭 닮았다…… 


――이건……나노하의 디바이스……? 

「페이트쨩, 저녁 다 됐어」 

그 이미지는 바로 사라졌다.
제정신을 차린 페이트가 얼굴을 올리자
부엌에서 나노하가 테이블 위에 접시를 꺼내고 있는게 보였다. 

「아, 네, 바로 갈게요」 

페이트는 책을 덮으면서 나노하가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자리에 앉으면, 나노하는 말했던 대로 페이트의 입가에 젓가락을 가져간다.  
페이트로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식사법이었기 때문에,
젓가락이 내밀어질때마다 흘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쵸콜렛때도 그랬던것처럼 
나노하는 페이트가 젓가락을 입에 넣을 때마다 미소지으며 즐거워보였다.  
그래서 페이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방금 전엔 대체 뭐였던걸까……? 


페이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치만 알 필요가 있는건지, 그것도 역시 알 수 없다.

*** 

식사 후, 두 사람은 소파에서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나노하도 페이트도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 있어,
프로그램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페이트가 생각하고 있던 것은, 이대로 언제까지나 나노하에게 신세를 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알프와 나노하는 이곳에 쭉 같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지만, 

역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자신이 어머니가 없는 세계에, 지금 상황에 익숙해지면, 나노하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했다.

583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8(土) 23:25:40 ID:xGMPb7wx


나노하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예전엔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였다. 
그땐 이 소파에 셋이서, 비비오를 한 가운데 끼고서 
가족용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비비오의 뒤로 페이트가 나노하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가락에 얽으면서.

그런 것을 생각했다. 


생각하다보니, 그 사이에 TV 프로그램은 끝이나고, 이번엔 영화가 시작했다. 
 

지상파에서 몇번이나 방송해주고 있는 정통 연애물이었다. 
나노하의 시선은 화면을 향해있었지만, 
여전히 그 내용과는 조금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건 몇년 전에 공개 된 거지
――페이트쨩 이 영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그리고 어느사이엔가 영화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연인이라면 키스해줘』 
『우리들은 영원히 연인이야……』 
석양에 물든 주인공과 히로인의 그림자가 서로 겹치고, 오버스러운 BGM이 큰 소리로 흐르자 나노하는 깜짝 놀랐다. 
지금의 페이트에게 이런 것을 보게해도 괜찮은걸까?
그렇게 당황해하며 리모콘을 찾아 TV의 전원을 껐다. 
옆을 보면, 페이트는 그저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시간이 되면 비비오는 침실에 있어서,  
이 영화를 둘이서 봤을 때는, 영화와 같은 것을 했었는데―― 

나노하는 그런 
것을 생각했다. 


*** 

「학교 친구들 만나고 싶어」 

「놀기로 약속했는걸」 
나노하가 다시한번 친가에 들렀을 때, 비비오가 큰 소리로 말하며 
나노하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그래……」 
「비비오 언제 학교 가는거야?」 
「으-음……그렇구나, 운동회엔 갈 수 있으려나」 
「운동회, 마마 보러 와?」 
「응, 물론」 
「페이트마마도?」 
「……응」 
「페이트 마마는……?」 

어디에 있는거야? 하고 비비오가 머리를 갸웃한다. 
나노하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페이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비비오에게도 다시 거짓말을 한다.

584 名前: Hello, Again [sage] 投稿日: 2008/06/28(土) 23:27:39 ID:xGMPb7wx


「페이트쨩은 병원에 있어」 
「병원? 페이트 마마 어디 아픈거야……??」 
나노하는 순수하게 페이트를 걱정하는 비비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페이트를 걱정하는 우리 아이가 기특했다.
「아픈건 아니야, 괜찮아. 비비오에게 감기 같은걸  
옮기면 안되니까, 잠시동안 만나지 않도록 하는것 뿐이야」 
「후응……페이트마마 얼른 건강해졌으면 좋겠는데」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마마가 돌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비비오, 조금 더 착한 아이로 기다려줄래? 」 

비비오는 유감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그런대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페이트 마마가 얼른 나을 수 있게, 비비오 조금 더 참을래」 
「응, 고마워, 비비오」 
「그래서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어」 

「응……또 올테니까……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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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1:57:52 ID:AZeoRq1k


*  *  *



신인들의 지도를 끝내고나서「수고하셨습니다」라는 한 마디도 건넬 수 없을 정도로 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야간 훈련때문에 완전히 늦어졌다.
올려다보니 이미 더할나위 없는 밤하늘이었다.

――빨리, 빨리!
――어서 그 아이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지금 쯤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까지 가니, 그곳에 하야테가 서 있었다.

「하야테쨩……무슨일이야?」
「그게, 나노하쨩이 보였으니께」

그래, 라고 나노하는 한마디 뿐.
친구가 페이트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은 눈으로 보아 잘 알고 있다.

「……페이트쨩 상태는 좀 어뗘?」

나노하와 하야테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
페이트가 불안해하는 것은 알고 있다.
자신이 불안한 것도 알고 있다.

「……며칠 전에 말야, 이야기 했어……그 일……」
하야테는 나노하의 말에 움찔했다.
'그 일'이라고 말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에, 사실을 말한겨?」
「그럴리가, 사실은 말할 수 없어……말할 수 없었어……」
「……그, 려……」
「프레시아씨는 사고로 죽었다고 말했어」
「그려……」
「린디씨와 알프씨랑 이야기 해……」

그리고 11년전 사건의 진상이나 프레시아의 발언 등은 페이트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모친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하는 진실.
만약 페이트가 자세하게 물어본다면, 모친은 연구 중에 컴퓨터
오작동으로 인한 폭파 사고에 휘말렸다고 말할 생각이다.

「……그기로 좋은겨……?」

「그래도 말할 수 없어!?」





479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1:58:52 ID:AZeoRq1k


나노하가 멈춰 서자, 하야테도 걸음을 멈춘다.
「페이트쨩,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구……?」

말해야 하는 이유……없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방의 창문으로 밖을 보고있던 페이트가 중얼거린다.
시선은 아득히 멀리 남쪽으로 향해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분명 걱정하고 계실거야』

……그런 페이트에게 자신이 입으로 말한것은, 진실을 배제한 사실.

나노하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며칠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그것을 전했다.

『페이트쨩,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어……』

『……뭐예요?』

『……페이트쨩의 어머니……』

『……네』

『더 이상……페이트쨩을 만날 수 없어……』




「슬픈 일, 더 이상 생각나게 할 이유는 없겠지……!?」
나노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하야테를 보았다.
「그렇네……」
자신이라도 페이트에게 괴로운 과거를 전하는 역할은 사양하고 싶었고,
페이트가 슬퍼하지 않고 끝난다면 그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나노하가 말한것처럼 모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하야테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 페이트쨩은?」
「처음에는, '그런 거 거짓말이지'라고……알프씨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어.
그러고나서 그 날은 쭉 말 없이 울었어……」
「……」
「지금도, 충분히 슬퍼하고 있어……이제 충분하다구……」

하야테는 그런 페이트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페이트가 울고 있었던 모습을 자신은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6과의 일로 곤란해 하고 있을 때 지지해 준 그 페이트가.





480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01:19 ID:AZeoRq1k


「페이트쨩……지금, 열심히 이해하려 하고있어.
단념하려 하고있어. 필사적으로 견디려 하고 있어. 아직…… 아이잖아?
마음은 정말로 아이가 되어버렸는데도……그런데도…!」

어머니와 마지막 이별의 말도 주고 받지 못하고, 모르는 세계로 떨어져
고독 속에서 무릎을 껴안고 울고 있는 걸까?
그런 모습의 페이트를 생각하자 하야테는 가슴이 아팠다.

「어제 밤, 페이트쨩 이불 속에서 울었어.
내가 깨지않도록, 소리 내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눈앞의 나노하를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아팠다.
나노하는 잠시 말 없이 숙이고 있었다.
하야테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있을때,
나노하는 갑자기 무엇인가를 생각해 낸 것 같았다.
크게 뜬 눈동자는 깜박거리지도 않았다.

「하야테쨩……」
「응……?」

「 나……바보야……」

나노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었다.
「……나노하쨩?」
목소리도 똑같이 떨고 있었다.
어깨에 걸고 있던 짐이 스르륵 떨어져 가는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나 있지, 저번에 페이트쨩이 돌아왔을 때,
페이트쨩이 점심 약속 잊어버렸다고, 엄청 화냈었어……」

하야테가 나노하에게 들었던 그 때의 사건,
페이트가 장기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를 곧바로 생각해 냈다.
성실한 페이트로서는 드문 실수라고 생각했다.

「어떡해……나 페이트쨩한테『이젠 몰라』라니……나……」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다.
페이트가 이렇게 된 지금에야.





481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04:05 ID:AZeoRq1k


「페이트쨩은 몇번이고 사과했어……
분명 잊어버렸던 것은 페이트쨩의 탓이 아니었는데 ……!」
「나노하쨩 , 그 일은--」
「그 때 페이트쨩이 비비오의 방 앞에서 문도 못열고
가만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구!?」

지금이 되어서야, 그 때의 미안해하는 페이트의 얼굴을 생각해 냈다.
나노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견딜수 없어서 소리지르고 싶어졌다.
가슴이 괴로워서 정신이 이상해 질 것 같았다.

『미안해, 나노하』

떠오르는 것은, 비비오에게 건네주지 못한 종이봉투를
살그머니 대쉬보드에 넣고 있던 페이트의 모습.
페이트가 두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면서 선택했을터인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샀는지 알고 있었을터인데,
언제나 반드시 약속을 지켜 주고 있었는데,
어째서 그 때, 페이트에게 화낼 수 밖에 없었던걸까……

「……나 이렇게 가까이서 뭘 보고있었던걸까……?
겨우……겨우 손에 넣은 사람인데도……나……바보야……」

「나노하쨩……」
「미안해요,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미안해요……」
나노하는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과하는 상대가 다른 것도 모를 정도의 상태다.

「페이트쨩, 미안해……미안…」

하야테는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페이트쨩은 이곳에 있지않어, 나노하쨩 --
나노하쨩이 이러면 우야노--

「……나노하쨩, 정신차려!」

하야테는 나노하의 양 어깨에 힘껏 손을 올렸다.
큰맘 먹고 한 거라 조용한 밤길에 '팍'하고 소리가 울려서, 나노하는 크게 놀랐다.
「아……」
갑작스런 일에 나노하는 순간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도 잊어 버렸다.

「자, 짐 지대로 들어! 인쟈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

하야테는 팔꿈치까지 엇갈려 내려온 나노하의 가방을 다시 걸어 주고,
나노하의 등을 강하게 쓰다듬었다.
「붙잡아서 미안혀」
그리고 한번 더 나노하의 어깨를, 이번에는 가볍게 '탁'하고 두드렸다.





482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06:17 ID:AZeoRq1k


「얼른 돌아가는겨, 페이트쨩이 있는곳에」
「응……」
「지금은 사과하고 있을때가 아닌겨」
「……그렇지만」
「그 밖에 뭔가 할일이 있겄지?」

의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가만히 놔 두는 것이 제일이라고.
그런데도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은 곤란해하는 그 아이를 소중히 해 주면 좋은거 아녀」

소중하다구, 물론.
왜냐하면 페이트쨩이니까……

「가득 응석을 받아 주고 귀여워하면서」

그건……
반드시 그렇게 할 테지만……그렇지만……

「페이트쨩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얼마든지 사과하면 되는겨」

……응

만약 원래대로 돌아오면--으응, 반드시……돌아오겠지?

「응, 그렇네……」
「그려!」

그렇지……
하야테쨩의 말처럼 하면 된다.

그렇다, 지금은 돌아가야 한다.
외롭지 않게.

그러다, 평소의 그 사람으로 돌아오면 말하면 된다.
그 때는 미안했어.
이젠 저런 일로 화내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뭐혀, 얼른 가지얺구!!」

「으, 응!」

소중하게, 소중하게 하자.
아직 외톨이인 그 아이를.

나노하는 어깨에 걸친 가방의 끈을 꼭 잡고, 귀로를 서둘렀다.





483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09:34 ID:AZeoRq1k



*  *  *



오늘도 역시, 조용히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노하가 침실의 문을 열 때까지, 나노하가 돌아왔던 것도 깨닫지 못했다.

「페이트쨩」

「아, 나노하……어서 오세요……」

페이트는 힘 없이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나노하보다 큰 몸, 어른스러워진 얼굴, 인데도 아이인 것이다.
그 증거로, 눈동자는 만났을 때 그대로.
그 상냥한 눈동자를 좋아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슬픈 색을 보는 것이 괴롭다.

――어떻게 생각해야 좋은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만 가득.
그렇지만 상처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싫으니까.

내가 지켜내.
소중하게 한다.

「다녀 왔습니다」
그 만큼만 말하고 페이트를 살그머니 꼭 껴안았다.

「나노하……괜찮아요, 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페이트는 머뭇머뭇거리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응?」
「어머니가 이제 없다고 생각하면 매우 슬프지만, 더 이상 울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뺨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있으면서, 그런 말을.
그러니까 이제 나노하가 프레시아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분명히 없다.

「……페이트쨩, 초콜릿 좋아해?」
「네?」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와중에, 그런 뜬금없는 말을 하리라곤, 페이트가 아니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걸까 하고 굳어져 버린 페이트.





484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12:19 ID:AZeoRq1k


「오는 길에 사 왔어. 싫어?」

나노하는 어깨에 걸치고 있었던 가방을 열어
안에서 직사각형의 얇은 상자를 꺼내 페이트에게 보여주었다.




『비비오가 나에게 케이크?』

『응! 페이트마마가 좋아하는 녀석으로 해!!』

『고마워요. 기뻐……그럼……초콜릿이 좋은데』

『역시, 페이트쨩이라면 그렇게 말할거라 생각했어』

『일 다녀오세요! 기대하고 있어!』




페이트는 나노하의 얼굴과 그 상자를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그러다 나노하가 기다리다 녹초가 되었을 무렵, 겨우 작은 소리로 답했다.

「싫지, 않아요……」

――응, 알고 있어. 사실은 좋아하는거

「그럼 밥 먹을때까진 시간이 좀 걸리니까, 이거 먼저 같이 먹을래?」
「에……ㄴ, 네」

좋았다,고 나노하는 상자의 포장지를 벗겨 냈다.
이전에 자신이 받지 않았던 것과 같은 로고가 들어가 있는 포장지를.

「자, 여기」
한 알 페이트에게 내밀자, 페이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천천히 입속에 넣었다.

「어때? 이 가게 맛집으로 유명해?」
「응……네……맛있어요」
「다행이다! 아무래도 페이트쨩이랑 같이 먹고 싶었거든」
「에, 어, 어째서……?」

――그것은 당신이 바란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

페이트는 이상하다는듯이 나노하를 보았지만
그 이상 묻지 않고, 입 안의 초콜렛이 완전히 녹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485 이름: Hello, Again [sage] 투고일: 2008/06/26(목) 02:15:46 ID:AZeoRq1k


「자, 하나 더」
이번에는 페이트가 손으로 받기 전에 그것을 페이트의 입에 가져 갔다.
페이트는 받으려고 뻗은 손을 허공에 뜨게 한 채로, 순간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있는 나노하의 모습을 살피면서 우물우물 입을 움직였다.
너무 보고있어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옛날은 더 그랬다.
귀엽다,고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옛날의 페이트를 생각해서인가, 얼마 전까지 함께 있던 그 페이트를 생각해서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지 눈앞의 이 페이트를 생각해인가, 그것은 알지못했다.
어쨌든, 완전히 아름답게 성장한 모습으로 열심히 입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은근히 나노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나노하는, 먹지 않아요?」
삼키고 나서, 페이트는 나노하에게 말했다.
「에? 아 그렇지, 먹어야지」
완전히 페이트에게 정신을 빼앗겨 자신이 먹는 것은 잊고 있었다.
곧바로 하나를 집어 입에 넣어 보니, 역시 맛있었다.

――그것도 그렇겠지, 내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페이트쨩이 골랐던 것과 같은거니까

응, 맛있네, 그렇게 말하면서 나노하는 다시 페이트의 입에 하나를 넣어준다.
다시 페이트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또 하나 먹는다.
상자가 빌 때까지 그 행위는 반복됐다.
그러고나서 잠시,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가 사라질 때까지
저녁밥의 준비도 하지 않고 침대에 앉아 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슨 말을 해 주면 좋은 것인지, 여러가지 스스로도 잘 몰랐지만
단지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

페이트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힐끗힐끗 나노하의 얼굴을 이상한 듯 보고 있었다.
나노하에게 있어서 그런 페이트의 행동도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페이트와 둘이서만 있는 것을 선택한 것.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
비비오를 친가에 맡긴 것.

내가 하고 있는 일, 틀리지 않은거지?
반드시……

「나노하……나, 초콜렛 좋아해요」

아주 조금, 페이트가 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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